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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광 판사, ‘명의신탁’ 대법원 판례 변경 주문 |
“부동산 명의신탁 나중에 소유권이전 요구 못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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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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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명의신탁자는 나중에 명의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대법원에 판례 변경까지 주문해 눈길을 끈다. 현재 대법원 판례는 명의신탁된 부동산에 관해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적이 있던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 원고는 지난 97년 IMF로 인해 의류회사가 경영난에 처하고 채권자들로부터 서울 남가좌동의 대지 41평과 2층 주택에 대에 강제집행을 당할 상황이 되자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원고의 외삼촌이자 회사직원이었던 피고에게 98년 1월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가등기를 마쳤다. 가등기 이후에도 채권자들이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해 채무변제를 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 피고와 협의한 끝에 99년 11월 피고 명의로 소유권본등기를 마친 것. 이후 원고는 2005년 소유권을 되돌려 달라며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냈다. 이종광 판사는 A4용지 48쪽에 이르는 논문형식의 장문의 판결문에서 부동산실명제법의 입법목적을 비롯해 명의신탁의 문제점, 부동산실명제 시행에 있어 문제점 그리고 대법원 판례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졌다. 이 판사는 특히 “대법원이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음에도 이전의 입장을 만연히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부동산실명제의 제도적 정착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면이 없는지 살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이 판사는 “신탁자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없게 한다면 수탁자는 생각지도 않게 많은 이득을 얻게 돼 우리의 법감정에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은 신탁자가 부동산실명제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위법하게 명의신탁을 강행한데서 생긴 자업자득의 결과이므로 신탁자에게 가혹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실명제법은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명의신탁자에게 민사상의 구제를 허용하게 되면 부동산실명제의 근간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제법에 위반된 명의신탁약정이나 등기를 무효를 원인으로 구하는 어떤 민사상의 청구에도 협력을 거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판사는 그러면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피고 명의의 등기는 원고가 자신에 대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해 피고와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마쳐진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눈길을 끄는 대목도 있다. 이 판사는 판결문 말미에 “수천억원의 형사 추징금을 받았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은 가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어 추징금을 납부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 자식들은 수백억원 대의 부동산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사법(司法)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타인의 이름를 빌려 투기를 통해 부(富)를 축적하고, 다시 자신이 얻은 부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타인의 명의를 빌림으로써 포탈하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다시 투기를 하다가 빚을 지게 되는 경우 자기의 재산을 타인 명의로 해둠으로써 정당한 채권자가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이런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판사는 끝으로 “명의신탁제도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원인이었고, 이를 극복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부동산실명제를 만들어 냈다”며 “이제 부동산실명제 시행 10년이 흐른 지금 법원은 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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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6월 13일 02:00:57 / 수정 : 2006년 06월 13일 02:02:02 |
첫댓글 역시 이종광 판사님다운 판결이네요,,,, 참고로 이종광 판사님은 작년 수원지법 민사 2단독에 계실 때 친일파 후손의 땅찾기 소송을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각하하시어 중앙일간지에 나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 기사를 찾아서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