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전설에 의하면, 선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들기 위해 치마폭에 흙을 담아 가다가 조금씩 흘린 것들이 여기저기 형성되어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지질학에서는 오름을 화산 활동의 흔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섬의 여기저기에 솟은 산들을 그런 전설로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하겠다. 한라산의 화산 활동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던 옛 제주 사람들에게, 섬의 곳곳에 높고 낮게 형성된 산들의 정체는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산이나 봉우리를 뜻하는 ‘오름’이라는 명칭을 붙여주었고, 가장 높은 한라산을 만들려다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그러한 전설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축적되면서, 화산 활동의 영향으로 바다에서 솟아오른 결과가 제주도라는 섬을 형성되었다는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각기 시대를 달리하는 소규모의 화산 활동이 제주도 곳곳에 기생활동의 흔적으로 작은 산 혹은 봉우리를 형성하여, 현재의 오름으로 탄생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살던 중산간(산중턱)이나 해안가에 마을이 형성되고, 마을과 가까운 오름들은 사람들이 기대어 사는 터전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랴서 해안에서 가까운 오름들은 목장이나 농토로 활용되기도 하고, 제주도가 관광지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휴게시설과 심지어 골프장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제주도 출신인 저자에게 오름을 답사하며 소개하는 것이 고향의 정체를 탐색하는 과정이었고, 직접 찾아가 답사를 하면서 오름의 형세나 지형 그리고 그곳의 식생과 주민들과의 관계를 조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오름을 찾아서 그 특징에 대해 신문에 연재하던 시절, 제주도는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기 전이라고 파악된다. 아마도 30여 년이 흐른 지금 저자의 소개와 달라진 오름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지도에 없는 혹은 지도의 위치와 다른 오름들을 직접 찾아서 소개하는 저자의 열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라고 하겠다.
전체 3권으로 이뤄진 시리즈 가운데 2권은 성산음과 안덕면, 애월읍과 우도면 등 4개의 지역에 분포한 오름들을 소개하고 있다. 섬인 우도에는 쇠머리오름이라는 단 하나의 대상이 있기에, 책에서는 실제 3개 지역의 오름들을 탐사하여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주도를 찾을 때마다 그 지명의 유래에 대해 궁금하게 여겼지만, 이러저러한 다양한 설명이 곁들여질 뿐 확실하지는 않다는 조건이 붙어 궁금증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오름의 명칭에 대해 소개하고, 그 유래를 설명하는 내용을 통해 조금씩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물론 저자 자신도 특정 명칭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거나, 혹은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는 내용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관광지로서 제주도를 찾는 이에게 오름들을 답사하는 것이 쉽지 않겠으나,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제주도에 갈 때마다 적어도 오름 하나쯤은 방문 계획에 포함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