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발하라리 [사피엔스]를 읽고
조 미 지
들어가는 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만나게 된 동기는 책 중간, 아주 일부 내용을 우연히 얘기하면서였다. 오랜만에 대학교 후배를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주로 현재 후배가 모시는 교수와 주변 교수들의 에피소드들이었다. 한 참 재미있게 얘기하다 “아가야!(아끼는 후배에 대한 애칭) 우리 너무 남의 뒷담을 즐기는 것 같지 않니? 참 저속하고 비생산적이다 그치? 이번 주 미사 가면 신부님께 고백성사 하면서 여쭤봐야겠다. 내 이웃의 뒷담을 즐기는 이 저속한 감정도 하느님이 주신 감정인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후배가 위로하듯 말했다.
“아휴~! 누나!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사피엔스」인데요. 글 도중에 ‘뒷담화 이론’이라는 이론이 나와요! 사람들은 만나서 대부분 주변 사람들의 뒷담을 얘기하게 되는데 이것은 정보 교류를 통해 생존에 유리하고자 하는 생존 전략이래요! 많은 학자들의 연구도 상당하다더라구요!”
‘어머! 그래?’
매일매일 오만한 자세로 누군가를 치하하기도 하고 깎아내리기도 하는 죄스러운 일상에 면죄부를 주는 것만 같았다. 후배의 책 소개에 의하면 인류의 조상 사피엔스 진화 과정과 미래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쉽진 않지만, 상상력에 상당부분 의존한 듯한 면도 있지만, 매우 재미있는 책이란다.
일부 뒷담화 이론에 ‘훅’ 끌려 펼치게 되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이 ‘새삼 낯설다! 이런 일상이 너무 급변한 결과라구? 그렇지? 나라는 존재도 유전적인 조작은 아니더라도 이데올로기로 어느 정도 만들어진 존재이지 아닐까?’
이 책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인류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라고 한다. 하나는 인지혁명, 또 하나는 농업혁명, 그리고 나머지는 인류의 신뢰를 몽땅 받고 있으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과학혁명이다.
인지혁명
1.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호모 사피엔스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를 생각하면 지구를 점령하게 된 유인원으로 처음부터 다른 유인원보다 뇌며, 손이며, 힘이며 생존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탁월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보다 뇌도 더 작았고 근력도 열등했다고 한다.
앗! 충격! 그럼, 어떻게 지구를 정복했을까? 어디에도 네안데르탈인을 조상으로 하는 인간은 없다는데 말이다. 이 책에서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흔적이 약간 발견되었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개인적으로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생존역량이 부족했으나 다른 유인원과 달리 협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리를 유지하고 세를 확장하기 위하여 종교, 법, 제도, 관습을 만들었고 이를 무기로 약 1만 2000년 전에 지구에서 유일한 인류로 남게 되었다.
가끔, ‘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있고 네안데르탈인도 있었다는데, 다른 유인원의 종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인간만 있는 것일까? 아직 안 밝혀졌지만 정말로 하느님이 흙으로 만들었던지, 외계인이 유전자 조작을 하다 인간이 생기게 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알이 깨진 기분이다. ‘아! 경쟁자를 모두 몰살했을 수도 있구나...... 우리 사피엔스종들이.....’
2. 지식의 나무
사피엔스에게 7만년 전에서 3만년 전 사이 인지혁명이 일어났다.
언어능력! 호모 사피엔스의 언어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 제한된 개수의 소리와 기호를 연결해 다양한 의미의 단어,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였다. 많은 정보의 내용에는 주변 동, 식물에 대한 것도 있지만, 가장 많은 것이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주의 사람에 대한 정보는 사회적 협력을 돌출했고 생존과 번식의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 언어능력으로 수천, 수만, 수억 명이 동질감을 느끼는 그룹을 형성할 수도 있었고, 종교나 국가, 화폐를 발명할 수도 있었다.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사피엔스가 수렵, 채집을 하며 먹고 살았던 시절은 동물과 식물을 골고루 섭취하였으며 일주일에 35~45시간이 노동량이었단다. 사냥을 하지 않으면 하루 3~5시간 정도가 평균 노동강도였을 것으로 본다. 현대인이 적개는 40시간에서 80시간 근무하는 것을 생각하면 저들의 생활만족도가 우리보다 못 했을까?라는 의문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실제 수렵채집 시대의 유골을 분석해보면 이후 농업시대의 유골들보다 영양상태도 좋고 키도 큰 편이라고 한다.
