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조윤희 선물이란 단어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울림이 있다. 선물이라는 음절의 조합만으로도 반짝이는, 가슴 뛰는, 마음의 경계를 푸는, 놀람, 환희, 기쁨, 행복…. 이러한 기분이 순간적이지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게 되며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진다. 어릴 적, 마음 놓고 선물을 고대하며 기다릴 수 있었던 날은 누가 뭐라 해도 생일날, 크리스마스였다. 일 년에 하루, 생일날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차려진 생일상을 둘러앉아 먹고 놀다가, 참석한 이들로부터 받게 되는 곱게 갈무리된 선물 포장지를 받아들고 조심조심 뜯을 때, 혹은 크리스마스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머리맡을 더듬어 놓인 선물상자를 손끝으로 확인할 때, 이 때만큼은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에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선물은 무엇이든 좋다. 친구들이 선물한 학용품 세트도, 부모님이 사주신 새 옷도, 산타할아버지가 놓고 가신 장난감도 뭐든 좋았다. 중요한 것은 기대했던 시간이 다가와서 선물을 받고 그것을 뜯을 때였다. 이 선물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었다. 방해받지 않고 내게 주어진 선물을 받아드는 이 시간만큼은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내가 주인공인 시간이었다. 그래서 선물이 좋았었나보다.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나를 위해 쏟은 시간과 정성이었고 내가 그것을 받아들고 확인하는 순간만큼은 나를 위해 사전에 예약된 시간이자 오직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었으니까. 조금 철이 들면서는 좋아하는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고르고 구입하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께, 친구에게 줄 무언가를 생각하며 며칠을 고민하며 고르고 골라 샀을 때에도, 그리고 정성스레 포장하여 선물의 주인공에게 아무것도 아닌 듯이 범상하게 쑥 내밀 때에도, 마음속으로는 수줍은 망설임 끝에 내미는 것이라는 것을, 뛰는 가슴을 억제하고 애써 표정을 감추는 것이라는 것은 누군들 알 것인가. 어린 시절, 손때 묻은 선물을 버려야 될 때가 되면 그래서 그렇게 싫었던 것일까. 나의 기쁨과 추억을 같이 버리는 듯해서 무언가를 버리는 것은 그래서 그리도 어려웠다. 선물은 늘 그랬었다. 사용하다가 필요성을 상실할 때, 즉 선물로 받았던 물건이 닳거나 낡아서 버려야 될 때면 버렸다가도 서운한 마음에 한번 버린 물건을 다시 찾아다 몰래 감춰 놓기도 했다. 결국에는 새 물건에 밀려 감춰둔 물건을 잊어버리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버려야 될 때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 물건들과 이별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성이 들어간 물건을 손에서 급작스럽게 떠나보내는 것은 생각한 것처럼 나에게는 쉽지만은 않았다. 가장 뜻있는 선물은 지금의 남편이 처음 사귀고 나서 백일기념이라며 사주었던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다. 그다지 값나가는 물건은 아니어서 착용한지 며칠 만에 장신구 알이 빠져 오래 착용할 수는 없었지만 고이 상자에 간직된 채 아직까지도 깊숙이 보관하고 있다. 그 안에는 설렘과 추억이 있다. 연애시절의 황홀한 시간들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이제는 나와 일체가 되어 나의 기억 자체가 되어버린 ‘선물’이다. 물론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생각날 때 어쩌다 한 번씩 보게 되지만 그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20대의 추억과 설렘을 잃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에 받은 인상 깊었던 선물은 지인이 코바늘로 떠준 수세미이다. 최근 코바늘뜨기의 재미에 빠진 그 지인은 코바늘을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배웠다는데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자 코바늘뜨기 책을 사서 떠야 할 도안을 고르고 선물할 누군가를 생각하며 고운 색깔의 실을 직접 구입하여 열심히 떴다고 했다. 그렇게 떠서 바삭거리는 투명한 포장지에 싸여 건네진 푸른색과 노란색 수세미는 너무나도 예뻤다. 수세미라는 어감과는 어울리지 않게 반짝거리는 실들을 후광처럼 두르고 있는 깜찍한 딸기모양 수세미는 고급스럽기도 하였지만 지인의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이 느껴져 섣불리 쓰기에도 아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이처럼 기억에 남는 선물을 준 적이 있었을까? 선물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사진처럼 남겨질 나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물을 주고받았을 것인데 누군가에게는 예쁜 추억이 담긴 선물을 준 이들 중 하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국어사전에 선물은 “남에게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줌” 이라고 되어있다. 선물은 정이다. 나 역시 선물 하나하나도 예사로 고른 적이 없다. 그 사람에게 효용가치가 있을지, 혹은 마음에 들어 할 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고르고 골랐고 그런 마음이야말로 바로 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던 작던 이렇게 정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으면 서로 간에 반드시 마음이 통하리라고 믿는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좋아하는 주변의 지인에게 혹은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나의 정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값진 일들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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