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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철학’이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을 가리킨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여, 철학자들은 그것을 각자의 관점에서 논증하고 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 혹은 세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현상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다양한 철학의 유파를 생성시킬 수 있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경우 플라톤 이래 수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여, 각자의 관점에서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주장이 제기되면 그에 대한 반론이 뒤따르고, 마침내 다양한 논쟁으로 발전해 철학사의 쟁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단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욕구가 불러올 수 있는 필연적인 논쟁이라고 생각된다. 지극히 합리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존재와 본질을 설명하고자 하지만, 우리의 삶은 항상 합리적으로만 전개되지 않고 또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여전히 많은 철학 이론들이 새롭게 생성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30권의 ‘위대한 철학 고전’을 5개의 범주로 구분하여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아마도 철학사의 맥락을 고려했을 터이지만, 저자의 주관적 관점이 어느 정도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저자는 먼저 1장에서 ‘삶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의미 있는 철학 명저’라는 제목 아래,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비롯한 6권의 저작을 소개하고 있다. 니체의 <짜라투스츠라는 이렇게 말했다>,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롤스의 <정의론> 그리고 파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등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특히 니체의 저작을 통해서 철학에 입문했음을 밝히면서, 진정한 주체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짜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할 정도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 용기 있는 철학 명저’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를 비롯한 5권의 목록에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마르크시즘의 고전인 <공산당 성언>을 비롯한 교육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루소의 <에밀>, 그리고 데카르트의 <성찰>과 로크의 <통치론>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저작들이 지닌 의미는 물론 저자들의 철학사적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3장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 문제에 답을 주는 통찰력 있는 철학 명저’라는 제목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비롯하여 6권의 저서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 변동>과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밀의 <공리주의>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등이 저자가 꼽는 목록들이다.
‘후대 철학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 가치 있는 철학 명저’라는 제목의 4장에서는 푸코의 <감시와 처벌> 등 모두 8편의 목록이 포함되어 있다. 헤겔의 <역사철학강의>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스피노자의 <에티카>와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그리고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등이 저자가 이 항목에서 택한 저서들이다. 마지막 5장에서는 ‘철학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불멸의 철학 명저’라는 제목으로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5명의 철학자의 저서들이 소개되고 있다. 스스로의 저작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정리된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철학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트텔레스의 <정치학> 등 고대의 명저는 물론,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과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등이 저자가 꼼은 ‘불멸의 철학 명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관점에 따라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저작들이 다른 이에 의해 선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어쩌면 30권이란 한정된 수량으로 철학사에 존재했던 모든 저작들을 포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목록에 서양철학의 저서들만 포함되고 동양철학의 문헌들이 제외되었다는 사실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동양철학의 고전들을 따로 선정하고자 했다면, 제목에 ‘서양철학’이라는 단서를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여겨진다. 물론 저자의 전공이 서양철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상 목록에 서양철학의 문헌들만 포함되었을 것이라 이해된다. 그러나 철학이란 학문이 단지 누군가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통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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