4. 대홍수
인지혁명의 결과 사피엔스는 기술과 조직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많은 동식물의 번식의 제한을 두었던 바다라는 장벽을 사피엔스는 해양기술과 조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사피엔스는 호주, 아메리카 등 아주 먼 곳까지 발을 내 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피엔스가 가는 곳마다 재앙을 불러왔다. 대형동물이며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메머드 경우 사냥되는 수요속도를 번식의 공급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멸종되었다고 한다. 지구에는 사피엔스와 사피엔스가 키우는 가축들만 번성하게 되었다.
농업혁명
5. 역사상 최대의 사기
약 1만2000년 전 농업혁명이 시작됐다. 사피엔스는 수렵채집을 중단하고, 정착해서 농사 를 짓고 가축을 치며 살게 되었다. 쌀과 밀은 전 세계, 지구 곳곳에서 생산되어 다른 식물들의 터를 빼앗았다. 쌀과 밀이 사피엔스를 이용해 지구를 정복한 형태라고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농업혁명으로 식량은 늘었지만, 인류의 생활수준은 열악해졌다. 노동시간은 길어지고, 흉작 때 기근에 사람이 죽어나가고, 가축으로부터 전염병도 옮았다. 농작물이나 잉여생산물, 땅을 두고 폭력이 늘었으며 전쟁이 생겼다. 유한계급을 제외한 인류는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래서 「사피엔스」에서는 농업혁명을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칭한다.
6. 피라미드 건설하기
농사로 인하여 한 곳에 모여 사는 인간집단이 커지면서 수백 명 단위 부족의 신이나 부족장이 수만, 수백만 명이 따를 수 있는 종교와 이념으로 변모, 발전하였다. 그리고 국가, 국가지도자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다신, 유일신이 등장하고 법전이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였다. 실체가 없어도 인류는 이것을 신뢰하고 스스로 그 감옥에 자신을 가두었다. 제도와 이념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해봐야 또 다른, 더 큰 감옥에 들어갈 뿐이었다.
7. 메모리 과부하
많은 정보에 대한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기록을 남겼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학교에서는 글쓰기 연습을 4천 년 전에 연습시켰고 사전, 달력, 서식과 표를 사용하는 법도 가르쳤다. 이런 기록의 발전은 정확하고 효율적인 숫자를 탄생하게 하였고,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쓰기는 인간의 의식을 돕는 하인으로 탄생하였다가 어느새 우리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
8. 역사에 정의는 없다
역사 속 인류는 인종차별, 남녀불평등 등의 사회문제를 만들고 극복하며 살아갔다. 인종차별은 백인이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노예를 만들기 위해 생겨났고, 전쟁과 농업으로 근력이 필요한 시대를 거치면서 남성우월주의가 여성을 물건 취급하는 세상, 심각한 남녀불평등을 당연시 한 사회도 오랜 시간 이어왔다. 하지만, 그 때는 맞았던 것이 오늘도 맞으라는 법은 없다. 오늘날 노예제도는 없어졌고 남녀는 오늘보다 내일 더 평등해지려고 노력하고 투쟁하고 있다.
인류의 통합
9. 역사의 화살
농업혁명 이후 인간 집단이 믿는 실체가 없는 것들은 문화가 되었다. 종교와 제국주의, 화폐가 그것이다. 그 중의 화폐의 위력은 인류 역사상 어마어마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10. 돈의 향기
화폐는 부을 축적하고 교역을 편리하게 해준다. 아주 격지의 낯선 사람들끼리도 신뢰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화폐를 신뢰할수록 그 돈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달러다. 신뢰가 돈을 만들었고 돈이 신뢰를 만들었다.
11. 제국의 비전
세계인은 제국인으로 뭉치고 있다. 몇 백 년 전에 소수민족이었던 민족이 정복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를 동화시키고 거대민족이 되면서 전혀 다른 민족이었던 민족들이 스스로 하나의 민족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근대 제국주의를 보면, 유럽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은 독립을 하였어도 유럽식 사회제도와 사고방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글로벌 엘리트들과 사업가, 학자, 엔지니어들은 서로 뭉치긴도 한다.
12. 종교의 법칙
인류 역사에 유일신교나 다신교처럼 신을 믿는 종교도 있고 불교나 도교처럼 사람의 수양을 중시하는 종교도 있다. 현대에는 인본주가 있다. 인본주의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자유적 인본주의가 있는데 이것은 개인의 인권을 숭배한다. 둘째,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는 인류 공존을 추구한다. 셋째, 진화적 인본주의는 인간이 더 우수한 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3. 성공의 비결
어떤 국가와 어떤 종교는 번성하고 다른 어떤 것들은 소멸한다. 기독교가 번성한 건 우연일 수도 있고, 과학 혁명이 서구에서 시작된 것도 우연일 수 있다. 역사는 반드시 인류를 위해 발전하는 것도 아닐 수 있다.
