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8.
영자신문의 사설을 눈으로 읽어가며 대강 뜻을 헤아리는 것은 그럭저럭 할만한데 그걸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나로서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고백하자면 영어문장을 독해하는 속도도 전직 영어 교사 치고는 빠른 편이 아니다. 29년을 전문계고에서 근무하다보니 그나마 없던 실력도 많이 녹슨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무식한) 용기 하나뿐이다. 한 가지를 더한다면 늘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보니 해석이나 번역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 번역도 하나의 창작이기 때문이다.
가령, 어제 코리아 타임즈 사설의 제목인 Dump Park's textbooks 을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dump에는 1.털썩 떨어지다 2.쓰레기를 버리다 3.쿵 하고 내려놓다 4.(오스) (수력 등으로) 눌러 굳히다 5.(속어) 번트하다는 '버리다'라는 뜻 등 많은 뜻이 있다. 8톤짜리 dump truck은 모래나 쓰레기 등을 실어나르는 트럭이다. 버튼을 누르면 바닥이 구십도로 세워져 내용물이 쏟어져내린다. 일일이 삽으로 퍼낼 필요가 없다.
Park's textbooks 박근혜의 교과서로 번역하면 무난하겠지만 어딘지 싱거운 느낌이 든다. 박근혜의 교과서란 물론 국정교과서를 의미한다. 제목에 국정(state, nation)이란 단어는 들어있지 않지만 문맥을 보면 넣어야할 것 같다. 그럼 Park's 소유격 처리는 어떻게 한다? 이때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아이디어!!! 박근혜표라고 하면 되겠당!! 앞에 주어가 없으면 명령문으로 볼 수 있으니 "박근혜표 국정교과서를 버려라."가 된다. 그래도 좀 싱겁다. "버리다"를 "폐기하다"로 바꾸었다가 다시 약간의 감정을 섞어 "폐기처분하다"로 다시 바꾼다. 거의 됐다. 그런데 쓰레기라는 말을 꼭 집어놓고 싶다. 쓰레기니까. 이런 과정을 거쳐 "박근혜표 국정화교과서 쓰레기를 폐기처분하라"로 낙찰!! 제목 하나를 번역하는데로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4.13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되면서 가장 기쁜 소식 중 하나는 박근혜표 국정화 교과서 폐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뜻을 같이 했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어제 코리아타임즈 사설에서 가장 먼저 접했다.
The opposition parties have reached a much needed agreement and joined hands to deter President Park Geun-hye's plan to rewrite a single history textbook for high schools' use starting in 2017.
하지만 그 실질적인 효과는 아직 미지수이며 정부는 이미 국정화 교과서 출판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It is uncertain whether the resolution will have a real effect in changing the fate of the state textbooks. The government has already started the publication process.
그럼 앞으로의 상황이 궁금해서 코리아타임즈 자매지인 한국일보 기사를 검색해보았더니 "두 야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결의"라는 사설 제목이 떴다. 올커니!! 다음은 코리아타임즈와 한국일보의 박근혜표 국정화교과서 저지와 관련된 기사 일부이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 기사도 일부 인용했다.
Dump Park's textbooks
박근혜표 국정화교과서 쓰레기를 폐기처분하라
Assembly needs to deter state control of history
국회는 역사의 국가통제를 저지해야한다
The Minjoo Party of Korea (MPK) and the splinter People's Party will move toward passing a resolution that calls for abolishing the government's scheme to replace the current system of multiple textbooks with a single textbook published by the government. The plan has come under much criticism because she is reviving a similar state textbook policy used during her late father Park Chung-hee's presidency. 박근혜의 국정화 계획(음모)는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정권 시절 행했던 국정 교과서 정책을 부활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이 대두되었다.
The resolution against the state monopoly of history textbooks is meaningful because it will be the first example of the post-election cooperation between the MPK and the new People's Party. The parties should keep in mind that the people are expecting more such cooperation in the 20th Assembly. The opposition parties should also work together and produce the most workable alternatives for some urgent national issues, such as high youth unemployment and the low birthrate crisis.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저지 결정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총선 후 첫 공조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With the opposition parties' firm stance against state textbooks, they will continue to trigger confrontation in the 20th National Assembly. It is uncertain whether the resolution will have a real effect in changing the fate of the state textbooks. The government has already started the publication process. But at least it should leave a positive precedence of non-partisan cooperation, which was glaringly absent in the 19th National Assembly.
