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사법연수원 27기) 판사가 던진 말이다.
허 판사는 대법원이 매월 발행하는 법원소식지인 ‘법원사람들’ 6월호에 판검사 생활을 비교한 ‘검사 그리고 판사’라는 글을 기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먼저 “검사실에는 출입하는 사람들이 많고, 항상 조사하는 소리로 시끄러웠는데, 처음 출근한 판사실에 대한 인상은 책을 읽고 연구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해 좋았다”고 검사실과 판사실의 분위기 차이로 첫인상을 설명했다.
이어 “검사 때 사람들 상대하는 일이 많았다면, 판사는 사람들 상대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며 “검사 때의 단점이 판사가 되니 장점이 된 것 같고, 대신 검사 때의 장점은 판사로서 단점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비교했다.
허 판사는 “검사 때 송치사건만 처리하는 검사, 검사실과 집만 왔다갔다하는 검사를 ‘바보 검사’라고 욕했다”고 소개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송치사건은 형사들이 사건내용의 90%를 처리해 검찰에 보내면 아무 생각 없이 송치사건만 처리하는 검사는 사건을 법원에 옮겨주는 ‘지게꾼 역할만 하는 바보’”라고 설명했다.
또 “검사실과 집만 왔다갔다하는 검사는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게 되고, 무엇이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지 전혀 파악 못하는 바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허 판사는 자신도 “판사가 된 후 사무실과 집만 왔다갔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러 가지 핑계가 있지만, 아무래도 검사 때 만큼은 세상 물정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요즘은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세상 이야기를 전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판사와 검사는 다른 점도 있지만, 옳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내는 직업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며 “검사가 나쁜 것을 가려내 체포하고 기소하듯이, 판사도 형사재판이든 민사재판이든 무엇이 옳고 바쁜지 잘 가려내야 하는 직업”이라고 판검사의 공통점을 말했다.
허 판사는 “옳은 것과 나쁜 것을 잘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은 다양한 경험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같다”며 “검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꼈던 많은 경험들은 분명 판사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판사로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며 “시간이 흘러 먼 훗날 옛 시절을 뒤돌아 볼 때, 내가 판사로서 주어진 직분을 부끄럽지 않게 충실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열심히 배우고 익힐 것을 다짐한다”고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