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건강 5. 미생물 공부를 하는 이유

[김혜성]

치과의사인 나도 실은 이가 별로 좋지 않아 임플란트를 4개나 했다. 누가 이유를 물으면 어렸을 적 시골에서 태어나 이를 제대로 닦아야 한다고  배우지 못했다 핑계를 대기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에 처음 올라왔는데, 몇학년 때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첫 구강검사를 받았던 흐릿한 기억이 있다. 흰 까운을 입은 어떤 사람이 검은 소독약이 담겨진 컵에 기구를 하나 넣고, 한 아이의 입을 보고는 그 기구를 컵에 한번 휘둘러 씻고 다시 다음 아이들을 보기를 계속했다. 내 차례가 되었는데, 입벌리기가 싫어서 힘을 주었다. 누구에게도 얘기하진 않았지만, 이빨이 자주 아픈 것으로 보아 분명이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란 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억지로 대충 내 입을 훝어본 검사원이 쯧쯧..혀를 찼던 소리가 오랫동안 남았었다.

이후로도 칫솔질을 한다고 했지만, 한번 망가진 이는 늘 괴롭혔다. 그래서 고등학교때는 전체 치열에서 가장 중요한 제 1 대구치 라는 이를 빼야 했고, 대학 때는 개업해 있거나 공중보건의로 가 있는 선배들 신세를 자주 졌다. 그렇게 치료에 치료를 거듭하던 이빨들은 급기야 40대 들어서 치료할 수 없을 지경까지 가 버렸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긴 시간에 걸쳐 임플란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임플란트라는 현대 과학의 발견이 나를 틀니로부터 방어해 줌이 감사하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요새의 나는 아침 출근길에 지갑, 핸드폰, 차키와 함께 치실을 늘 챙기고, 병원과 집 두군데에 물로 쏘아 이 사이를 씻어내는 워터픽을 놓고 밥먹은 후에는 바로 씻어내고, 괜챦은 치약으로 정성껐 이를 닦으며 늘 입안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더 이상 이빨이 나빠지지 않고 잘 먹고 잘 싸는  중년을 바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어렸을 적부터 내 이빨을 썩게 하고, 치료를 해도 자꾸 문제가 재발된 이유가 무얼까? 임플란트를 한 후에도 더 이상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밥먹은후 바로 하는 잇솔질이나, 물 세정, 치실, 치약은 무엇을 향한 것일까?

한마디로 세균이다.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 이라 해도 좋다. 내 입속의 뮤탄스라는 세균은 충치를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잇몸안이나 임플란트 주위에 자리를 틀고 있는 진지발리스라는 세균은 잇몸병을 만든다.  밥먹은후나 아침에 깨어 하는 잇솔질은 입냄새나 이 사이 끼어 있는 음식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음식찌꺼기나 침 속의 영양소를 에너지 삼아 살아가는 세균을 향한 행위다.

우리의 일상에서 잇솔질이나 구강관리만이 미생물을 향한 것이 아니다. 매일 하는 샤워, 손씻기는 물론이고, 방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 쓰레기를 치우는 것, 먹고 난 음식을 냉장고에 넣는 것,  도시를 만들 때 상수도 하수도를 따로 깔고, 공항에서 검역검사를 하는 등등 모든 것이 실은 미생물을 향한 행위이다. 직접 눈에 보이는 땀이나 때,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이지만, 실은 모두가 내 몸과  주위환경에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수를 줄이고자 하는 행위인 것이다. 개인의 위생과 공중보건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를 바라보게 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활동들이다.  

이런 미생물은 내 몸을 아프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감기나 비염,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잇몸병,장염, 대장암 같은 소화기 질환들의 가장 커다란 요인은 미생물이다. 바이러스는 시시로 감기를 가져오고, 피곤할 때 내 입술을 부르트게 하고, 간염을 일으키고, 자궁경부암을 가져온다. 세균은 폐렴을 가져오고 설사를 일으키며 충치와 잇몸병을 만든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미생물은 천연두, 흑사병처럼 인류사의 고비고비마다 지구 인구의 상당부분을 휩쓸고 지나가 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전염병들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미리미리 맞는 것이 권장되는 것도 현대사회의 중요한 일면이다.

