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비 기다리던 날
김복임
봄햇살 퇴색된 마루에 내려앉고
스핑크스머리소녀
마루 끝에 앉아
체면 없이 흐르는 콧물 훌쩍이다
골덴저고리 소매끝은 반짝이곤했지
내일이 삼월 삼짇날 강남제비 오는 날
붉은 수수 빗자루 든 아버지
처마밑 서까래 훠이훠이 거미줄 털고
연미복 조끼입고 바짓가랑이 묶은 대님
제비 꼬리 날렵하게 움직인다
새끼제비 노란 주둥이 벌리고 엄마 입 맞추던
제비가족 오려나 남쪽으로 바래는 눈
그 째작이던 소리 그 많던 제비
우체부가 없는나라로 이사갔을까
행여나 아버지 가신 그 나라에 가면 만날까
2. 순남이네 지붕
김복임
제비가 물어다 준 박 씨 하나
순남이네 박넝쿨은
경계도 없이 영역을 넓혀나가고
흰 박꽃이 초가지붕 불을 밝힌다
보릿고개 견디다 시집간 순남이 언니
우체부 없는 나라로 시집갔을까
아빠의 마른기침 깊어갈 때
지붕 위에 보름달만 한 박이
주렁주렁 배달되었지
아빠 엄마 슬겅슬겅 박을 타며 소원을 켜고
박속에서 나오는 흰 쌀
고봉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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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_흥부 놀부
김복임= 제비 기다리던 날
농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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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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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화에 글자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