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이 아름다운 허물없는 저녁입니다.
오늘 사무실 저녁 메뉴는 상큼한 깻잎이 들어간
쫄면과 내가 좋아하는 야채샐러드에
싱싱한 겉저리까지....
저녁을 먹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 문들 돌아본
동백꽃 나무에는.... 붉은 울움을 토해내듯 오롯이
동백꽃이 피어서 있고....그만 그 처연하고 애닯도록
피어있는 그 자태에 한참을 그렇게 멀거니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겨우내 쑥물처럼 퍼런 잎만 달고 그렇게 가슴을
조아리게 할줄 알았는데....봄이라고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
국화꽃이 피듯 동백꽃이 피어서....
사람들은 동백꽃피는 것을 수줍어하듯 핀다고 말하던데
오늘 핀 동백꽃은 붉은 선혈보다도....아니 누군가요....
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그 동백꽃 처럼요....
그래요 동백꽃에 분명히 나오잖아요....
점순이와 퍽 쓰러져 한창 피어 퍼드러진 동백꽃 속...
점순이게 파묻혀 버렸을 때 여자에게서 나는 향긋한 냄새에
온 정신이 아찔해 지고....
네, 열아홉때의 첫사랑, 그 여름 날의 밤, 그녀를
안았을 때 가슴이 멎도록 번져오던.... 너무나 벅차오르고....
차마 말할 수 없는 그 기억처럼....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 그녀는 말했어요....오빠, 나....아직 동백꽃 한번도.....
보지 못했어....꼭 오빠와 보고 싶어....
그런데 동백꽃을 작년에 이 곳 경남 사천에서....
그녀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모르는데.....
혼자서 처음으로.... 보았습니다.....동백꽃을요....
그리고 올해, 아니 오늘 피어난 동백꽃을 보고....
숨이 멎을 듯 황홀한 동백꽃을 보고.....그만 향수에
젖고....젖어서....그만.....네.....주저리주저리 포도가
영글듯.....기억의 실타래를.....풀어헤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