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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종교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이나 능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현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믿고 의지함으로써 정신적인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교는 그것을 주도적으로 전파하는 성직자를 내세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교리를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세계사를 살펴 보면,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로 인해서 발생한 갈등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역사가들은 그 원인으로 종교가 현실 권력과 결탁하거나, 권력에 추종해 자신의 교리를 확쟁하려는 것에서 나온 것이라 설명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키고, 자신의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을 탄압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즉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종교적 본질과는 다른 살륙과 약탈을 자행했던 사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종교 전쟁들을 일컬어 신의 이름을 내세운 <신의 전쟁>이라 명명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전쟁으로 인해서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종교라면 사랑과 평화를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히려 인류의 역사를 살려 보건대 대부분의 종교 집단들은 그것을 '자신의 교세를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내세웠을 뿐, 정작 파괴와 학살 같은 폭력적인 모습이 휠씬 많았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역사와는 달리 서양과 중동의 국가들은 대체로 특정 종교를 믿는 권력자가 다스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들에 의해 촉발된 전쟁은 대체로 종교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저자 역시 종교간의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사를 훑어보았을 때, '이 세상에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모든 종교는 그들의 교리에서 평화와 화합을 내세우지만,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상대 종교에 대한 증오와 저주가 흘러나오고, 신의 이름으로 총칼을 앞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서양문화의 원류로 내세우는 그리스와 로마 문화에서는 다신교적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유일신을 내세우는 유대교가 등장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신의 이름을 내세운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자 역시 '인류 최초의 종교전쟁'으로서 그리스와 유다왕국 사이에 벌어진 '마카베오 전쟁'을 꼽고 있으며, 이후 유대와 로마 사이에 지속적으로 종교로 인한 다툼이 지속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서양에서 유대교에 뿌리를 둔 기독교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이제는 같은 뿌리로 파생된 이슬람교와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십자군원정대를 비롯한 기독교 신앙으로 무장한 군대들의 활동이며, 이들의 무자비한 정복과 학살로 인해 종교간의 갈등이 심화되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서양에서 이슬람과의 전쟁과 함께, 기독교에 맞서 북유럽을 지배하던 다신교적 문화와의 갈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하나의 신화로만 남아 책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는 북유럽의 신화는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그들의 신앙이었지만, 기독교와의 마찰로 인해 결국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라져갔다고 평가되고 있다.
물론 '종교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개신교과 가톨릭 사이의 해묵은 갈등도 존재하고 있으며, 기독교 종파 내부에서도 이단으로 일컬어지는 종파에 대한 이단 논쟁이 전쟁으로까지 비화된 사례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슬람을 신봉하는 중동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은 서로 다른 종교에서 벌어지는 것보다 심각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종교를 둘러싼 갈등을 다루다 보니, 이 책에서는 주로 서양과 중동 그리고 인도와 몽골이 주로 서술되고 있다. 역사에서의 종교전쟁이라는 것이 주로 자신이 믿는 종교를 상대에게 강요함으로써 벌어졌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상 종교 사이의 갈등은 현대 사회에서도 종종 나타나고 있는데, 다만 그것이 권력화되거나 권력집단과 결합했을 때 훨씬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진정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교리를 지니고 있다면, 자신의 종교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신앙을 존중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앙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상대를 존중해야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체로 종교를 내세워 전쟁을 일으킨 이들은 '종교와 권력'이 분리되지 않고, 대부분 종교와 권력이 결합한 이른바 '신정일치'를 내세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상 이러한 경우는 현대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슬람의 종파간 갈등이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탄압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치하에서 막대한 피해를 당했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차지하면서,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탄압하는 모습에서 과연 자신들의 불행했던 과거를 다른 종족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있다는 느낌은 받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종교와 권력이 분리되어야 하는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으며, 권력을 추구하는 종교 집단은 결국 종교의 본질보다는 자신들의 세속적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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