과학혁명
14. 무지의 발견
지난 500년간 인류의 모습은 엄청나게 변했다. 지구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힘까지 갖게 되었는데, 그것이 과학혁명이다. 약 500년 전 인류는 스스로 아직 모른는 게 많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더 많은 것을 깨닫기 위한 노력에 자본을 아끼지 않았다. 인류 전체의 무지를 인정한 것이 과학혁명의 시작이었다.
15. 과학과 제국의 결혼
서양의 과학과 제국주의는 함께 발전했다. 지식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탐구하고 정복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정복욕은 학문을 통해 발휘되면서 과학혁명이 시작됐고 유럽이 동양을 앞지르게 되었다.
16. 자본주의 교리
유럽의 제국주의와 과학혁명은 자본주의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유럽의 세계진출, 식민지 운영은 영국의 동인도회사, 네델란드 동인도회사가 개입하면서 시작되었다. 아편전쟁도 국가와 기업의 합작품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실체 없는 신용과 대출이다. 은행은 예금보다 많은 돈을 대출해주고, 사업가는 대출받은 돈으로 사업을 일으켜 돈을 갚고 사업을 확장한다. 이런 순환이 생기려면 새 사업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신뢰가 필수 불가결하다. 즉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대출, 신용, 자본주의는 물거품이 된다.
17. 산업의 바퀴
과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전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전기는 에너지가 필요했고 일본을 항복하게 한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게 하였다. 에너지와 자원은 많은 재화를 공급하는 원천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필요보다 많은 재화에 노출되고 필요보다 많은 재화를 소비한다. 과거에는 부유한 지배층들이 주소비자였다면 오늘날은 피지배층이 주 소비자이다. 지배층은 주로 투자를 한다.
18. 끝없는 혁명
산업혁명뿐 아니라 수많은 혁명들이 이어지고 있다. 철도가 발명되고 인류의 시계가 통일되어 격지간의 시간 약속이 가능해졌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역할과 중요성은 줄어들고 국가와 시장의 힘이 커져갔다. 과학은 인류를 위협하는 원자폭탄을 개발했지만, 동시에 완강한 냉전체제를 가져왔다. 원자폭탄을 사용하는 순간 인류전체가 멸망의 도가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은 줄고 평화가 늘어났다. 20세기는 인구 대비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이다.
19.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문명과 과학의 발전은 인간행복과 비례할까? 많은 물질들이 인간을 좀 더 편하게 하기도 하였고, 부의 축적이 인간행복의 어느 수준까지는 이바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문명과 과학 발전이 인간행복감에는 별 발전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두뇌의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에 달려 있다. 이런 호르몬은 사람이 자신의 행위에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느낄 때 나온다. 그런데 그 사회적 의미라는 것은 실체가 없고 매우 주관적이다.
20.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지금까지 사피엔스는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환경적응에 의해 진화해왔다. 하지만 인류에게 오늘날은 생명공학 시대가 열렸다. 인류는 소의 귀 조직을 생쥐 몸에서 키워내고 유전자 조작으로 천재생쥐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생명공학, 유전공학이 발전하면 인간도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조작하여 천재와 둔재를 자유자재로 탄생시킬 수 있게 된다.
일개미나 병정개미가 여왕개미의 몸 속에서 정해져 나오 듯 인간도 일하는 인간, 싸우는 인간이 구별되어 탄생되는 것이다.
범죄형 유전자를 조작하여 체제유지형 유전자로 변형한다면 반감이 덜하겠지만, 권력자나 위정자가 혁명가의 유전자와 체체순응형 유전자를 구별하여 꺼끄러운 혁명가 유전자는 없애고 체제순응형 유전자만 탄생시킨다고 상상해보자!
언젠가 인류는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마치는 글
아침을 텔레비전과 대화로 시작했다. 엄마랑 떨어지면 세상이 끝난 것 같이 울어대는 21개월 딸래미의 혼을 놓아줄 기계가 필요해서다. 텔레비전 마이크 표시가 보이면 “콩순이!”한다. 유튜브에 콩순이 동요부터 만화까지 종류별로 나온다.
