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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도의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체제를 일컬어 ‘파시즘(fascism)’이라고 하는데,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에 의해 주도되었던 정부를 지칭한데서 비롯되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비슷한 행태를 보였던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과 구별하기도 했으나, ‘국가를 상징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에게 절대 복종하는 경향이 유사해서 일반적으로 이들을 모두 ‘파시즘’의 범주로 묶고 있다. ‘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파시즘’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그것이 현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파시즘의 가장 큰 특징이 개인보다 국가를 우위에 두며, 특정 지도자에게 맹종하는 경향을 지닌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거나 국가가 큰 혼란에 처해있을 때, 파시즘이 출현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직면한 국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등장하여, 선동적인 언사를 통해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대내외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강행한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40년에 걸쳐 파시즘을 연구한 저자가 그 총결산의 산물로 집필한 것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개별성을 보이는 파시즘적 경향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체 8장으로 이뤄진 목차에서, 가장 먼저 1장의 ‘운동하는 파시즘’이란 제목에서는 파시즘이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대 정치에서도 언제든지 그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파시즘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이탈리아에서 무술리니의 등장과 그 원인, 그리고 그의 언행이 대중들의 지지를 받게 되는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기원을 통해 파시즘 이해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어지는 3장의 ‘뿌리내리기’에서는 다양한 파시즘 운동이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면서, 실패와 성공으로 갈린 이들의 사례를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다.
결국 무솔리니에 의해 장악된 이탈리아 정권은 파시즘적인 체제를 공고히 하며, 명목상으로는 대중적인 인기를 통한 선거로 정권을 획득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대중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집권한 이후에는, 기득권 세력과의 결탁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권력 장악’이라는 제목의 4장을 통해서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들에 의한 ‘권력행사’(5장)의 면모를 상세히 소개하며, 독일에서 히틀러의 나치즘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급진화인가, 정상화인가?’라는 제목의 6장에서는, 파시즘 세력들의 권력체제를 어떻게 볼 ㄱ덧인가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은 이미 역사의 산물로 여겨지고 잇지만, 그와 비슷한 움직임은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7장의 ‘다른 시대, 다른 장소의 파시즘’을 통해서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파시즘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움직임은 존재하지만, 그러한 현상들이 개별성을 지니고 있어 한마디로 규정하기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마지막 8장에서는 ‘파시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통해서, 파시즘에 대한 저자만의 정의를 시도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실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고전적 폭정이 시민들을 단순히 억압하여 침목시킨 것돠는 달리, 대중의 열정을 끌어모아 내적 정화와 외적 팽창이라는 목표를 향해 국민적 단결을 강화하는 데로 돌리는 기술’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한 권력 체제에서는 단순히 명력을 수행하는 역할만 했던 이들에 의해 거대한 학살이 자행될 수 있었고, 한나 아렌트는 나치의 권력자였던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행태를 일컬어 ‘악의 평범성’이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초보적인 파시즘의 형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사회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그것은 ‘인기 없는 소수 집단의 자유는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에 매력을 느끼는 양상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의 주장만을 내세울 때, 아울러 그것이 공동체에서 거대한 흐름으로 작용할 때 파시즘이 도래할 수도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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