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김준한
언제나 넌,
집게가 잡은 그 사소한 시간만을 허락했다.
처음부터 나는,
나를 적실 수 없는 삶을 완강히 거부했으므로
내가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물기 어린 순간들,
예정된 절차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네 슬픔이 마르면 마를수록 축복해주지 못하고
언제 떨어질지 모를 집게 이빨의 악력에 절규했느니
내 세월은 늘, 축축한 오늘 잡고 펄럭인 빨랫줄이었구나.
텅 빈 하늘 온몸에 건 저 빨랫줄 바람에게 어제로 떠난 옷들,
그 말라버린 슬픔의 안부를 묻는다.
지금은 어느 피붙이에 기대 잘 닳고 있느냐고,
2015 사람의 깊이
첫댓글 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