하지만, 미생물이 꼭 이렇게 내 몸이나 인간에게 문제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음식오염으로만 오해받은 대장균은 실은 내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을 만들어 장 세포들에 선사한다. 장내 세균은 내가 어제 먹은 음식을 잘 가공해 오늘 아침 쾌변을 누게 하는 도우미 들이고, 장세포들의 면역기능을  교육시키는 선생님이며, 병을 일으키는 다른 세균들이 못살게 하도록 견제하는 지킴이들이기도 하다. 꼭 이렇게 구체적인 기능을 애기하지 않더라도 내 몸의 미생물들은, 내가 지구를 터전삼아 살아가는 것 처럼 그냥 내 몸을 터전삼아 살아가는 생명체들일 뿐이다. 2001년 발표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급격히 발달한 유전자 분석 기법을 미생물학에 이용하면서, 내 몸에는 장 뿐만 아니라 그전엔 무균의 공간으로 여겼던 폐 혈관 심지어 뇌에도 미생물이 상주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중이다. 미생물은 내 몸과 뗄 래야 뗄 수 없는 내 몸의 일부라는 것이다.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그 공동체가 일정한 평화상태에 있어야 생존의 가능성이 높은 것 처럼, 내 몸의 미생물들 역시 하나의 평형, 평화를 이루고 산다. 그리고, 그 평화와 공존이 깨졌을 때 문제가 커진다. 장내 미생물의 평형이 깨지면 장염이 생기고, 구강 미생물의 평형이 깨지면 잇몸병이나 구내염이 생기고, 여성의 질에 사는 미생물들의 균형이 깨지면 질염이 생긴다. 미생물중 어떤 녀석들은 내 몸에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그냥 내 몸과 공존상태에 있는 것들인데, 이들 사이의 평화와 공존이 깨지면 질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와 미생물의 공존은 내 몸 훨씬 더 깊은 곳까지 와 있다.. 내 몸의 가장 근본적인 곳이자 가장 안쪽인 내 몸 세포, 세포안에서도 가장 안쪽인 핵안에 꽁꽁 밀봉되어 있는 유전자, DNA 에 까지 미생물이 들어와 있다. 내 몸의 유전자의 8% 는 바이러스로부터 옮겨온 것이고,  37% 는 세균으로부터 온 것들이다. 태초의 생명인 세균이 진화와 진화를 거듭해 나 라는 생명체까지 오는 동안, 수도 없는 유전자의 전달과 돌연변이의 과정과 상호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태초 생명체들의 유전자와, 기나긴 진화의 흔적과 힘이 살아남아 내 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존은 나 라는 존재 자체를 이루고, 나와 내 몸 미생물의 평형을 가능케 한다. 19세기 중반 다윈의 시대엔, 인간이 털없는 원숭이냐고 놀랐다지만, 나의 시대엔 인간은 원숭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동물과 식물은 물론 미생물과도 생명의 원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놀라지 않으며 받아들인다. 나는 털없은 원숭이일 뿐만 아니라 덩치 큰 쥐이고, 걸어다니는 국화이고, 뭉쳐진 세균이다.

이런 면에서 미생물 공부는 질병을 일으키는 이유를 공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를 이루는 세포 수보다 10배가 더 많고, 나를 만드는 유전자보다 1000배가 넘는 유전자를 소유하고 있는 내 몸 미생물을 모르고 나를 안다고 할 수 없다. 내 몸 미생물 공부는 보다 긴 생명의 흐름에서 내 몸과 건강을 생각하게 하고,  나와 내 몸 미생물의 평화로운 공존의 길도 탐색할 수 있게 해 준다.  

나아가 미생물 공부는 태초의 생명부터 나를 잇는 진화의 긴 시간을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생명과 진화의 의 가장 큰 이유와 변수는 다름아닌 시간이다! 37억년 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의 생명진화가 없이는 지금 이 시간의 나 라는 존재가 있을 수 없다. 수직적 시간(진화) 과 수평적 공간(생태계) 이 기가 막히게 교차해야만,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 나. 라는 생명의 위대한 우연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겐 그렇다. 미생물에 대한 여러 글들은 이른 아침 커피와 함께 호기심과 감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 주는 평정함의 제공자 들이다. 

[장유경]

나를 알아가는 과정, 내 몸 미생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노력에 저도 함께할 수 있어 좋고 흥미롭습니다~~^^

[김혜성]

미투~~^^

[김철수]

미생물, 세균, 바이러스 이들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김혜성]

미생물= 세균+ 효모 같은 진균+ 고세균+ (바이러스)
https://www.youtube.com/watch?v=25GL3OC3FTA
이거 함 보세요~^^

[은사시나무]

잘 읽고 갑니다
'나는....덩치 큰 쥐이고, 걸어다니는 국화이고, 뭉쳐진 세균이다'...
너무 멋진 구절입니다 ^^
근데 치과선생님이 이빨이란 단어를 쓰시다니.. 깜놀했읍니다 ^^
예전에 같이 근무하던 치과선생님중에 멋모르고 환자상태 얘기하다 이빨이라고 말이라도 할라치면 정색하며 호통치던 분이 있었어요

'그럼 머라하나요 ?'
그분 말씀
'치아라고 해야죠 '
'아 네 ....다음부텀 조심....'

그 다음부터는 최소한
'아 이가 아프네 '
'아 치아가 이쁘다' 등등으로 말하게 된거 같아요
엄청 오래된 얘기입니다 ㅋㅋ

[김혜성]

전, 그런 사람이 오히려 더 이상해요~^^

[은사시나무]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