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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이 루쉰은 중국 현대문학의 개척자이자, 문화혁명의 지도자로 중국의 현대 사상계를 이끈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혁명가 마오쩌뚱은 루쉰을 일컬어 ‘위대한 사상가요, 혁명가요, 중국 문학의 아버지’라고 칭하기도 했다. 루쉰의 본명은 저우수런(周樹人)이지만, 어머니의 성을 따서 루쉰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중국 현대문학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한국에서도 1980년대부터 그의 저작들이 번역되기 시작했고 사상가이자 소설가로서 연구 대상이 되었다.
어린 시절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장의 역할을 했으며, 22세 때는 국비유학생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유학 당시 의학을 전공하던 그는 수업 시간에 중국인이 일본군에 의해 처형을 당하는 영상을 본 후, 그것을 무감각하게 쳐다보는 중국인들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고 의학 공부를 포기했다. 이후 중국인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상가이자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창작한 소설에서는 근대 초기 무능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하는데,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중편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 ‘아Q’가 대표적인 인물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루쉰 소설집’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 중편소설인 <아Q정전>과 9편의 단편소설 등 모두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작품들은 대체로 창작 시기의 순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으며, 가장 앞에는 <광인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우연히 입수한 일기를 전재하는 형식을 띤 작품으로, 사람들이 자기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광인’의 일기를 통해 당시 중국의 봉건적 가족제도와 유교적 도덕관에 구속된 비인간적인 면모를 고발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유교적 구습에 얽매인 중국 사회를 비판하고 있으며, 문화혁명의 대표적 작품이자 중국 최초의 근대소설로 여겨지고 있다.
그의 유일한 중편소설이기도 한 <아Q정전>은 당시 중국 사회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루쉰을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신해혁명’(1911) 전후의 농촌을 배경으로, 날품팔이로 살아가는 ‘아Q’가 혁명당원을 자처하지만 끝내 강도로 몰려 허무하게 총살당하는 모습을 희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그 유명한 ‘정신승리법’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 민중들에게 희망을 비추기도 했던 신해혁명의 좌절이 당시 평범한 중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가를 주인공인 ‘아Q’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당시 사회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제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쿵이지>와 <약> 등 루쉰의 초기작에서부터 중국 고대 신화를 비틀어서 형상화한 <홍수를 다스리다>와 <관문 밖으로> 등 8편의 작품이 이 책에 더 수록되어 있다. 비록 그가 집필한 작품들의 수효는 많지 않지만, 문학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사상들은 중국 문학의 기조를 바꾸었다고 논해지기도 한다. 즉 그는 자신의 문학작품을 통해 당대 중국 사회의 허위의식을 배격하고, 봉건적 사회의 질곡에 억눌려 있던 사람들에게 인간성의 의미를 자각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때문에 그의 사후에도 중국의 문학계와 사상계는 루쉰의 사상을 중요시했던 것이다. 비록 작품 선집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수록된 작품만으로도 루쉰의 문학세계를 어느 정도 훑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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