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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코리아 백일 순례
키도 훌쩍, 마음도 훌쩍 자란 사랑어린 배움터 학생들
화쟁코리아 백일 순례
키도 훌쩍, 마음도 훌쩍 자란 사랑어린 배움터 학생들
지난 6월 26일(금) 화쟁코리아 백일 순례에 도법스님과 함께 걸었던 사랑어린 학교 9학년 학생들이 회향의 자리에 모였다. 한 마음으로 떨쳐나섰던 3․1정신과 원효의 화쟁사상으로 전국 곳곳에 있는 아픔의 공간, 희망의 공간을 걸은 9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백일 전과 비교 해 몸도 마음도, 태도도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삶의 현장을 걷고, 그 아픔을 위로하고, 기도하며, 생명평화를 공부한 중학생들은 예전과는 좀 달라보였다. 아침부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밤에는 공부를 하고, 다음 날 아침 또 걸어야 했던 백일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아주 긴 시간이었다. 가는 곳마다 도법스님의 “진실이 뭐냐?” 는 질문을 들어야 했던 아이들은 먼저 자기 자신의 진실에 대해 생각했는지 표정이 맑았다. 소성, 정민, 예승, 보민, 효안, 윤수, 상아 모두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솔직하고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소성이는 본래 자기표현을 잘 안하던 친구였다. 피식 웃으며 “몰라요” 하고 말았던 아이가 술술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소성이는 순례기간 동안 처음엔 애써 웃음을 지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데, 날이 갈수록 웃음을 짓기도 어려웠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소성이는 “화쟁순례가 삶의 전환점이 되어 주었다.” 고 말했다. 금산사에서 있었던 일이 변화의 계기였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글을 써서 발표를 해야 하는데, 평소와는 달리 글도 잘 썼고, 발표도 잘했다. 평소의 수줍은 소성이가 아니었다. 소성이는 마음을 집중하여 글을 썼다는데, 그 일로 인해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소성이 엄마는 “순례 마치고 조계사에서 웃고, 춤추는 모습을 보며 너무 좋았어요.” 라고 기쁘게 이야기했다.
평소에 말도 잘하고 적극적인 정민이는 백일 순례 기간 동안 날마다 기록하는 일을 맡았다. 정민이는 처음에 글을 잘 써보려고 하루 종일 고민하고 온종일 힘들게 노력했다고 한다. 그것이 힘들게 느껴져서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느낌과 생각을 기록하자고 마음먹고부터는 그 일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정민이는 “길 위에서 참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많은 성장통이 오긴 했지만, 이젠 그 힘듦과 시련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먼저 자신과의 화쟁을 치른 정민이는 순례 당시 말도 하기 싫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싫은 사춘기를 겪었다고 한다 어느 날은 견딜 수가 없어 집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단다. 지도교사였던 임숙자 씨는 한편의 시를 읽어주었는데, 그 시를 듣고 정민이는 순례단에 계속 남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정민이를 붙잡은 시(詩) 구절은 “너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냐? 먹고 사는 일에 묶여서 보물찾기를 멈추다니. 일상생활을 멈추지말라. 거기에 보물이 있다.” 는 루미의 시였다. 정민이 엄마는 “정민이가 생각도 깊어지고, 상대를 대할 때 여유로워지고, 자기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모습을 봅니다. 대견하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보민이는 “사람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기 때문에 같은 것도 모두 다르게 느낀다” 고 적고 있다. 순례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으로 혜천스님을 꼽았다. 혜천스님으로부터 귀한 글을 받기도 했다. “이 친구의 장점은 신중함에 있다. 그러나 지나친 신중함은 다가온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두 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도전과 중간에 있는 학습을 하거라! 삶은 학습이란다.”
낮에는 걷고, 밤에는 공부하고, 화쟁콘서트도 함께 해야해 잠을 푹 못자고, 피곤한 날들이 이어지자 특별한 수면법을 터득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방법은 세발짝을 눈감고 걷다가, 다시 눈을 뜨고, 다시 세 발짝 눈을 감고 걷는 방법이다. 그것은 직선거리에서만 가능하다는 말도 놓치지 않는다.
