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에게 주목을 받으려는 언행을 일컬어 ‘그랜드스탠딩(Grandstanding)’이라고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인정투쟁’이나 ‘정의 중독’ 등의 용어로 지칭되었던 자기 과시적인 행태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이지만, 책을 읽고 나서도 조금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덕적 허세는 어떻게 올바름은 오용하는가’라는 부제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그랜드스탠딩’이라는 용어가 진실보다는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작금의 현실에서 정의와 도덕적인 기준을 제시하면서 타인의 행위를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게 목도되고 있는데, 그러한 그들의 그릇된 행태를 일컬어 ‘그랜드스탠딩’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터무니없는 언사를 내뱉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언동을 그대로 기사로 내보내는 ‘기레기’들이 전형적인 그랜드스탠더에 해당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거창한 이념을 들먹이지만, 정작 그 행동의 이면에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을 비난하고 도덕적으로 단죄하겠다는 그릇된 욕망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일부 정치인들과 편파적인 언론인, 그리고 SNS를 활용한 많은 이들이 ‘그랜드스탠딩’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인지할 수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과연 ‘도덕적 언행’을 했다고 그러한 이들을 싸잡아 ‘그랜드스탠딩’의 범주로 재단할 수 있는가?
‘그랜드스탠딩’과 그렇지 않은 것의 범주를 명확히 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자칫 이 용어의 오용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 그랜드스탠딩을 발견하기 쉬워졌다고 말하기보다 그 어느 때보다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 용어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먼저 ‘도덕적 이야기’가 너무도 쉽게 내뱉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도덕적 이야기는 마법이 아니다’라는 1장을 통해서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도덕적 그랜드스탠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랜드스탠더들이 왜 도덕적 언사를 통해 자기과시를 일삼고 타인을 비난하고 무시하는가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저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그랜드스탠딩의 실제 모습’(3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를 소개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4장)을 적시하면서 ‘그랜드스탠딩과 존중’(5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그랜드스탠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도덕적 허세’라면, ‘덕이 있는 사람은 그랜드스탠딩을 할까?’(6장)와 ‘도덕성이 경연되는 장인 제도정치’(7장)의 의 현실을 통해서 그 이론과 더불어 현실에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다양한 그랜드스탠딩의 양탸에 대해 소개를 하면서, 마지막 8장에서는 ‘변화를 위한 방법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사회적으로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그랜드스탠딩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그 대안이라는 것이 지극히 ‘도덕적’이며 실현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그랜드스탠딩의 오용과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용어가 자기와 입장이 다른 상대방을 비난하는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랜드스탠더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고, 타인을 비방하고 무시하려는 이들의 말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는 인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