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체연에서 시집 "월선리의 달" 싸인회를 갖고서
1월 20일경에 의외의 전화 한통을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받았다. 내 시집 "월선리의 달" 싸인회를 자신이 주관하는 서울의 행사장에 와서 해달라는 거였다.
그러마하고 한달 여 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전철을 타고 찾아간 서울 봉은사 근처 행사장은 찾기도 쉬웠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죄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변호사, 회계사, 은행 지점장과 기업을 운영하는 멋지면서도 겸손한 사회의 저명한 류의 사람들로 다수를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이브자리 용두점을 운영한다는 김영란씨는 우연찮게 입구 접수대에서 접수를 보면서 덤으로 시집 싸인하는 것을 도와주며 드문드문 말을 이어가다 작지만 단단한 체구로 마라톤을 한다는 사실과 사업을 하는 동갑내기로 보기하곤 전혀 다른 아주 강한 여성임을 알았다. 사람은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야 그 사람을 비로소 바로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아주 작은 앎에 불과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세 시간 넘게 진행될 행사의 시작은 모든 분들에게 어렵게 시간을 내 찾아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슈퍼 보디 빌더 챔피언이었고 헬스 전문가로 활동하고있는 이현아씨의 최상의 유연한 몸으로 보여주는 운동 시연 동작을 따라하면서 행사장 분위기도 서서히 달궈지는 듯했다. 더불어 은은한 감흥으로 분위기를 돋워주는 듯한 섹스폰 연주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 행사는 매 모임 때마다 입고오는 옷 컬러를 지정해주고 당일의 베스트 드레서를 의상 디자이너가 선정한단다. 이 날은 빨간 포인트가 이슈란다. 당연 푸짐한 상품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 내용이 이미 공지가 되었다는데 내 성격이 꼼꼼히 챙기지못한 스타일이라 미쳐 챙겨 입지는 못했다. 그런데 난 가끔 속 내의를 입을 때 언제부턴가 빨간 내의 상하의중 한쪽은 즐겨입는 버릇이 있다. 그날도 의외의 행사에 회심의 웃음이 내 입꼬리를 살짝 비집고 나왔다. 남방 단추 하나를 풀어보니 빨간 속옷이 맞다.
그래서 나도 당당히 심사를 받겠다고 나갔더니 행사장 안에서 웃음 폭탄이 터져버렸다. 당연히 순천에서 서울까지 올라갔는데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래야되지 않겠는가.
풀어헤쳐진 단추 몇 개를 더 개방하라는 짖꿎은 심사위원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남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만의 당당함과 타인들의 폭소와 교차된 즐거운 에너지는 어차피 나와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여흥과 함께 풀어진 분위기속에 시간이 흘러갔고 다들 내가 싸인해드렸던 시집 한 부씩을 펼쳐 들고는 시집에 실려있는 "낮고 작은 풍경"의 시 낭송에 마음속 고요한 귀를 서서히 기울여주고 있었다. 그분들 마음속으로 잔잔히 흐르는 섬진강가의 물 오른 봄 풍경이 스며들었을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서서히 고파진 배를 채우기에 적당한 파스타와 피자가 테이블에 채워졌고 붉은 와인을 따라 목넘김이 될 때마다 사람들의 눈빛이 와인 빛깔처럼 고와졌다. 아래 지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신 사장님께서 오신분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최상의 메뉴 선정과 서비스가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 주머니에도 그분의 따스한 마음이 담긴 레스토랑 이용권이 인정처럼 건네졌다. 그 분의 손맛을 다시 맛 볼 날이 올련지 모르지만, 기념으로 가져왔다.
이 행사 분위기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스포츠를 매개로 더불어 사는 삶과 비지니스가 이뤄지는 사교의 전형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나 기업을 운영하면서 생산되는 상품을 경품으로 기부하여 행사의 분위기가 쉽게 나눔으로 이어지도록 기획이 된 것 같았다. 변호사는 년 중 사용할 수 있는 법률 상담권을 기부해주었고 건축사도 자신이 갖고 있는 지적 재능을 상담할 수 있도록 즉석 기부하는 센스와 어우러져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외에도 가정에서 쉽게 사용 가능한 씽크대에다 설치만 하면 쓰레기가 감소되는 쓰레기 처리기도 많은 참석자들의 당첨을 바래는 상품이 되었다. 거기다 스포츠 보디 빌더로 활동하는 이현아씨와의 하룻 동안의 스포츠 미팅권은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도 남았다. 지금도 그 때 쿵쿵 울려대던 내 가슴이 아직껏 진정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재밌는 것은 여행사를 운영하신 여성분께서 내놓은 제주 왕복 항공권의 주인을 찾는데 야릇한 기운이 맴돌았다. 남녀 각 1명을 뽑아주는 것이기에 모두다 생각은 같았을거다. 만약에 뽑히면 함께 몰아주기를 기대하며 은근히 일상에서의 일탈을 호기심처럼 기대했으리라. 그런데 남자분께서 단호하게 부인과 가겠다고 선언해버린다. 기대는 어긋났지만 그 또한 선택이 갖는 최상이었기에 멋있다는 생각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고향 남원의 중학교 때 친구중 멋진 친구가 있었으니 그 친구는 서울에 올라와 "춘향골 추어탕"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꽤나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물론 그 친구도 그 자리에 참여했었고 그렇게 친구 셋이 모여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가운데 앉아 있는 친구다. 서글서글한 눈매부터 훤칠한 키에 빠진곳 하나 없는 한 얼굴 하는 친구임에 분명하다. 그 친구가 내놓은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춘향골 추어탕 식사권 쿠폰도 여성들에게 꽤나 인기였었는데 난 그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맛있는 "춘향골 추어탕" 시식보다는 그 친구의 면면이 어지간한 탤런트 이상의 멋진 호남자형이기에 거기에 대한 호감이 작용하였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 강남 어디에선가 맞춤형 의류 디자이너로 명성을 갖고 있다는 유명 여성 디자이너의 맞춤형 기부 쿠폰도 인기였으니, 이외에도 많은 기부 경품 추첨이 이뤄지며 몇 곡의 멋드러진 섹스폰 연주와 노래가 더 이어졌다. 친구이자 행사 추진 대표인 이연근 친구의 사회 진행 기법도 돋보였다. 잔잔한 클래식 음률을 타는 듯 은근히 많은 이들을 함께하는 동행자로 이끌어내는데 충분했고 그래서 더 그 날의 행사가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어주었을거라 생각해본다.
