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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롬바드 가’라는 지명이 영국 런던의 은행가를 가리킨다는 사실, 그리고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The Bank)이 국책은행이 아닌 주식회사 형태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영란은행은 1694년 영국 왕실에서 설립한 주식회사 형태로 출발한 민간 특허은행이었고, 점차 영국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조치로 인해 중앙은행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영란은행이 위치한 롬바드가에는 다양한 민간은행들이 설립되어 은행가로서의 위상을 지닐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영국의 은행가를 뜻하는 지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은 세계 금융의 중심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겨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실상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과는 다른 영국의 독특한 은행 시스템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21세기의 금융 시스템은 보유하고 있는 금 혹은 은을 기준으로 그 가치만큼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금(은)본위제가 폐지되어, 저자가 말한 은행 체계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 책의 내용이 영란은행의 역할을 비롯해 19세기 영국의 금융 상황을 다루고 있기에, 21세기 세계 금융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은행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춘 영국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적어도 중앙은행의 역할과 화폐의 가치가 결정되는 과정, 그리고 공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급준비금을 보유해야만 하는 이유 등 경제학의 기초적인 지식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은행은 아니지만 정부와 독립된 기관으로 ‘연방준비기금’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나 역시 알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영란은행이 주식회사 형태이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주주와 정부 사이의 조율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은행의 역할이 극적인 공황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적절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 강조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당시 영란은행이 그 역할을 적절히 하고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은행의 역할 가운데 고객으로부터의 신용이 가장 중요하며, 신용을 얻지 못할 경우 쏟아지는 예금 인출 요구로 인해 파산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결국 지급준비금도 중요하지만, 은행의 신용이 안정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전제 조건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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