정부가 이미 출판 작업(과정)에 밟고 있어서 국정교과서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최소한 19대 국회에서는 없었던 초당적 협력의 긍정적인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한국일보>
주목되는 두 야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결의 추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역사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이상돈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의 결과로, 양당 모두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 합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더민주도 결의안 추진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두 야당은 정부 압박 수단으로 교육부장관 해임 건의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더민주는 이미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금지법인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특별법은 역사교과서의 국정제 사용을 금지하고 ‘다양성보장위원회’를 설치해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동원하거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처리가 어려워 폐지촉구 결의안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게 국민의당의 설명이다. 강제성이 없는 국회 결의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나 정부가 군사작전처럼 강행하고 있는 국정화 작업에 제동을 건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제1당 자리까지 내주며 참패한 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독주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반대가 찬성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교육부가 접수한 국민 의견 가운데 약 70%가 국정화 반대였다. 당시 국정화 총대를 맺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이번 총선에서 6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미국 정부에서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15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중ㆍ고교에서 역사교과서를 선택할 권리를 끝내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이 표현과 학문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밀실에서 교과서 집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집필진은 물론 편찬 기준 공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 정부 입맛에 맞는 역사서술을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실제 지난달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6학년 사회(역사)교과서를 보면 오류도 많고 서술 내용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1학기부터 배포 예정인 중ㆍ고교 국정 역사교과서는 ‘깜깜이’에 집필 기간도 매우 짧아 초등 교과서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유신독재 시절 도입했다가 사라진 잔재로 일부 독재국가에서나 사용하는 역사적 퇴물이다. 정권이 바뀌면 검인정 체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짙다.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국정화 작업을 중단시키는 데 야권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오마이뉴스>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총대를 맨 뒤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던 이들이 당분간 정치계에서 모습을 덜 드러내게 됐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선전하던 것으로 보였던 이들 셋이 모두 낙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국정교과서의 저주가 국정화 3인방을 삼켜 벼렸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480여 개 교육역사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국정화저지넷)는 지난 3월 1일 황우여·김을동·이정현·나경원 의원 등 4명을 총선 낙선 대상자로 선정, 발표한 바 있다. 이들 가운데 국정교과서 추진 핵심 인사 2명이 '국정교과서의 저주'라는 덫에 걸린 셈이다.
지난해 국정교과서 '항해'에서 선장을 맡은 사람은 황 전 장관이었다. 그는 '선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등에 발맞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다. 지난해 11월 3일 국민 찬반여론 조사에서 찬성과 반대가 '4 대 6'인 상태인 데도 국정화 고시를 확정한 것이다. '투명하게 집필하겠다'는 당초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45명에 이르는 집필자를 꼭꼭 숨겨놓는 '복면집필'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방은희 국정화저지넷 사무국장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에 철퇴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착오적인 국정제를 되살린 전 교육부 장관 황 후보와 국정화를 주도한 김 후보의 낙선이 이를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국정화저지넷은 14일 낸 성명에서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여 '역사쿠데타'를 즉각 중단하고 국정화를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 위원장을 맡아온 도종환 의원(충북 청주시 흥덕)은 재선에 성공했다. 도 의원은 지난해 12월 17일, 국정교과서 금지법인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교과서 폐기 여부'는 20대 국회 시작과 함께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문득 이 글을 읽고 드는 생각이 내가 알고 있는 역사의 스토리도 그렇게 강자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포장을 잘 하여 잘 합리화 해 놓은 것이 아닐까? 물론 전 역사 드라마나 책들을 순순히 액면그대로 받아 들이는 바보는 아닙니다.. 단지 작자의 의도데로 잘 포장되고 잘 아름답게 만드련느 의도도 보이기도 하지만 역사는 정말로 사실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버립니다... 이럴 테면 정말 이런 생각이 들어요 방원이가 정말 그렇게 싸글히 죽였을까? 대조영이가 정말 민심을 모아 왕이 되고 나라를 세웠을까? 세종대왕의 삶은 정말 그렇게 유한 거였을까? 장녹수는 나쁜년일까 좋은 년일까? 궁예가
마지막에 들판에서 풀 뜯어 먹고 있는데 돌 맞아 죽었다는데 그게 사실일까? 오래전 정말 왕은 민을 생각해야 한다는 사고를 했을까 삼봉정도전이 민본정책을 했다는데 그쯤 서민을 생각하는 정치가 시작 된 것일까? 그런데 현대사회 지금 그렇게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그 시절 정말 힘있는 자가 왕이 되고 마음에 안 들면 죄다 죽여버리는 그런 동물적인 힘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을까? 등등 박근혜도 자신의 아버지를 잘 포장하여 역사에 남기려고 한 것일까?
샘 그리고 오늘 소설을 쓰다가 문득 생명에 대한 정의를 하고 싶은데 못 하고 있어요 ㅋㅋ 갑자기 자신에게 물어 보았죠 생명은 무엇인고? 멋있게 정의를 내려써 올릴라고요 샘도 숙제 생명을 샘 만의 정의를 함 내려보세요.. 저는 저 만의 생명을 생각해 볼랍니다... 정말 어렵네요.. 생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아름답게 정의를 내리고 싶어요^^
댓글 고맙고 생명에 대한 나만의 정의라.....막상 정의를 내리려니 막막하구나. 이십 년 뒤에쯤이나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내 답 기다리다가 눈빠지겠다. 너의 정의를 듣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