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순창 골목길
나타난 너른 공터에
같이 늙어가는 애마를 묶어두고
늦은 십일월의 짧아진 해
여관 간판에 매달린 전등이
환영하듯 깜빡이게 하고
온돌이 아닌 전기 패널이
방바닥을 데워놓은 103호
방문을 여니 기다렸다는 듯
고독이 밀려 나온다
몇 해 전 화단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하던
몇몇의 시든 잎들은 모두 가고 새로 태어났지만
그마저 시든 잎들은 나를 모르리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하나
나갔던 103호의 고독은
여관 화단을 휘돌아 다시 들어와서
자기가 모두 이야기했다며
지난 일은 잊고 지금만 생각하란다
싸늘하게 식은 캔커피
뜨거운 아랫목의 엉덩이
차가운 위와 장
묘한 여운이 느껴질 때
순창 금산여관의 화단에 늦가을의 별빛이 내려앉는다 (2024. 11)
첫댓글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향하게 되면 꼭 들려오고 싶은 곳이 되었어요.
주인 분과도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싶기도 하고요.
그 얘기 중엔
홍주 선생님 얘기가 제일 많겠네요. ㅎ
상상만으로도 좋은 여행입니다. ^^
가 보시면 별로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나만 빼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