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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라는 질환은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지고, 결국 가까운 가족들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진행되는 병이라고 한다. 아직 내 주변에서는 그런 경우를 직접 겪지 못했지만, 이미 그러한 환자를 겪은 지인들로부터 그 상황의 곤혹스러움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평생 목회자로 번듯하게 살아오시던 아버지의 치매를 겪으면서, 그 과정까지 온당하게 지켜보았던 딸의 임상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서 집 근처를 산책하던 환자의 상태가 점점 심해지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외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개도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약해진 자들과 동행하는 삶의 해석학’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목회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치매에 걸린 친정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면서 경험했던 일과 그에 관한 느낌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평생 목회자로 살아왔던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리고, 함께 살아가면서 겪고 느꼈던 복잡한 저자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다. 그나마 저자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어도 돌볼 수 있는 가족들이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노년을 맞은 이들에 대한 ‘돌봄’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잊지 않고 있다. 저자는 여러 해 동안 아버지의 병이 진행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적어나갔지만, 아마도 환자를 돌보는 일은 가족들에게 하루하루가 힘겨운 상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치매 환자가 항상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너무도 명료하게 과거를 기억할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잠시 뒤에는 여지없이 그러한 사실조차 망각하고, 환자 스스로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답답해하는 모습을 연출하곤 한다. 때로는 목회자로서 종교적 신념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치곤 과학의 힘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것을 절감하는 내용이 토로되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 항목에서 아직 어린 딸에게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거든’이라는 제목으로 고백하는 내용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친정아버지의 치매를 겪으면서, 만일 내가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이해된다. 이 책을 통해 노년의 삶과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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