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5일 대전산악연맹 밴드에 구봉산에 새로운 암벽등반지가 개척되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구봉산은 관저동에 있는 낮은 산으로 마침 시아버님이 관저동에 살고 계셔서 전에 함께 등산한 적이 있기에 조금 의아했다.
고도가 낮고 게다가 동네 주민들이 산책하듯 다니는 공원 같은 산에 암벽지를 개척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남편이 꽤 관심을 보이기에 함께 야영을 가기로 한 김에 몇 명의 지인들과 잠깐 등반을 다녀오기로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그 주 토요일(10월 7일).
12시 20분쯤 '한국발전인재개발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등산로 초입을 못찾아 약 5~7분 정도 헤매긴 했지만, 수월하게 암벽지에 도착했다. 대략 20분 이내로 주차장에서 암벽지까지 소요되는 것 같다.
등산로에 바로 인접해서 등반지가 있었고 연맹 밴드에 올려진 사진에서 본 바와 같이 나무로 만든 평상이 있었다. 공간은 좁아서 5명 정도로 구성된 등반팀 두 팀 정도 수용할 크기였다. 구봉산에 이런 암벽지를 어떻게 발견했을까 싶을 정도로 딱맞춤 하드프리 사이즈였고 바위결은 세로로 비스듬이 빗금처럼 결이 져있는 뾰족바위 형태였다.
일단 한숨 돌리면서 각 코스를 요리 조리 살펴보면서 탐색을 해갔다.
전체 코스는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고 난이도도 친근해서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기는 초, 중급자라면 누구나 와서 재미있게 등반할 수 있을 듯 했다.
낙석을 주의하라는 문구가 보였다. 개척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주의해서 등반을 할 필요가 있었고 헬맷은 필수라고 여겨졌다. 일단 5.10a부터 등반을 해보자 싶어서 조금 부담없어 보이는 '선녀와나무꾼'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스명 중에서는 '무소의 뿔처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20대 때 인생좌우명이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내 인생 살자였었는데 마침 코스이름이 그러해서 왠지 내 코스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게다가 난이도도 부담없는 5.10a이니까 좋다.
선녀와 나무꾼, 무소의 뿔처럼 모두 재미있는 코스였고 무엇보다 발 홀드를 섬세하게 찾아서 딛어야 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손 홀드도 만만치 않았지만, 바위의 형태 자체가 발이 쉽지 않은 생김새여서 재미있었고 성취감이 느껴지는 코스들이었다.
시간상 두 코스밖에 하지는 못했지만, 두 코스 모두 흔들리는 홀드가 있어서 매우 주의를 요했다. 나중에 '무소의 뿔처럼' 에서는 발홀드가 부서져서 낙석이 발생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 곳을 찾는 분들은 헬맷을 반드시 써야 할 것이고 등반시 홀드가 흔들리는지 확인하면서 등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5.10이라는 난이도가 어떤 사람들한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할테지만, 자연바위에서 5.10 은 의미있는 난이도이다. 요즘은 스포츠클라이밍을 통해 5.11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기에 5.10 이라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길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자연바위를 즐겨온 사람들은 5.10이라는 난이도가 쉽지 않은 난이도라는 걸 알 것이다. 자연바위를 할 때 등반선을 찾는 재미, 숨어 있는 홀드를 찾아서 문제를 풀어내는 즐거움 그런 것들을 5.10이라는 난이도에 들어서면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5.10이라는 난이도가 참 좋고 이 난이도를 쭉 유지하고 싶다.
미니할매바위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등반을 했다. 시간이 되면 다시 오고 싶다.
기대를 하지 않고 와서인지 생각보다 코스를 잘 만들었고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 대전에서 구봉산이라는 아주 낮은 산에 이렇게 재미난 암장이라니 인기코스가 되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단, 낙석이 지속적으로 유발될까 염려되긴 한다.
아무튼 아주 재미있었다. 루트파인딩을 해보니 산울림, 아무생각, 외유내강도 재미난 코스로 보였다. 다만, 여기를 온사이트로 성공하려면 운동 좀 하고 와야할 것 같다.
정통있는 중경산악회에서 만들어서인지 제대로 5.10 대의 난이도를 느꼈다.
선유암장에 대한 내 평가는 별 5개만점에 별 5개다. ㅎㅎ
very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