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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은 평안도 정주 출생의 시인으로, 작품 속에 주로 평안도 방언을 사용하여 토속적 언어를 구사하면서 한국 현대시의 영역을 넓히는데 기여했다고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백석은 일제 강점기에 작품 활동을 가장 활발히 했으며,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지내다가 1996년 죽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활동하면서 그는 한때 만주로 건너갔다가 해방 이후 귀국해 신의주에 정착했고, 한국 전쟁의 와중에 그대로 북쪽에 남아있었다고 한다. 이후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이념을 추구하는 체제가 공고해지고, 남쪽에서는 한동안 그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의 작품들을 제대로 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일제 강점기에 발표된 시집은 물론, 분단 이후 북에서 발표한 다양한 기록들을 대부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1980년대까지는 그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가 없었으며, 누군가의 논문에 인용한 몇몇 작품들을 통해서 그의 문학적 성과를 논했을 뿐이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러한 그의 작품의 특징을 ‘이야기 구조를 가진 서사 지향의 시’라고 논하기도 한다. 이 평전은 일제 강점기의 기록은 물론, 해방 이후 북쪽에서의 기록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그의 전 생에를 온전하게 재구해 놓은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구체적인 생활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면모들을 그려내고 있으며, 사라져가는 고향의 풍속을 재현해내어 민속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특히 그의 시에는 다양한 토속 음식이 등장하는데, 이를 별도의 연구 주제로 삼아 연구한 논문이 있을 정도이다. 이 책은 시인 백석의 일대기를 평전 형식으로 재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백석의 작품을 읽으면서 시인의 꿈을 키웠다는 저자의 애정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의 시작(詩作) 활동을 ‘백석을 베낀 시간들’로 규정하면서, 시인으로서 자신에게 백석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가를 고백하고 있다. 그리하여 ‘평전 형식으로 백석의 생애를 복원해 본다면 이것 역시 그를 직접 만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기획하고 저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의 행적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재구함으로써, 백석의 ‘일대기’로서의 진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백석의 작품들과 그와 관련된 논문들을 적지 않게 읽었지만, 저자를 통해 백석의 일대기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 그리고 당시의 문단 분위기까지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백석의 평전을 읽은 다음, 다시 그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보겠다고 생각을 해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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