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보일러를 고치다/ 김준한
세상은 갈수록 추워졌다. 차가웠던 날들,
소통할 수 있었기에 뜨겁게 달구면 그만이었다.
뜨거웠던 시절,
아무리 전원을 눌러도 쉬히 떠오르지 않는다.
위~~ 잉
깊숙한 어둠 속 사력을 다해 한 모금의 물을
끌어올리던 기억력
흘러간 시간 어딘가를 서성이다가 이내,
점검 불을 깜박이며 결빙의 한 복판에 멈추고 만다.
몸통을 벗겨내자,
맑고 슬픈 기억들이 흘러 들어와 뜨겁게 복받쳤던 자리마다
주검으로 변한 시간들이 붉게 쌓여 있다.
기억의 배관 어디쯤 소통이 단절되어 막혀버린 것일까?
이리저리 만지고 더듬어 보아도 더 이상 회상할 수 없다.
외면하며 돌아서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겨울은 더 빨리 왔다.
뚜껑을 다시 조립하고 잠겼던 소통의 밸브를 열자,
세월의 심연으로 들어차는 차갑고도 슬픈 기억들
다시, 뜨겁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첫댓글 현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사와 적절하고 빛나는 수사가 씨줄과 날줄로 교차되어 차가운 현실을 뜨겁게 달구는 울림이 있는 탄탄한 시가 되었다. 너에게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