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어느 날에는 문득 어디론가 멀리 갔다가 돌아오고 싶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알리지도 않고 새벽에 훌쩍 떠났다 돌아오고 싶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멀리 종현산 하늘이 한없이 푸르고 구름 한점 흘러서 가는 날
길을 나섰습니다.
봄부터 남도 길을 따라 목적지도 없이 갔다가 오려고 했으나
무엇을 하고 살길래 그렇게 쉬이 갈 수가 없었는지.....
그날 해질녘 돌아 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모른다" 계곡 맑은 물가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올지도""
먹을거리보다 텐트와 담요 그리고 코펠과 버너를 차에 싣었습니다.
가다가 배가 고프면 사먹고
하루 밤을 세우고 오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슈퍼에 들려 라면이나 과자를 사면 될 일이라
생각하고 광덕고개를 넘었습니다.
예년 이만 때 쯤이면
백운계곡에는 도로가로 자동차 행렬이 즐비하련만
금년에는 한산하기만 합니다.
고개를 오르다 전망이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오르던 길을 굽어 봅니다.
멀리 이동면이 안개속에 희뿌옇게 보입니다.
칡즙을 한잔 사서 천천히 마시며
금년에는 세월호 여파로 장사가 안된디고 염려하시는 가게 주인과 함께 걱정을 했습니다.
한여름철 가게를 빌려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가게 세가 큰 걱정이 될것입니다.
어디 가게 월세 뿐이겠습니까?
한철 벌어 일년을 먹고 살아야 하고 어린 자녀가 있다면 학비며..등등.
괜히 나왔나?
모두 어렵게 사는데 나만 철없이 이렇게 낭만을 즐겨도 되겠는가?
고개를 넘고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
가평과 철원,그리고 포천의 경계 높은 산 골짜기를 지나 사창리를 지나 춘천시 사북.
화천 비목공원에 가서 옛날 정자에 앉아 시 한수를생각하고
호수가로 난 산책로를 걸어 볼까나?
작년 가을 동해안 최전방 전망대로 가기 위해 가다가 내년에 다시 와 보기로 한 그 곳에...
미국에 가 있는 친구에게 참 많은 글들을 보냈는데
그 글들을 모아 두었으면 책한권이 되고도 남을 분량의 글들이 아쉽게도 모두 지워져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기억속에 남아 내 그리움은 아직도 여전한데 친구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아름다웠던 옛일들을 지금도 그 순수한 맘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떤 생각들을 하며 살아갈까?
그저 조건없는 그런 삶을 살아가며 행복해 할까?
오탄리를 지나 화천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 오니
점심시간이 가까웠습니다.
이곳을 지날때면 항상 들리던 곳.체험지도사 동기가 처음 나를 데리고 간 산골 음식점.
처마 밑에 유난히 많은 제비 집.
이 집에는 어떤 사유로 제비들이 와서 해마다 둥지를 틀까?
한집도 아닌 세 집씩이나...
몇년 전에와서 그 맛에 반해 소주잔을 기우렸는데
나는 오늘 새사람이 되어 다시 왔습니다.
선지 해장국에 콩나물,그리고 묵은 고추와 장에 박아둔 무우 짱아치.
하루 밤을 강가에서 쉬어 가리라 마음 먹고
농협슈퍼에 들려 라면과 과자와 빵과 음료수와 ....몇가지를 샀습니다.
한 낮이라 더위가 심합니다.
텐트 치기는 어려울것 같아 차광막 텐트를 간단하게 치고 그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망중한을 즐깁니다.
해마다 만났던 옥수수 밭머리에 사시는 어르신도 안보이고
언덕길을 내려 오다보면 냇가에서 가까운 밭뚝 밑 작은 집에 병 치료차 시흥에서 와 산다는
아저씨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들 가셨을까?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다슬기도 잡고 하다보니
해가 내가 왔던 화학산 너머로 기우러 갑니다.
텐트를 치고 밤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캠핑의 묘미는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밤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을 보며 나를 닮은 별을 찾는 것입니다.
오늘 밤에도 북두칠성도 카시오피아도 만나고 먼 하늘에서 나를 기다릴 내 별도 찾아 그리움 끝자락에서
반갑게 대화를 하려 합니다.
첫댓글 좋은곳 다녀 왔구나.
사진과 글속에 너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구나.
넌 향토작가의 자질이 충분하며. 잃어버린 글(지워진글)보다 더 성숙된 글을 기대한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