어차피 오늘도 행사는 시작처럼 끝을 맺어야할 것이다. 서로의 면면이 익어갈 때 즈음 긴 시간의 끝을 알리는 사회자의 아쉬움을 담은 멘트가 마무리 되면서 행사가 끝나는 듯 했지만 아래층에서 2차가 예약되어 있었다.
2차도 자연스럽게 거기에 오신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얼굴은 기억이 또렷한 멋진 여성분께서 지갑을 열어주셨다. 옆에 옆에서 웃음처럼 간간히 번져오는 그분의 목소리도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맥주가 오고가며 앞서 마신 포도주와 믹스가 되는지 분위기도 업되면서 화기애애롭다. 하지만 어쩔 수없다. 난 순천으로 오늘 밤 심야 고속버스를 이용 내려와야 된다. 벌써 시간은 뭐가 조급한지 저녁 10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마음이 바빠진다. 나도 그렇지만 이 사람들과 한판 흥에 젖어 들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평소 불러보는 사랑가와 진도아리랑을 자청해 불러주고는 아쉽지만 낯선 분들과 마지막으로 뜨거운 건배를 세번을 제의했다. 한번은 우리는 인연이다였고 그 다음은 서로는 인연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생에도 인연이다라고 모두들 함께한 기쁨이 더더욱 커졌으리라 생각해본다.
아마 저 분들도 내가 제의한 건배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처럼 그 술렁대던 오늘 밤의 시간들을 잊지 못할거다. 아름다운 생각들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은 각자 제 삶의 일상에서 건강한 몸 만들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정신과 상통한다. 그런 건강한 분들과의 만남을 위해 일 년에 한번 이상을 꼭 찾아 올라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려면 우선 급한 것이 마음가짐인데 자기의 충실하고 남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살아가는 겸허한 삶의 정신이 똑 바로 박혀져야한다.
남을 존중할 줄 아는 배려는 거기다 아주 기본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니 그런 기본도 안되어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우려된다. 지금부터 한걸음씩 나아가는거다. 우보우보 그러다 쉬었다가 또 일보우보다. 끔뻑꺼리는 소의 눈을 가진 한 걸음을 여기에다 옮겨 적어본다. 군산이 고향이시고 행복한 가게를 운영하신다는 분의 잔잔하지만 할 말을 전하는 얼굴이 생각이 난다. 그날 만난 분들과 시집을 싸인해 건네주며 손을 잡고 나눈 인사로는 다 기억하지 못해 소중한 사람들의 더 많은 모습들을 올릴 수 없어 안타깝고 미안스러울 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 분들의 이름을 한 분씩 불러드리고 싶다.
첫댓글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겠네요
글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시를 쓰지 않지만 시를 쓴 사람보다도 더 진정성이 있고 자신에 대한 낮춤이 따스한 인정으로 배어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혹시 빨간 옷 입으신 분? 덜덜덜......
예~~^^
빨간 옷으로 시작된 반전은 많은 에피소드로 이어져 소중한 추억을 많은 분들에게 남겨놓고 내려왔습니다
박철영 시인! 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길 바랍니다.
형
오랜만 입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감사합니다
친구가 전북 남원에 사닌까 호남형 이죠, 대구살았으면 영남형 이었겠죠
헬쓰하는 몸짱여자 섹시미가 줄줄~~ㅋ
그러게 천만 다행이지
호남에서 태어난게~~
다들 건강한 정신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만났네. 섹시미가 아닌 건강미가 돋보인 헬스 테이너였지요.
빨간내복을 따라올사람은 없었겠쥬.
얼매나 재미지고 분위기가 반전되었을지 안 봐도 상상이감다
거기다 호남형 사투리 억양에다 구수헌 입담꺼정 더해졌을테니..
중국인들이 빨간 색을 좋아하는 이유가 복을 부른대서 그런답니다. 그말이 틀림없던데요 우연찮게 즐거움을 주었으니~ ~~~^^
흥도 돋우고 모처럼 노는 것처럼 놀다왔습니다
@박철영 한달만 지난뒤 모임이 있었으면 빨간내복 대신 빨간 빤스를 보여줄뻔 했어요 ㅎㅎ
아아...
서울에도 오셨군요.
슬쩍~~~
예 친구 초대가 있어가지고 댕겨왔습니다.
서울도 봄이 오기는 한 건가오ㅡ
@박철영 산동에만 핀다고 우겼던 산수유
순천에서 핀다고 자랑했던 매화도
함께 왔답니다.
@思恩 ㅎㅎ
뜬 구름처럼 왔다 가시니
인자 길목을 지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