평소에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 상아는 순례 기간 동안 책을 좀 읽어야겠다는 중대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어느 날 선생님에게 불만을 터뜨리자 “그럼 선생님을 청문회 해 봐라”고 해서 한참을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역전이 돼 자신들이 청문회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순간 뭔가 따지고 싶은데, 말로 표현이 안돼서 답답했다. 어찌나 답답했던지 기어이 많은 책을 읽어 표현을 다양하게 익혀 마음 속의 말을 잘 표현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노란머리였던 윤수는 화쟁코리아 백일 순례가 끝난 후 까만색 머리로 바뀌었다. 윤수는 조끼를 나누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기자들이 취재를 오면 늘 윤수에게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노란머리라는 이유로 윤수를 문제아로 생각하고 ‘한 문제아가 화쟁 순례 백일 동안 좋은 쪽으로 변화되었다’고 찍고 싶어 했단다. 윤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검정색으로 염색했다.
중학생들이 어른들 앞에서 토크콘서트 하는 모습을 잔잔한 미소로 바라보던 도법스님은 “이 정도 느낀대로 살아가면 될 것 같다. 함께 순례한 것이 기쁘고, 고맙고, 자랑스럽다.” 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걷기는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사랑어린배움터 하윤수
“대화 합시다! 함께 삽시다!” 라는 문구가 적힌 화쟁 코리아 100일 순례 조끼를 입고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꿈꾸며 걸었습니다.
백일순례 중 가장 진하게 가슴에 남은 세월호 참사..그곳에 가서 과연 우리가 힘이 될까?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방해만 되지 않을까? 온갖 생각을 하며 팽목항으로 갔습니다.
생명 평화 100대 서원 절 명상에는 “상대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생명평화의 길이 시작됨을 믿으며 절을 올립니다.” 라는 서원 문구가 있습니다. 강자 약자 할 것 없이 상대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고, 감싸는 마음을 가져야 우리 한국 사회가 달라 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례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걸었습니다. 아픔이 있는 현장을 걸어 다니니 세상이 눈에 보입니다. 순례를 하면서 도법 스님 말씀을 들으며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체적으로 살면 어떤 일을 하든 선뜻 마음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뭐든지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구름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구름은 누군가 그늘이 필요하면 그늘이 되어주고 햇빛이 필요하면 얼른 비켜주고 목이 마르면 비가 되어 그 사람을 적셔줍니다.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순례가 있다면 얼른 달려가 정성스레 임하고 싶습니다.
도법스님의 이야기
가장 설득력 있는 길=진실을 묻는 것
학생들의 화쟁콘서트를 듣느라, 도법스님의 이야기를 못들은 청중들이 뒤풀이에서 도법스님에게 풀리지 않은 고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도법스님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정리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진실이 뭐냐?” 그 질문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힘의 논리로 이기냐? 지냐? 싸우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으면 그 문제를 풀어내야하는데, 풀지 못하고 갈등만 쌓여가는 이때에 “가장 설득력 있는 길은 진실을 묻는 것이다. 진실을 묻고, 진실을 드러내고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도법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박두규 시인은 “아무도 그 수준까지 못가고 있어요.” 라며 한숨 쉬듯 말했고 이에 도법 스님은 “못 간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우리 시대를 화쟁(和諍)으로 풀어가는 길을 생각하며 이어진 대화를 옮긴다.
전진택 목사-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도법스님의 진단에는 동의하지만 진실을 규명하는 도구로 무얼 쓸 건가? 대화하자는 말인가? 이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제 3의 길을 합의하는 것이 가능한가? 앉혀 놓으면 싸움만 격화된다.
도법-승부를 내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결론은 낼 수 있지만 문제를 푸는 길이 필요하다. 얼마 전 삼성서비스 비정규직 노조에서 찾아왔다. 그 친구들은 자신들을 도와주기 바라고, 자신들의 요구를 말해 주기를 원했다. 그 뒤 삼성 쪽 관계자를 만났다. 만났지만 노조 쪽 요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했다. 근원적 진실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친일도 좌익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다 더한 진실은 없다. 경제논리, 시장논리, 법의 논리로 말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돕지 못한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이 한국사회에서 대단한 힘과 역량을 갖고 있다. 노조에서 요구해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거기에 맞는 인간적, 사회적인 지도력을 발휘해야한다. 국민들에게 삼성 괜찮네..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네..바람직하게 문제를 해결하네..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지도력을 발휘해야한다. 좀 더 덕스럽게 해결하자. 중요한 것은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그 말만 했다.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은 힘을 길러서 해결할 수가 없다. 엎드려 기더라도 문제를 푸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박두규 시인-간디의 사티아그라하에서 비노바바베가 한 이야기가 놀라웠다. 그 책에서 비노바바베는 말한다. ‘이 운동을 통해 상대방이 자기가 가진 선한 구석 하나를 발견하면 좋겠다’ 그것 참 놀라운 말이다.
