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마음에 드는 땅을 샀다. 몇 년 전부터 집지을 땅을 사기 위해서 부동산소개소나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아서 땅을 둘러보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중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별 땅이 있을까?’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둘러본 땅은 직지사 근처, 촌락의 끝자락에 위치한 과수원이었다. 뒤쪽으로는 아담한 산이 둘러싸고 앞쪽으로는 전망이 툭 트여 멀리 시가지가 보이는 곳이다. 지세가 편안하고 아늑했다. 땅을 보고 며칠 뒤, 달라는 대로 땅값을 주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
이제는 집지을 일이 남았다. 내년 3월에 집지을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쳐야한다는 조급증이 일자 시간은 더욱 빠른 속도로 번개처럼 달아났다. 좋다는 집도 많이 둘러보고, 건축 관련 책도 수십 권 읽었다. 집의 주제는 먼저 건강하고 생태적인 집, 작고 단정하고 예쁜 집, 주변 풍광에 보탬이 되는 집이다. 황토집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러다 얼마 전 <1억 원대 집짓기>란 책을 보았다. 그 책에 금산에 있는 스트로베일하우스를 보는 순간 필이 ‘팍~~~’ 꽂혔다. 건축가와 통화하고 미팅날을 정했다. 건축 설계도하고 시공도 하는 이웅희씨는 호주에서 스트로베일하우스 워크숍을 마치고 국내에 처음 스트로베일하우스를 지은 사람이다, 호리호리한 다부진 몸매, 햇빛에 달구어진 다갈색 얼굴, 우리 시절 20대 청년의 장발장 같은 헤어스타일, 현장에서 일해온 우직한 노동의 향기가 솔솔 풍긴다. 우리 땅을 둘러보고 난 다음에 찻집에 앉아 집설계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했다. 그 날, 집에 들어와서 이웅희씨가 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하우스>란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책 표지는 압축한 볏짚 즉 베일이다. 베일 가운데 사진은 저자가 동강 제장마을에 살림집으로 지은 스트로베일하우스이다.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house’란 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육면체로 압축한 볏짚을 채우고 안팎은 황토로 미장하는 생태주택이다.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원조는 미국의 평원지대인 네브라스카주이다. 평원이기에 나무나 돌이 부족해서 주로 잔디를 쌓아 집을 짓다가 밀짚을 압축하는 베일러baler를 만들었다. 미국 여성 ‘애티나 스틴’이 이 압축 밀짚으로 혼자 집을 지은 것을 계기로 이삼십년도 채 되지 않아서 서구에서는 스트로베일하우스가 생태건축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이 책은 2002년부터 계획하고 2005년에 지은 국내 최초의 스트로베일하우스인 '동강사랑'의 제작 과정을 담은 것으로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기술적인 문제와 시공방법을 담았다. 스트로베일하우스의 기본 설계와 견적 뽑기, 골조 방식을 통한 기초 만들기와 지붕 올리기, 벽 쌓기, 미장하기와 마감까지의 내용을 컬러 사진을 곁들여 소개한다.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장점은, 재료의 생태성과 우수한 단열성과 통기성이다. 실제로 지은이는 자신이 스스로 지은 동강의 스트로베일하우스에서 청국장을 한 달 내내 끓여도, 삼겹살을 구워도 냄새가 배지 않고 늘 신선한 공기를 유지했다고 한다. 스트로베일하우스는 베일 한 개의 무게가 20kg이므로 구조적으로 전혀 취약하지 않고, 화재에도 방염이 잘 된다, 스트로베일하우스의 단점은 물에 약하다는 것이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기초 세울 때나 창문턱, 화장실, 주방은 특별 방수 대책을 세운다. 황토 미장 후에 발라주는 발수제로는 천연수입마감인 키젤이나 찹쌀풀, 해초풀을 발라주면 문제가 없단다, 공정을 잘 지키면 황토집처럼 갈라지는 크랙현상도 거의 없단다. 칙칙한 황토색이 싫다면 얼마든지 천연페인트로 색을 바꾸면 된다.
엊그제 이웅희씨가 소개한 황간 백화마을을 둘러봤다. 황간 반야사 가는 길의 왼쪽 산자락에 알록달록하게 들어선 귀촌마을이다. 30여 가구에 달하는 집은 모두 스트로베일하우스이다. 마을 입구 매점에 들어가니 금방 이사 왔다는 중년의 여인이 하나 남은 빈집을 소개해줬다. 전체적으로 집의 외양은 거의 비슷하고, 유럽식 스타일이라고 했다. 빈집에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여기 동네 사람들은 전국에서 모여드는데 모두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예요. 간섭은 하지 않고, 모두들 협조적이예요. 태양광을 설치한 집이 많고, 냉난비, 상하수도, 전기요금이 거의 들지 않고, 자고 나면 몸이 가뿐합니다.”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 인터넷 카페, 'http://cafe.naver.com/strawbalehouse' 는 회원 수 4만 5천명을 거느린 활발한 카페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스트로베일하우스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와 정보가 있고, 1주일 정도의 스트로베일워크숍도 실시한다. 워크숍을 수료한 사람 중에 자신의 집을 스스로 짓는 사람도 있다.
첫댓글 별꽃님의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기대 됩니다.
별꽃님의 그 꿈이 이루어 지는날이 기대 되는군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