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네마는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EBS교육방송에서 방영하는 영화프로다.
주로 5,60년대의 프랑스와 이태리영화가 대부분으로 요즘 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흑백영화다.
이번주엔 정신요양소에 새로 부임해온 고소공포증이 있는 소장의 그곳에서 일어나는 음모,비리와 맞서 싸우는 활약을 코믹하게 그린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블랙코미디였다.
훅백영화의 매력은, 메시지가 담긴 중후함을 주고 미인을 더욱 미인으로 보이게 하는데 있다.
비비안 리와 소피아 로렌을 볼 수도 있는데,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아직 보지 못했다.
우상이라면 좀 우습지만 그녀만큼 매력있는 배우를 본 적이 없다.
한 때, 비비안 리를 좋아해서 이미 세상을 떠난 그녀때문에 죽음이 외롭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철이 들어선지 덜하지만, 그 생각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영화 '애수'에서의 그녀는 강인해 보이면서도 왠지 보호해 줘야만 할 것같은 애련함으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진 나를 외출에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
특히 영화관에 자주 갔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뚝뚝하면서도 감성적이셨다.
그 덕분에 나는 당대 최고의 한국 미인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후로도 많은 외국 여배우들을 접하면서 비교하고 연상하곤 했다.
어느때는 동네에 들어온 약장수들이 천막을 치고 공연하는 춘향전,콩쥐팥쥐를 보러 달려가던 때가 있었다.
극의 내용보다는 여주인공들의 얼굴과 자태를 보러갔다.
애들은 가라고, 무섭게 생긴 아저씨에게 눈총을 받으며 불안하게 앉아있다가, 해가 진 다음에 집에 오면 엄마도 무서운 얼굴로 야단을 치곤 했다.
그때마다 이런 저런 변명에도 모진 회초리맛을 봐야만 했다. 결국엔 나가서 광대나 되라고 책가방과 함께 쫓겨난 적도 있었다.
그 때 쫓겨나서 그 사람들을 따라 갔더라면 지금쯤 삼류배우라도 돼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미인에 대한 관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데, 다음주에는 어떤 여배우를 보게 될는지 마음이 설렌다.
일요일 하루중 지루했던 두 시간이 행복한 시간으로 바뀐지 오래다.
일요 시네마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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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하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첫댓글 무언가를 기다릴 수 있음은 행복이겠죠? 평안하셨는지요... 봄이 문턱에 이르렀네요... 대지를 깨우는 생명의 단비가 그치니... 오늘은 더욱 활기찰 듯하구요...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