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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남과 북의 통일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만 될 목표라고 생각된다. 특히 남쪽의 경우 분명 대륙에 기대어 있지만, 북쪽에 위치한 휴전선으로 인해 섬이 아닌 섬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이나 체제의 갈등이라는 현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여겨지기에, 점진적인 교류를 통하여 남과 북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을 통과해서 한반도를 거쳐 중국과 러시아 등 아시아 32개국을 횡단하는 전체 길이 14만Km의 아시안하이웨이의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특히 한반도에서는 남과 북의 분단으로 인해 그마저도 연결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미 건설되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장장 9288Km나 되는 세계 최장 길이의 러시아 횡단철도는 언제든지 한반도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한반도 북단의 도시들을 통과하여 러시아 횡단철도와 연결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비행기와 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유럽 대륙까지 철도로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꿈을 품고 한반도의 철도가 러시아 횡단철도와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단체가 바로 ‘희망래일’이며, 이 책의 저자는 가수이자 이 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희망래일’의 활동 중 하나인 러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했던 저자의 여러 해 동안의 여행 기록을 바탕으로, 자신의 여행기를 정리하여 소개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에서 사용된 ‘스파시바’는 감사합니다‘로 번역될 수 있는 러시아어로, 시베리아 여행에 대한 저자의 감성이 짙게 묻어나고 있다고 하겠다. 몇 해 전 사석에서 만났을 때 저자는 나에게도 러시아횡단열차 여행에 동참하기를 권유했지만, 당시 사정이 있어 함께 동참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비록 당시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여러 차례의 러시아 횡단열차 여행에 동참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아마도 횡단열차의 여행지 중에서 이르쿠츠크와 바이칼 호수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모양이다. 이 두 곳의 여행 기록들을 중심으로 제1부에서는 ‘왜 그리운 것들은 발자국 뒤편을 서성거리는지’라는 제목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항목의 소제목은 가수인 저자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왜 그리운 것들은)의 노랫말 가운데 나오는 표현이기도 하디. 러시아 여행자들에게 이 두 곳의 장엄한 풍경과 감상들을 적지 않게 들었기 때문에, 저자의 글을 통해서 조금은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울 때 떠나라, 배낭 하나 메고’라는 제목의 제2부에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출발지인 블리디보스톡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으며, ‘다시 걸을 수 있다면 잠시 쉬어도 좋아’라는 제목의 3부에서는 ‘블라디에서 모스크바까지’의 여정과 함께 여행했던 이들과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서 당분간 해외여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에 저자가 권하는 여행에 동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언젠가는 저자의 여행에 기꺼이 동참해보겠다는 기대를 해보았다. 시인이자 ‘싱어송 라이터’로 활동하는 가수로서 저자의 쉽고 자연스러운 문체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으며, 간혹 드러나는 저자의 섬세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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