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여성전용 찜질방이 있다.
그곳은 솔잎을 밑에다 깔고
천연섬유인 광목을 깔아놓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솔잎을 갈아주기 때문에
그날은 유난히 솔향기가
뜨거운 향토와 만나서 상큼하다.
물론 온벽은 황토흙으로 발랐고
위 천장은 소나무로 장식을 했다.
온통 숯불을 벽에 박고
맨만석 돌을 붙여서인지 공기가 여간 좋은게 아니다.
좀 어수선해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때
땀을 주루룩 흘리고 나면 상쾌해 지면서
건강에도 참 좋은 것 같아 잘 이용한다.
가정집으로 사용하는 곳이라
대형의 시설은 아니어 화려하지는 않아도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라
사람들은 연일 만원이다.
특히 이집이 유명하고 좋은 이유는
산에서 갓 비워진 소나무 참나무가
큰 아궁이에서 타는 불방이다.
자연적인 원적외선을 직접 쬐는 게 아닌가?
거기에 가만히 앉아
타타닥 타는 불꽃을 보노라면
산적한 산골 어느 통나무 집에서
기타치며 다정한 연인과 단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듯 감미롭다.
난 전혀 장작을 만지지 못하나
친구가 요리조리 장작더미를 매 만지고 나면
불꽃은 활활 타올라 신비에 가깝다.
한 동네에 사는 친구와 단둘이
그런자리에 있을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여이~~~친구 생음악 한번 들려줘봐"
"여기 구석 작은 곳에 무대 하나 만들고
우리 저 불꽃같은 삶을 노래해 볼까?"
그러면서 웃는다.
삶이 어느 순간에 머문다 생각되거나
어려울때면 우리는 그곳을 찾는다.
혼자서도 잘 가서 불꽃을 본다.
활활 타 오르며 꺼지지않는 불꽃!
옛날에 그 집안이 잘될려면
불씨를 꺼트리면 않된다 했다는데
난 내 삶 그리고 사랑 그리고 열정을
그곳에서 꺼내고 꺼지지 않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살아온 이야기 털어놓고 웃기도 하면서
남편 길들인 이야기서 부터
시어머니와의 갈등 점점 내 인생에 남는 것은
팔다리 어깨 쑤시고 허리아프다는
40대 아줌마들의 한탄소리가 불꽃만큼이나 뜨겁다.
난 사실 그 아픔들이 아니라 불꽃을 보러간다.
시집을 와서 보니
집안 뒤뜰에 차곡차곡 쌓아둔 참 나무 장작들
그렇게도 신기했었다.
몇년을 불을 때면서 그것도 시집살이라고
불쏘시개 붙여 밥을 짓든 때가 그립고
친정집에서는 새벽녘이 될 무렵
해가 동터오르기 전 군불땐 것이 식어서
서로 이불속에서 일어나기 싫은데
어느새 일하는 사람이 먼저 일어나
소 여물 불을 지폈는지 뜨끈해 졌을때 일어났든 때가 그립다.
그 아련한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며
그곳은 나에게 삶의 쉼터가 되었다.
그 무엇이 그런 낭만을 뒤 살리게 할수 있을까?
내 사랑을 피워 낼수 있게 할까?
내 열정과 자유와 멋을 마음대로 상상하며
바람처럼 내 마음에 간직할 수 있을까?
내 아름다운 삶을 혼자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찜질방이라는 그것도 불꽃으로
온 몸을 사르며 영혼과의 만남이 이루어 질수 있을까?
내 깊이 내면으로 흐르는 아름다움과 대화 나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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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의 미학
늘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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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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