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그 현명한 노동의 새벽
-박종영-
지친 삶을 실어 나르는 고된 시간의 노예,
짊어진 주인의 아픔으로 흘러내리는
땀의 무게를 두 개의 지게 발통으로 인내한다.
아래로, 아래로만 분산시키는 힘의 균형은,
오랜 세월 익숙한 무게를 이겨낸
탄력 있는 지게의 강한 본능이다.
고된 시간 원초의 힘을 쏟아부어
무거운 짐 하나쯤 평정하려는 슬기로움은
어느 누구에게도 보람 있는 학습이다.
낡은 고무신 구멍으로 흙먼지는 새들어오고
쌓이는 피로는 주인이 어깨를 내려놓는 날
청량하고 우람한 소나무 숲의
싱그런 냄새를 그리워하며 살아온
달아지고 금이 간 지게발통의 고향노래,
복동이가 때리는 목발 장단에
푸르름의 깊이만큼 단단해지는 몸뚱이는
지혜롭게 익어가고,
오늘도 가난한 지게꾼 김 씨의 행운은
식솔의 배부른 하루를 위해
지게, 그 현명한 노동의 새벽을
짊어지고 달려가야 한다.
첫댓글 고달프고 굴곡진 애환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정겨운 말씀 주시어 감사합니다.
완연한 가을에 더욱 건승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