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1년의 리상과정이. 근데
이런~ 제기랄..... 이 무슨 기분이지?
1년이 끝나니 시원? 이 속깊은 사람들과 더는 못만나니 아쉬움? 이제 뭔가 알거같은데 멈춘듯한 찜찜함? 그 모든 것이겠지. 근데 1년동안 내가 이만큼 알고 깨우치고 성장했구나 하는 뿌듯함은 없나? 있다. 다행이다. 그토록 힘겹고 고통스러웠는데도 끝까지 붙들고 왔다는 대견함도 있구나. 이 과정을 함께해준 이 팀 한명한명에 대한 찐한 고마움, 애틋한 사랑이 또 있구나. 뜻을 세우고 사람들을 모아 교육계에서 진정한 만남을 꿈꾸는 편안샘과 풍바님에 대한 고마움이 깊다. 그러면서도 나의 어떤 점이 그토록 튕겨내고 싶은지에 대한 궁금함과 서운함이 또 남아있구나. 시원하다. 편안하다. 다시 또 아쉽다. 미안하다. 그립다.
두 번째 해보는 감수성 훈련.....
1. 온전히 표현해야 편안하다.
내가 정말 다른 사람의 칭찬도 못받고, 인정도 못받고, 사랑도 못받고 부정적 피드백은 더더더 못받는다는 걸 비로소 알았다. 그래서 이번 훈련에서 나는 ‘온전히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니 틀과 남의 틀이 있는데 니 껀 버리고 남의 껄 받아들이겠다는거냐고, 온전히 받고싶다는 게 뭔지 알고 말하는거냐고, 지금도 역시 내 말을 못받아들이지 않냐고.... 짚어주셨는데, 오늘은 참 그 지적이 따뜻하게 들리는구나 싶었다. 아직도 너 감정이 꽉 차있어서 온전히 받을 상대가 안보이는거라고 자꾸자꾸 덜어내는 거부터 하라고..... 들으면서 ‘아, 난 진짜 아직도 기본이 안되었구나.’ 싶어서 또 움츠러들고 좌절되는 마음 쑤욱 올라오는데 이건 순서가 있는게 아니라고, 나를 비우고 너를 받아들이고 ...차례차례 이게 되어야 저게 되는 게 아니라고 하시니 또 안심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편안해졌고, 내 느낌을 그냥 툭툭 말하게 되었다. 아, 뭔가 중요한 순간이 있었는데 생각이 안난다. 답답하다.
뒷풀이 장에서 편안님에게 힘들었다고, 고통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어서 후련하고 시원했다. 그리고 편안님 덕분에 내 오랜 세월... 권위있는 남자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노라고 말할 수 있어서 편안했다. 그리고 편안님의 솔직한 답변... 나같은 스타일이 부담스럽고 튕가내게 된다고 알아서 줄텐데 자꾸만 달라고 한다고, 그러는 너는 내 마음 알아줘봤냐고 하게된다는.... 그 때는 그냥 그렇구나. 사람마다 안맞는 스타일이 있지. 내가 편안님한테 그런 사람이구나. 그런데 일부러 참지않고 그렇다고 내치지도 않고 그냥 느껴지는 대로 직관적으로 대처하신다고, 그렇구나. 솔직하게 말씀하시니까 나도 이해가 되고 서운한 마음이 스르르 사라졌었다. 좋구나. 이렇게 풀리는구나 싶었다. 근데 지금은 조금 궁금하고 답답하다. 나의 어떤 점을 보고 자꾸만 달라고 한다고 느끼셨다는걸까? 더 내마음을 느끼고 궁금한 걸 물어볼 걸, 그때 놓쳤던 것이 아쉽다.
2. 나와 만나고 너와 만나고 우리와 만난다.
사람들이 더 선명해졌다. 생생해졌다. 신기하다.
부정적 피드백의 두려움을 넘어선 듯 보이는 공님과 완님의 모습이 부러운 걸 넘어서 그 체험이 고스란히 공유되는 것이 신기했다. 부정적 피드백하기가 왜 두려운가?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것만 같고 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공격적인가 싶고 혹여 상대방이 서운해하면 그걸 풀어줄 자신도 없고.... 그래서 안되고 실은 그 이전에 내 것이 꽉 차서 남한테 피드백해줄 뭔가가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랬는데 두 분의 모습은 놀랍고 대단했다. 부정적 피드백은 상대에 대한 깊은 애정, 오랜시간의 관찰, 상대가 정말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라는 확신을 보여주셨다. 이너피스님과 깡순정님을 향한 집요한 질문, 그러나 바탕에 깔고있는 신뢰와 확신. 결국은 뭔가에 가려있던 이너피스님, 깡순정님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발랄하고 명쾌해보였던 깡순정님이 실은 다정다감한 애정표현을 그렇게 쑥스러워하고 있었다니, 이제 더욱 풍요롭게 누릴 것을 누리고 살게될 문을 열어제친 그 모습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너무너무 축하하고 사랑스럽다.