이런 일상이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이렇게 너무나 편안하고 당연한 제스처, 그러니까 텔레비전에게 명하는 이것이 내가 7살 땐 만화에 나오는 상상이었고, 20살 땐그런 고도의 기술을 텔레비전에게 주어지리라는 상상을 하지도 못했다. 설마 그런 똑똑한 기능이 있는 텔레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고가여서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상상했다. 과학기술이 좀 더 발전해서 냉장고에게 ‘이유식!’ 하면 이유식 종류가 죽~ 소개되고 ‘소고기죽!’ 하면 방금 끓인 듯한 소고기죽이 내 아침을 편하게 해주리라! ㅋㅋ
딸래미의 눈을 돌리고 틈을 봐서 재빨리 현관문을 닫고 출근하는 월요일, 비가 온다.
‘에효! 막히겠구만!’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스마트폰을 열어 출근버스 이동현황을 확인한다. ‘신호만 도와준다면, 탈 수 있어!’ 문득 스마트폰을 다시 보았다. 스마트폰! 대중휴대폰 역사가 찰나처럼 지나간다. 주변에서 가장 급격한 과학발전의 산물이 스마트폰이지 않을까싶다. 1997년, 대학 1학년 때 핸드폰은 부의 상징이었다. 사장님이나 교수님 정도 들고 다니면 폼 나는 물건이었다. 중간에 시티폰이 슬며시 왔다 사라지더니 2000년, 대학 4학년 때엔 핸드폰을 안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핸드폰에 다양한 기술들이 결합하더니 ‘어머나!’ 어느새 만화에서 보았던 그 장면, 내가 핸드폰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있다.
‘앗! 버스!’
월요일인데다 빗길이니 버스는 운전을 조심조심했다. 애가 탄 나는 사피엔스 내용 중 사피엔스만의 특징 ‘상상’에 빠져 보았다. ‘언제가 과학은 우리에게 지금 버스가 아닌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제시하겠지? 지금은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시간 즈음에 도착하는 시스템인 버스지만, 언젠가 도착지에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속도를 조정하는 버스수단이 발명되어 한 시간 걸리는 출근이 십 분으로 단축되게 된다면 어떨까? 일산에서 서대문이든, 일산에서 성남이든, 모두모두 십 분 내로 시간을 단축해 준다면 참~! 출근할말 할까?’
아슬아슬 8시 59분 사무실에 도착했다.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 이게 없으면 하루 일이 10%로도 진행되지 않을 것 이다. 언젠가 컴퓨터가 사람 몸에 장착되어 이동 중이든 사적인 시간이든 필요하면 일하게 되는 세상이 곧 오게 되지 않을까? 흐미~~~~’
‘띠리리리! 띠리리리!’ 장애지원센터에서 협조요청이 들어왔다. 특수학생(장애학생) 시험장소 대여에 대한 협조요청이었다. 외소한 몸에 까칠하고 예민한 학생이 들어왔다. 휠체어랑 맞는 책상이 없어 비교적 책상이 넓은 세미나실에서 시험을 봐야했다.
‘이 친구들을 위해서나 불치병을 위한 과학발전은 무조건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임상실험이 동물들에게 과하게 진행되고 유전조작까지 발전한 지금은 마음이 무겁다. 가만히 또 상상해보았다. 고도근시였던 내가 라섹 수술을 하고 안경을 벗었던 것처럼 인공망막이 발전해 사고에 의해 시력을 잃었어도 인공망막 수술로 정상인보다 더 좋은 시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이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눈도 수술하겠다고 난리겠지? 사람이 달리는 발 보다 더 근력이 발달된 하체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필요에 따라 팔이 길어지기도 하고 다리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하면 어떨까? ‘길어져라! 가재트 팔!’처럼 말이다. 인간이 로봇처럼 되는 건지 로봇이 인간처럼 되는 건지 모르는 시대겠지?
어느 날 생명공학이나 유전공학이 실수해서 정말로 천재쥐가 세상을 점령하면 어떨까? 천재인간들을 마구 만들어내 천재쥐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영역을 구별해 쥐와 인간의 지구점령 전쟁이 일어나진 않을까? 전쟁이 필요해 호전적인 사람이 필요해 유전자를 조작으로 병정개미 생산하듯 군인형 인간을 생산하는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 그 유전자 조작을 사이보그인간이나 컴퓨터가 한다면 어떨까?
그것을 더 이상 인간세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학의 발전, 생명공학과 유전자공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편리와 치료와 함께 위기를 가져올 것 같다. 그 위기는 어쩌면 그동안의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족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사피엔스를 읽는 동안 상상과 공상으로 심심할 틈이 없었다. 모든 세상이 놀랍게 다가오기도 하고 다가올 내일은 얼마나 놀라울지 떨리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