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고재종 ‘첫사랑’ 전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첫사랑’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이는 단어일 것이다.
시인은 겨울철 나뭇가지에 눈이 쌓인 이후에 그곳에서 새싹이 돋아 꽃을 피운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그 가냘픈 가지에 눈이 쌓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며,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난분분(亂紛紛)’은 어지럽게 흩날린다는 의미의 한자어이다.
눈이 내리면서 ‘싹락 싸그락 두드려보’기도 하고, ‘난분분 난분분 춤추’면서 ‘으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만에 눈이 가지 위에 안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눈은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처럼 위태로운 상태인 것이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이...
다시 봄이 되어 눈이 쌓였던 가지 위에, 겨울철 눈으로 ‘한번 덴 자리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라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꽃들이 모두 가지 위의 눈과의 인연을 품고 있듯이, 우리네 삶도 ‘첫사랑’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리라.(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