깡순정님이 내게 고맙다고 하면서 ‘두리뭉술한 줄 알았더니 한사람한사람을 다 보고 계셨구나’ 하고 피드백했을 때 내 안에 살짝 걸림이 있었다. 장에서 물을 기회가 없어서 끝나고 살짝 가서 물어봤는데 그렇게 내 걸림을 이야기하면서 내 안의 걸림은 스르르 풀어지고 깡순정님과 조금더 관계가 깊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거구나.
사랑받고 싶다는 풍바님의 말.....참 웃긴다. 뭘 목표가 사랑받고싶다는거냐?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알아채지는 게 있었다. 온전하게 받고싶다는 내 말... 사랑도 인정도 칭찬도 온전하게 받고싶은데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랐던 나는.... 사랑받고 싶다는 저 말이 왜 이렇게 유치하게 들리는거냐. 내가 눌러온 내 욕구구나. 감추고 모른체하고 남들한테 들킬까봐 내 유치한 욕구, 이기적 욕구 들킬까봐 꽁꽁 숨겨온 걸 저렇게 툭 털어놓는게 어이없는거구나. 그러니까 풍바님이 참 용기있게 보이고 솔직해보이고 친근감이 들었다. 또 칭찬하는 말을 하면 쭈뼛해지고 너무 좋으면서도 잘 받지 못하고 그런다는 말에 엄청 반갑고 .... 그걸 다 거쳐왔구나 싶은게 대단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다는 말의 의미가 그거였구나 싶어서 친근감 느껴지고... 그랬다. 목소리가 생생한 풍바. 살아있구나.
시나몬. 따뜻한 피돌기를 가진 인간으로 느껴지고...흐흐 그래서 반갑고 고맙고 이쁘다. 그런 아픔, 그런 마음 갖고 있었구나. 여기서 풀 수 있어서 너무너무 다행이다. 그런 자기를 알고 표현하고 편안님의 리더십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대견하고 멋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마운 건 덕분에 나도 문을 열게 되었다는 것. 시나몬은 그런 계기가 있어서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했다. 특히나 학교사회에서 사람간의 만남은 어차피 한계가 있고 따뜻한 인간적인 정이란게 결국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일 앞에서 허탈하게 스러져버리는 거라고. 근데 나는 언제부터 이런 마음을 먹었던 것일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한 사람인듯 일체감을 느낄 수 있어? 그런 걸 바라는 게 너무 순진한거 아니야? 더구나 뭔가 노력하고 애써서 깊이있는 관계가 되나, 다 인연이 닿는 사람끼리 엮이면 좋은 거고 안되면 또 그렇게 흘러가는거지. 그러다보니 두루두루 그냥 다 잘 지내고 큰 문제 없고 약간 서운한 문제 생기면 꿀꺽 삼키면 또 잊혀지고, 앞에선 웃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돌아서면 외롭고 쓸쓸하고 그러다보니 사는게 뭔가 싶고 허전하고 공허하고..... 근데 그런게 사는거라고 당연한거라고 여기고 있는 나. 뭐지? 왜 이렇게 된거지? 어려서부터 나는 그래왔는데.... 쩌어억 갈라지는 이 견고한 믿음. 근데 이 갈라짐이 너무 반갑고 설레고 따뜻하다. 좋다. 내가 이거 얻으려고 여기 이렇게 붙잡고 왔나보다. 이 따뜻한 사람들의 탄탄한 신뢰와 연대.... 그리고 이제 그걸 표현할 강력한 무기를 얻어 활짝 꽃피우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고 나 여기 앉아있나보다. 아니, 나도 그 중의 한 송이 꽃이 되려고..... 그래서 여기 있구나.
멍하고 시원하고 또 개학 1주일을 보내고 나니 많이 희미해지고 아쉽고
그래도 여전히 따뜻하고 좋고..... 사람들 만나는게 두렵지않고 반갑고
아무리 짧게 스쳐지나가는 사람도 마음으로 만나고싶고
지금 안되어도 희망이 생기고
가야할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안심되고 ....
조급해하지 않는 내가 기특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