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느티나무 박 남 준 지난 가을의 잎들 온전히 떨치고 나서야 봄은 온다 세월의 나이테가 한 줄 한 땀 켜켜로 쌓여갈수록 이 땅, 사람의 곁에 내린 뿌리들이 깊어져야 한다는 것 무성한 가지들 부끄러움 없이 곧게 뻗고 푸르게 푸르게 잎들을 키워내서 품안이 너른 그늘도 드리워야 한다는 것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 건너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오랜 가뭄 이겨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큰바람 앞에 꺾이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범람하는 홍수를 막아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돌아보면 아득하지 않은 길이 어디 있으랴 어질병의 현기증 일던 모진 시련 없었으랴 말문이 막히고 기막히던 일들 이루 말할 수 있으랴 여기 이 땅의 바람머리 언덕에 서서 나는 보았다 사람의 아이가 자라나서 아버지가 되어가는 일 세상의 한 하늘을 넉넉하게 받쳐줄 기둥을 세운다는 일이다 그것은 떳떳한 삶의 밥을 지어 나누는 집을 짓고 어둔 밤길을 밝히는 꺼지지 않는 등불을 내건다는 일이다 처음 한 알의 씨앗으로 새싹을 틔웠을 때를 잊지 않는다 까치들이 둥지를 틀고 사람의 마을에 희망의 일들을 전하는 나의 이름은 언제나 젊은 느티나무 무더운 여름날 일하는 자의 아름다운 땀을 식히는 나의 나이는 하늘 아래 싱싱한 푸른 그늘의 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