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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그 방대한 분량은 물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역사와 기록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해주는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듯이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로부터 조선 후기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의 역사를 그 순서에 따라 편년체로 기룩한 역사서이다. 실록의 편찬은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왕이 물러나거나 죽은 이후에 실록청을 설치하여 다양한 기록들을 토대로 편찬하는 것이 관례이다. 따라서 조선의 마지막 왕들이었던 고종과 순종의 경우, 일제 강점기로 이어진 역사로 인해 실록이 편찬될 수 없었다. 그러나 재위 시의 승정원과 의정부 기록 등을 토대로 그 시대의 역사를 어느 정도 재구할 수는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의도를 드러내고 있듯이, 조선시대의 실록을 한 권에 담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저자는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우연하게 자료를 찾다가 접한 시록의 기록에 꽂혀, 기존의 ‘백과사전에 기록된 내용들이 너무 부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선왕조실록을 한 권의 책으로 간추려 묶’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역사 기록에 매달린 결과 언론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역사 저술가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 결과 이 책의 출간으로 결실을 보았다고 하니, 역사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열정으로 빚어낸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록’은 왕과 지배 권력을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있기에, 그것이 지닌 한계가 있다는 점도 전제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방대한 분량의 기록을 살피고, 그것을 나름의 관점에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잇을 것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왕의 재위 기간 중의 일어난 사건들을 당대의 역사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정리하고, 등극 과정과 가족 관계 그리고 해당 실록의 편찬 경위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재위 기간이 길거나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경우, 그 서술 분량은 늘어나게 된다. 이에 반해 즉위 기간이 짧고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 없는 경우 그만큼 서술 분량도 간략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활용되었던 실록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조선의 역사적 흐름을 독자들에게 쉽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역할이라고 여겨진다. 이미 ‘조선왕조실록’의 번역이 완료되어 인터넷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필요한 정보는 검색을 통해서 구체적인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새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보조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아들이 즐겨 읽었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한 권씩 독파할 생각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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