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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과 정치’라는 부제의 이 책은 ‘무의식의 저널 엄브라’의 연속 기획 가운데 하나로 출간된 것이다. 제목으로 내세운 ‘폴레모스’는 ‘전쟁의 화신’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번역자와 편집자의 언급에서도 이 책이 ‘폴레모스’로 대변되는 ‘전쟁’과 그것을 초래하는 정치의 문제에 집중될 것처럼 안내한다. 최근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큼직한 전쟁을 들더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알방적인 학살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잇을 것이다. 하지만 서두의 이러한 진술과는 다르게, 다양한 저자들의 글에서 ‘전쟁’을 깊이 성찰하는 내용의 글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그 이유를 원저가 2001년에 출간되었다는 것, 그리고 저자들이 편집자의 의도와 다른 내용의 글들을 저술했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되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항목 가운데, 첫 번째 주제는 바로 ‘보편성’이다. 여기에 수록된 4개의 글 가운데 2개가 ‘좌파’ 혹은 ‘좌파성’이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나머지 글들에서는 ‘시민성’과 정신분석의 오랜 소재이기도 한 ‘안티고네’와 관련된 관점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정신분석이 토대로 삼고 있는 서구의 문화적 전통과 이론들이 주로 논의되고 있어, 그 내용의 ‘보편성’을 어떻게 접맥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이러한 논의는 ‘진리와 일자’라는 주제를 다룬 2부의 글들에서도 다소 추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하이데거와 라캉 그리고 바디우와 들뢰즈 등 현대 서양철학의 주요 인물들이 제시한 이론과 개념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21세기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 추상적 성격으로 인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개인적으로 정신분석이라는 분야에 대해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관련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 개념들에 대해 조금은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낯설고, 그들의 글들에서 도드라지게 표현되는 어휘들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마지막 3부에서는 ‘승화와 동성애’라는 주제로 2개의 글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아마도 21세기 초반 페미니즘 이론에서 주요한 관심사로 제기되었던 문제라고 이해된다. 이미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필자들의 이견들은 이제 관련 분야에서는 ‘보편적인 논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에서 다소 시의성을 문제 삼을 수 있을 듯하다. 언젠가는 정신분석이라는 분야가 나에게도 조금은 친숙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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