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사연이 많은 간이역.
간이역은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추억이 서려 있다.
애끓는 어머니의 글썽이는 눈물을 뒤로하고 억지로 참으며 입영열차를 타고 가는 까까머리 신병.
첫눈 오는 날 돌아오겠다며 떠나버린 간이역.
무릎까지 쌓인 눈을 힘겹도록 쓸고 또 치워도 돌아오지 않는 첫사랑이 그리운 곳.
살림 밑천이라는 4남매의 고명딸을 백발 숭숭한 노모에게 맡겨두고 아들 셋을 데리고 객지살이를 떠났다.
해만 지면 엄마가 보고파서 눈물 글썽이며 울다 지쳐 잠든 어린 소녀.
5일 장날 아낙들이 장 보러 가는 날이면 행여나 나가보는 간이역.
이번 추석에는 어떻게든 엄마 손을 놓지 않고 꼭 따라가겠다고 손꼽아 기다리며 보름달을 보며 하룻밤을 거의 지새다시피하고 엄마 눈치를 살폈다.
방 한 칸을 더 마련하면 데리고 가기로 했지만 여의찮아 같은 보름달을 보며 밤잠을 설친 엄마는 시린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민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떼어놓고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매정하게 떠나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할머니의손을 잡고 되돌아가는 소녀는 무정한 엄마가 얼마나 미웠을까.
5학년이 되면 데리고 가겠다는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그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회갑이 지나고 흰 머리카락이 브릿지처럼 섞여 난 친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렸다.
5일 장날이 되고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는 증기 기관차가 간이역에 도착하면 물물교환을 위한 큼직한 보퉁이를 들고 오르내리면 누구라도 힘닿는 데까지 서로 도와주던 따뜻한 정이 오갔던 시절.
열차에 오르면 어김없이 승무원은 삶은 계란과 김밥 등 간단한 요기꺼리를 들고 외치며 다녔다.
찻간에서 엄마의 호주머니를 털어 사 주시는 계란과 사탕 등 간식거리는 그야말로 꿀맛이었지.
그렇게 정겨웠던 장날 훈훈한 정이 오가는 만남의 장인 간이역은 오래전에 폐역이 되어 오가는 사람 없이 먼지가 켜켜이 쌓인 폐허로 남아 녹슨 자물통이 굳게 채워져 있고, 덩굴식물이 엉켜있는 창틀에는 거미들의 낚시 그물망이 햇빛에 반짝인다.
깊어지는 가을날 무궁화 열차마저 기적소리만 울리고 지나치는 간이역.
세월이 흐른 뒤에도 간이역은 삶의 애환과 그리움 그리고 아련한 사랑과 추억은 우리네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첫댓글 기억 속 간이역, 갖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에 가슴 아린 추억도 많은가 봅니다. 오랜만에 보는 샘 글, 반갑고 고맙습니다^^
얼굴 한 번 봐요!
네. 휴식기간이 너무 길었나봅니다. 억지로 시동을 걸어 몇 자 적어보았어요. 가을이 저의 펜을 들게 하네요.ㅎㅎ
25일 금요일에 참석할게요.^^
@한사랑 가을에 글 쓰기 시동 거신 일...최고의 선택입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아슴아슴 옛 간이역
그때 반티장사 기억 완행열차 그때 뭘 사묵었는지 생각나지 않는 나이가 됐네요 아 즐거워라 기억 났다면 슬픈 기억 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