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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문화가 견고하게 작동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수많은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설명으로도 모든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시킬 수가 없다고 하겠다. 페미니즘이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서 마주치는 상황에 대한 이론을 정립한 것이기에, 그것을 논하는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실제 페미니스트로 자처하는 이들 역시 온건한 생각을 가진 이들로부터 극단적 행동을 추구하는 이들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젊은 시절 매우 주체적인 삶을 누리던 여성들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거대한 남성 중심의 관습을 절감하게 된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던 이에게는 경력 단절의 문제가 발생하며, 주부로서는 가사노동에 인색한 사회적 시선을 접하게 된다. 특히 모든 것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육아와 가사노동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하겠다. ‘여자이자 아내, 그리고 엄마’로 살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의 글들을 통해서, 그러한 불편한 현실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하고 있다. 육아와 가사노동을 둘러싸고 남편과의 사이에서 발생했던 갈등이 내용의 한 축의 이루고, 기혼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배려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구조에 대한 생각들이 거침없이 표출되고 있다.
결혼을 하면서 ‘월급에 저당 잡힌 삶을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저자의 ‘삶에 제동을 건 결정적 경험은 출산과 육아’였다고 고백한다. ‘자아실현에 매진하던 사람이 집 안에 손과 발이 묶여 꼼짝을 못하게 되었’으며, 저자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자리는 아내, 엄마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성역할’임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기혼 여성이라면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이지만, 그에 대응하는 방법은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지금 트러블을 일으’켜야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책에서 ‘여자이자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앞머리에 놓인 ‘시작하는 글’의 제목도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고 이해된다. 먼저 ‘꾸미지 않은 채 살고 싶다’는 제목의 1장에서는 사회적 시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논하면서, 그에 굴복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저자 자신의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서 밝히고 있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으로, 결혼 이후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인한 남편과의 갈등과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이 소개되고 있다. 모든 여성들이 출산 이후에 겪는 육아의 고충은 ‘오늘도 난 아이 앞에서 미친년이 됐다’라는 제목의 3장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슈퍼 우먼’이 되어야만 가능하지만, 그러한 명칭 속에 정작 ‘자신의 삶’은 사라지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관습과 주위 사람들과의 ‘트러블’을 감수하먼서, ‘나 자신’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4장에서 ‘지금 나는 잉여력을 충전중입니다’라고 밝히고, 마지막 5장을 통해서는 ‘온전히 불완전해질 자유가 필요해’라고 주장한다. 타인들에게 ‘완전한 여자이자 아내 그리고 엄마’로 비춰진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포기했을 때만이 가능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저자는 그러한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의 책을 집필하는 것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저자와 같이 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각자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해 자신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주어진 상황도 다르고 살아왔던 삶의 방식도 다르기에, 현재의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리는 것도 동일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사회적 위치로서 주어진 ‘여자, 아내, 엄마’이기 이전에, 각자가 ‘나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에 맞춰 삶을 꾸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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