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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기 전에는 제목의 수식어로 달린 ‘난처한’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난생 처음 한번 읽어보는’이라는 표현의 축약임을 알게 되자, 어쩌면 그러한 수식어가 이중의 의미를 품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에 대하 설명하는 것이 저자에게는 ‘난처한’ 상황이었을 것이며, 오히려 그것을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방식으로 풀어내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8권까지 출간된 시리즈이기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아울러 독자들의 호응도 뒤따랐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출간되었을 것이다.
‘처이콥스키, 겨울날의 찬란한 감성’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음악 세계 그리고 음악사에서 그의 영향과 의미를 쉽게 설명하는 내용이다.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이 차이콥스키의 작품인 것을 알고 있고,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기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 음악들을 우연한 기회에 간혹 들어봤던 기억만을 지니고 있다. 저자가 소개한 대로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함께 읽어내지는 못했지만,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방식으로 인해 그의 생애와 음악 세계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책에 소개된 음악들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러시아가 유럽의 음악사에서 ‘꽤 오랫동안 변방’으로 남아있었기에, 저자는 러시아의 음악 상황을 소개하기 이전에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에서 민족주의 음악이 태동했던 시기의 분위기를 먼저 소개하고 있다. 실상 ‘민족’ 혹은 ‘국가’라는 개념이 근대 이후 만들어진 ‘상상의 공동체’라는 주장이 베네딕트 앤더슨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개념은 근대 국가가 형성되면서 공동체 성원을 묶어주는 역할을 했으며, 유럽의 문화에서도 이러한 움직임 일어나면서 19세기 후반의 음악의 주류적 흐름을 이른바 ‘민족주의음악의 시대’로 지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의 그리그와 체코의 스메타나의 작품과 특징을 설명하면서, ‘19세기 유럽 각국에 민족주의 운동이 확산되면서 음엑에 영향을 끼쳤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19세기 중엽 이후 유럽 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러시아만의 특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던 상황을 소개하면서, 러시아의 민족성을 음악에 담아내야 한다는 5명의 ‘막강한 소수’의 등장과 그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에서 민족주의 음악의 흐름이 대두하던 시대에 살면서 차이콥스키가 음악가로 성장했던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차이콥스키는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법률학교에 진학하였는데, 직업 음악가가 그다지 존중받지 못했던 당시 러시아의 풍토에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한다. 졸업 후 잠시 공무원으로 근무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졸업 후에는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로 취직하면서 다양한 작품들을 완성하여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쌓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그의 음악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작곡가로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게 되었고,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 음악을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레 음악 작곡가’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일찍이 동성애자라는 자신이 성정체성을 확인하고 주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했지만, 3개월 만에 파국을 맞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직접 만나지 않고 편지로만 소통한다는 조건으로 거액을 후원했던 메크 부인과의 인연으로, 차이콥스키는 음악가로서 활동을 집중할 수 있었다. 평생 작곡가로서 다양한 작품을 남기고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본인은 정작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당시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성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함께 그가 살던 시대의 분위기와 음악 세계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내용을 이끌어가기 위해 ‘가상의 청자’를 등장시켜, 그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고 저자는 그에 관한 답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각 항목의 말미에는 ‘필기노트’라는 제목으로 본분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것도 인상적으로 여겨졌다. 또한 책을 읽는 동안 본문에 소개된 음악 작품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제시하는 것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에 집중하면서 읽었지만, 다시 읽게 된다면 음악을 재생하면서 그 분위기를 충분히 접해볼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서 차이콥스키라는 음악가와 한층 더 가까워졋다는 느낌을 받게 된 점이 나름의 성과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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