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는 사관이 실록을 통해 역사를 후대에 전했다.
그렇다면 일반 백성은 무엇으로 자신들의
삶을 후대에 전했을까?
그중 하나가 노래다.
그해 유행했던 노래를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갔는지,
무엇을 그리워하고 무엇을 바랐는지
삶의 맥을 읽을 수 있다.
1953년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는
흥남철수 당시 가족과 헤어진 피난민의 아픔을 담은 노래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살아남아야 했고,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면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했다.
1950년 12월, 장진호전투 이후
후퇴하던 유엔군과 수많은 피난민이 흥남부두에 모였다.
그리고 철수 작전이 시작되었다.
그때 마지막 피난민 수송선 가운데 하나였던
매러디스 빅토리아호의 선장 레너드 라루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배에 실려 있던 화물과 물자를 내리고
1만 4천 명이 넘는 피난민을 태웠다.
배는 무사히 남쪽에 도착했고,
거제도로 향해 피난민들을 내려놓았다.
이 배에 올랐던 피난민 가운데에는
훗날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부모도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역사를 더 살펴볼 수 있다.
전쟁터에서는 무기가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지만,
매러디스 빅토리아호에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화물을 내려놓고 피난민을 태웠다.
무엇을 싣느냐에 따라 배가 하는 일이 달라진 것이다.
물론 흥남철수는 수많은 군인과 선박의 지원 속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작전이었다.
그 안에서 한 선장과 선원들이 보여준 선택은
오늘 우리에게도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며,
무엇을 내려놓을 때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장진호전투와 흥남철수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사람을 살리려는 선택은 존재했다.
전쟁을 겪었다고
저절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평화를 이루려면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흥남부두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고향을 잃은 슬픔과 가족을 찾아야 하는 간절함이 남았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그 아픔을 노래로 전했고,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 노래에서 당시의 역사를 다시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공부는 무엇일까?
왜 홍익인간 인성교육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와 다른 사람의 처지를 살피고,
상대를 돕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구하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평화는 만들어진다.
매러디스 빅토리아호가 보여준 기적은
과거의 역사로만 남아 있지 않다.
오늘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에서 벗어나
상대를 돕고자 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사람을 이롭게 하면서 평화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오늘의 삶에서 함께 연구해 보아야한다.
2026년 10월 21일 아침에
사회연구원 김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