도법-누구에게도 열고 들어올 문은 있다. 사람들은 그 문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쳐 부스고 들어가려고 한다. 지금은 ‘진실이 뭐냐?’ 이것을 물을 수가 없다. 드러내도 선뜻 수긍하지 못한다. 이 부분은 지성의 빈곤 때문이다. 진실, 실체가 뭐냐 그것을 묻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이 나빠서 문제되는 것 아니다. 몰라서, 실력이 안 되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문제를 정확하게 보지 않는 것이다. 문제를 잘 보면 다르게 접근하는 길이 나온다.
전진택 목사-양자의 힘의 역학관계가 있다. 힘의 역학관계에 대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도법스님의 그런 이야기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사람과 누르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똑같이 두고 보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다.
도법-한 번도 나는 그 이야기 한 적 없다. 나는 진실이 뭐냐? 실체가 뭐냐? 그걸 묻고 싶은 것이다. 진실을 묻고 수용하는 것, 그래야 양 극단을 넘어설 수 있다. 실제 문제를 풀어보면 약자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온다. 편들어서 될 일이 아니다. 약자들의 힘은 국민적인 공감과 지지다. 혼자서 해도 국민적인 공감과 지지를 얻으면 된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을 붙이는 역할을 이제 종교인들이 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이미 싸움의 주체가 되어 있다. 여전히 힘을 길러서 이겨야 한다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를 풀어가는 물꼬를 터야 한다. 문제를 풀어야지 승부를 내는 방식은 안 된다. 종교계에서 개발한 논리는 사회통합적인 관점에서 풀어가야겠다고 제안하기로 했다. 종교인 원탁회의 33인 회의를 꾸렸다. 33인을 꾸릴 때는 보수적이지만 합리적인 사람들도 함께 꾸리고 싶었다.
청중-지금 일방적으로 당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쪽에서 문제를 풀려고 해야 한다.
도법-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 때리는 사람은 맞는 일이 고통스러운 지를 모른다. 모르는데, 어떻게 해답을 찾겠나? 맞아본 사람이, 철든 사람이 길을 열어갈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한 사람이 만델라다. 만델라는 피해자로 게릴라전을 한 사람이다. 온 세계가 그런 만델라를 인류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인물로 평가한다.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는 지난 3월 3일 제주 법정사지에서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부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전북, 충북, 대전·충남, 강원, 경기·인천을 도보로 이동하며 갈등·반목을 겪었거나 현재 겪고 있는 현장을 순례했다. 도보로 이동한 거리만 총 1000km에 달한다. 전국에 산재한 갈등 현장을 화쟁과 회통의 정신으로 어루만져온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은 지난 6월10일 회향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1000일 동안 ‘대한민국 야단법석’을 추진할 예정이다.
100일 동안 길을 걸은 박정민 학생의 글
걷는 중 들었던 생각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있던 중 오르막이 나왔다.
정말 길어보여서 정말 걷기 싫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금방 다 걸었다. 그때 생각했다.
‘끝도 없을 것 같았는데 걷다보니 벌써 다 왔구나.'
모든 것은 끝이 있다. 비록 그 끝이 기다림이 필요하더라도 언젠가는 끝나게 돼 있다.
내가 지금은 청소년이지만 언젠가는 어른이 되듯이, 모든 사람이 때가되면 죽듯이.
그리고 현재는 분단 된 한반도도 시간이 지나면 통일이 될 거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우리나라는 통일이 될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간절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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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고맙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기사는 세상 흐름에 상관없이, 진짜 교육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혹여 틀린 내용이나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셔요..
늘 함께하고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세번째 사진 아래, 사진 설명 같은데 합창사진이네요 그리고 오윤수는 하윤수입니다...^^
아...사진 아래 글은 윤수가 쓴 글이어요 아래 글 박스기사로 넣을거여요...윤수는 매번 성을 헷갈리네요...스컹크 미안~~^^
고맙습니다. 효안이 이야기도 넣어주세요
네~처음에 썼다가 분량때문에 줄였어요. ^^ 도법스님이 뒷풀이 때 이야기 하신 것과 두면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편집국에서 한면만 하라고 해서 줄였어요. 오늘 편집국장에게 다시 말해 보려고요...의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