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는 너도밤나무의 군락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옛날 이 섬에 사람들이 처음 살기 시작할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하루는 산신령이 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산에 밤나무를 백 그루만 심어라." 하였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밤나무 백 그루를 심었지요. 어느 날 산신령이 다시 찾아와 물었습니다. "밤나무 백 그루를 심었느냐?" "예, 백 그루를 심었습니다." "틀림없겠다?" "예, 틀림이 없습니다." "그럼 같이 세어보자." "하나, 둘, 셋, 넷 ...." 그런데 세어보니 한 그루가 모자랐습니다. 다시 한 번 세어보았지만 역시 한 그루가 모자랐습니다. 신령님은 화가 났습니다. "이놈들, 나를 속이다니?" "분명 백 그루를 심었습니다." "그럼 다시 세어보자. 이번에 세어 역시 한 그루가 모자라면 벌을 줄 터이니 그리 알아라." "하나, 둘, 셋, 넷, 다섯...." 나무를 세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 떨었습니다. 이번에도 백 그루가 안 되면 큰 벌을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과 낯이 익은 산에 사는 나무들은 마을 사람들이 벌을 받을까봐 같이 떨었지요. "아흔 여섯, 아흔 일곱, 아흔 여덟, 아흔 아홉." 역시 밤나무는 아흔 아홉 그루였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 섰던 조그마한 나무 한 그루가"나도 밤나무!" 하고 외쳤습니다. 산신령이 그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밤나무와 비슷했던지 "그래, 너도 밤나무다." 해서 이름이 너도밤나무가 되었는데, 그 뒤로 마을사람들은 이 너도밤나무를 특히 잘 가꾸어 주었다고 합니다.
울릉도에서 전해오는 전설과는 다르게 저는 너도밤나무의 유래를 혼자서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사실 너도밤나무의 열매는 너무나도 탐스럽습니다. 빛깔도 그렇고, 크기도 그렇고, 윤기도 그래 우리가 흔히 보는 밤보다도 훨씬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생겼습니다. 그러나 맛을 보면 도대체 먹을 수가 없는 밤입니다. 누군가가 큰 기대를 가지고 너도밤나무 열매를 주워 맛을 보았더니 생긴 것하고 딴 판, 실망이 커서 밤알을 떨어드린 나무를 보고 "너도 밤나무냐?" 한 것이 아닐까, 혼자서 그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겉으로 보기는 좋지만 그 맛을 본 뒤에 실망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어디 너도밤나무뿐일까, 너도밤나무 열매를 주우며 우리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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