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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 가운데 누군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태어난 것이 적지 않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물건이 탄생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을 것이다. 예컨대 지갑에 두둑한 지폐를 가지고 다니는 대신에 어디에서든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보편화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신용카드 하나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집적되어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사용자와 판매자의 신용을 보증해주는 금융기관의 역할,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을 이어주면서 사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이크로칩과 통신선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에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의 탄생과 그로 인해 크게 바뀐 사람들의 삶의 면모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모두 '51가지 물건'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는 ‘물건이 아닌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기부금 모금'이나 '스톡옵션' 혹은 최근 암호화폐로 주목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등이 그것이다. 그러한 물건 혹은 시스템이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에서 활용되면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빛을 본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주로 해당 물건이 지닌 가치와 의미 등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부터 '연필'을 대상으로,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모두 8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첫번째는 '언뜻 보기엔 단순한 물건들'이라는 주제로 모두 7개의 물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벽돌'과 '공장', '우표'와 '자전거', '안경'과 '캔 식품', 그리고 '경매' 시스템 등 지금은 우리의 일상에서 지극히 가깝게 느껴지는 것들이다. 규격을 갖춘 벽돌로 인해서 건축이 수월해졌고, 우표의 사용으로 우편물을 보다 간편하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지금은 벽돌이 콘크리트나 철골 구조로 대치되고, 우표를 사용하지 않고 우체국에서 인쇄한 종이를 붙이는 것으로 바뀌고 있어 그것들도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르는 형편이 되었다. 특히 자전거의 경우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잇다.
두 번째 항목에서는 '꿈을 팔다'라는 제목으로, 한때 네덜란드에서 투기의 대상이 되었던 '튤립'을 비롯한 8개의 물건 혹은 시스템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고급도자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퀸스 웨어'나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든 '담배말이 기계', 그리고 '재봉틀'과 '통신판매 카탈로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와 '기부금 모금' 시스템, 그리고 상업적 목적으로 재탄생한 '산타클로스' 등에 대해서 그 의미와 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돈을 옮기다'라는 세 번째 항목에서는 현대적인 금융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던 '신용 카드' 등 5개의 물건, 네 번째의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란 항목에서는 '대체 가능 부품'가 'GPS' 등의 4개의 시스템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이제는 우리의 생활에서 긴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것이 탄생하기까지 누군가의 적지 않은 노력 혹은 희생 위에 마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물건 혹은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그것이 지닌 경제학적 효과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 이해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물건들을 '새로운 것들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변화시켰을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저자의 관심은 새로운 물건 혹은 시스템이 지닌 경제적 효과와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섯 번째인 '비밀과 거짓말' 항목에서는 구텐베르크에 의해 만들어진 '가동 활자 인쇄기'를 비롯한 6개의 물건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품목들은 누군가에게 감추고 싶은 것 혹은 그것을 밝히고자 한다는 점에서 맥락이 닿아있다고 할 수 있는데, '생리대'와 'CCTV'는 물론 '포르노'와 '금주법' 그리고 인터넷 상의 '좋아요 버튼' 등이다. '힘을 모으다'라는 여섯 번째 항목에서는 이리 조금씩 돈을 비축했다가 노후에 돌려받는 시스템인 '연금'을 비롯하여 5개 품목들이 다뤄지고 있으며, 지구 환경의 변화를 초래한 '불'을 비롯한 8개의 품목들은 '하나뿐인 지구'라는 일곱 번째 항목에서 소개되고 있다. 마지막 항목으로 새롭게 변화해가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 '로봇 군주들'이라는 제목으로, '홀러리스 천공 카드 기계' 등 7개 항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들 가운데 어떤 항목은 과거에는 각광을 받는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만큼의 효과를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물건 혹은 시스템이 만들어짐으로써 그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는 그것의 의미를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비록 이러한 품목들이 개별적으로 다뤄지면서 단편적인 의미를 드러내는데 치중하고 있지만, 저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그것이 창출한 경제적 효과는 적지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물건이나 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조금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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