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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는 종교와 왕정의 권위가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활동했던 철학자이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남긴 데카르트의 이원론에 대해 회의하면서, 세상은 필연적으로 그 존재를 유지하려고 하는 관성(코나투스)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 합리주의 철학자로서 평가되고 있다. 성경의 해석을 성직자들이 독점했던 중세적 사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였고, 그리하여 ‘신’의 실체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하고자 했던 그를 일컬어 당대의 권력자들은 ‘무신론자’ 혹은 ‘이단’이라는 단어로 규정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엄혹한 현실에서 세상의 이치와 신의 존재를 합리주의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던 그의 사유가 철학사에서 지닌 의의가 결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생애를 소설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저자는 스피노자의 삶과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적 글쓰기가 내(저자)가 바라던 아주 특별한 형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피노자가 유대인 공동체에서 생활하다가 벗어나는 과정, 막강한 권위를 지니고 있던 데카르트의 사유를 극복하기 위한 철학적 열정, 그리고 그를 돕고 혹은 비판했던 주변인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소설 형식으로 구성된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스피노자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을 통해서, 기존의 이론과 다른 학설을 제기할 때 으레 뒤따르는 권력과 권위에 의한 반발이 얼마나 거셌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번역자는 이 책의 성격을 ‘스피노자라는 한 철학자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고 하면서, ‘오늘날 사라진 한 세계의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 모든 문학적 수단’을 동원하여 구성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철학적이기에는 너무 문학적이고, 문학적이라기에는 너무 철학적이고 역사적’이라는 언급을 덧붙이고 있다. 나 역시 책을 읽고 난 후 번역자의 이러한 평가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상 스피노자의 대표적 저서인 <에티카>는 그 내용이 난해하여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티카>에는 ‘기하학적 질서로 증명된, 그리고 5부로 구성된’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이러한 표현에서부터 자연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철학의 주요 개념을 풀어내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스피노자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소개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생애는 물론 주요 사상과 그것이 탄생된 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암스테르담, 1677년 자유의 발명’이라는 부제는 스피노자의 사유가 지닌 특징을 단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표현이라고 이해된다. 부제에서 제시된 ‘1677년은 스피노자가 죽은 해이며, 동시에 살아남은 그의 친구들과 제자들에 의해 ...그의 유고집이 발간된 해’라고 한다. 따라서 스피노자의 합리주의적 사유가 담긴 그의 저서가 발간되면서, ‘그의 삶, 그를 만든 모든 사람들의 삶, 종교적 권위와 정치적 폭력에 대항해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싸운 남자들과 여자들, 역사에서 잊힌 그러나 눈부신 그 사람들의 모험은 자유의 발명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는 사실을 주목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나로서는 이 책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스피노자의 생애와 사유 그리고 당대의 상황과 인물들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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