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박송월

[오원]

분갈이-박송월 
 



분갈이를 한다
크고 하얀 예쁜 화분에 양분이 많은 사랑을
푸석한 세월에 섞어 작년에 사온 화초를
조심스레 옮겨 심는다
몸살이 있을 거야 네 터에 뿌리 내리려면
정성을 흠뻑 얹어주고 꽃피울 날을 기다려야지

반듯한 가르마에 비녀 꽂은 쪽진 머리
고운 한복이 어찌 그리 단아하던지
눈감고도 환히 보이는 모습
귀 막고도 들리던 해맑은 웃음이
스물아홉 내 곁에서 잠시였는데
시집을 간다네 고운 내 아이가

들쭉날쭉 막연한 생각들이
저만치에서 서성거릴테지
살아본 에미의 소견으론
시집살이 생각하기 나름인게지
세상 속 작은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마
건들면 퍼지는 허브마냥
항상 너만의 향기를 풀어 놓으렴
정성을 모으면 넉넉한 마음이 
피어나 채워질 너의 꽃밭

오늘도 나는 분갈이를 한다
내 아이를 향한 기원과 그리움을 섞어가면서
(2007. 12 딸을 시집보내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