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푸르던 이름 잃어버린 초상화 사랑의 원형 하트 잊혀진 미향 까닭없이 보고파 황토색 빛깔로 가슴이 옮아 추상의 널판지가 한랭 전선에 부딪친다 길거리 광경에 움찔 놀라며 소스라치는 비음 젊은 광장 패션모델 아스팔트 무대위 납작이 엎드려 누드로 뒹구는 구겨진 잎새가 낯선 관객를 미혹한다 북새통 인파 숨막히는 열기 엿가락으로 늘어진車 즐비한 불꽃 바쁜 실린더 제 갈곳을 찾아 다투는 피스톤 그 와중에 섞여 조용한 매야(每夜)를 기름에 튀기고 볶는다 누군가 만나 인생이 뿌려놓은 빈부의 격차로 언땅, 심금을 열고 이끼를 털어 차디찬 표정을 바꿔 뜸해진 우정과 세월의 잔(盞)을 확인하고 싶은데 체면이 벽창호가 된다 일년생 달력 슬픈 청춘도 삼켜버린 이정표 수없이 찢고 다시 짜맞춰도 담을 수 없어 맨땅에 뒹구는 잎새를 보니 거울을 보는듯이 착각한 늪에 빠져 영영 헤어나질 못한다 철없이 부셔버린 까마득한 시절 짝 잃은 온고지정(溫故之情) 꿔다논 보리궤짝 싸리비가 싹 쓴뒤 새 마음을 담아도 정답게 건내는 말은 없고, 한 뿌리에서 동강난 체 생별(生別)의 아픔만 더한다 제몫을 다해 떨어진 엽송 서로가 서로를 감싸 부둥켜 안고 회포를 풀듯 귓속말로 전하는 연정 옛 얘기 童話로 유전(遺傳)을 쌓으며 그늘졌던 고통이 해후에 살짜기 숨는다 젊음 가득한 삶의 마라톤 장거리 경주에 지쳐 나사풀린 용수철 어디로 떠날지 웅크리고 앉아 흙으로 돌아가리라 망설이더니 춘추화(春秋花)는 삶을 다 이루었다며 무언의 전설을 전한다 초원과 산하 인간의 여정 춘풍추우(春風秋雨) 너와 내가 촌수가 다르랴 아니라 다르지 않으리 가까운 이웃 형제라 때묻은 얼룩으로 살아가는 생활에 제대로 이루워 놓은것 없이 땅거미 꺼지는 산등성에 올라서면 붉게 타는 고적한 마음 지평선이 주막(酒幕)에 눕는다 잠시 돌아본 젊음의 둔덕은 저만치 떨어져 앉아있어 서글픔이 밀려와 노도의 역사를 후세에게 넘기는 아이러니한 낙엽처럼 한겹의 잎새를 웅쿰 쥐고 빛 바랜 열정을 찾아 짐승처럼 울부 짖는다 가장 사랑한 사람 새삼이 그리워 과거가 되버린 조각을 털어버리고 싶어도 빈손의 맨주먹은 아직도 꿈을 먹고사는 희망, 임을 향한 마음뿐이라 태산같은 그리움을 양손에 거머진체 어스름한 창문 작고 거친 가슴하늘에 매끄러운 사랑 피부로 남아 좀더 가까이 다가가 생명이 살아있는 숨결로 뜨거움을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