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
발라드를 부를 때와 경쾌한 댄스곡을 할 때가 따로 있듯 모든 것엔 때가 있다. 특히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세론’을 풍미하던 시절 신문 1면에 사진이 실릴 때가 많았다. 그런데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원로 정치인 A 씨가 찍히곤 했다. 참모들은 A 씨가 이 총재의 수구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질색하곤 했다. 결국 참모들이 나서 A 씨가 이 총재 곁에 오지 못하도록 했다. 놀라운 일은 사진 찍을 땐 보이지 않던 A 씨가 현상(現像)만 하면 이 총재 주변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참모들은 “A 씨는 타이밍의 귀재”라며 혀를 내두르곤 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도 타이밍의 귀재였다. 타이밍이 성패를 가르는 군사정변을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적기(適期)에 필요한 경제정책을 내놓아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다. ‘공격적인 창업자’와 ‘주저하는 2세’는 재계에서도 흔한 현상. 아버지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타이밍 감각은 무딘 편이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이런 스타일 때문에 대선 후보 땐 ‘원칙의 정치인’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통치자는 달라져야 한다. 정치와 정책이 타이밍을 놓치면 국민과의 소통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박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 33일 만에 눈물로 사과했다. 절절한 토로였으나 실기(失期)한 뒤여서 호소력이 약했다. 4·13총선에서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고도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투의 달랑 두 줄짜리 논평을 내놓았다. 국민은 폐부를 파고드는 조용필 노래를 듣고 싶은데, 속사포 랩으로 퉁쳐버린 경우라고 할까. 총선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찔끔 청와대 인사를 했고, 그나마 참패 책임론이 불거진 현기환 정무수석비서관은 남겼다. 현 수석은 총선 한 달 반 뒤에야 물러났으나 개각은 여전히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리더십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재임 중 테러조직 폭격을 오늘 결정할까, 내일 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오늘 결정해서 해결할 확률이 70%만 돼도 나중에 결정해 확률을 100%로 올리는 것보다 더 낫다는 걸 깨달았다. 대통령의 결정은 시간 싸움이다.”
우병우, 윤상현, 최경환. 모두 친박 핵심들이다. 이들이 무너지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그의 처가와 넥슨 사이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기사를 낸 신문사들에 소송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차원의 자체 감찰도 없을 모양이다. 그래서 ‘우병우 시비’는 법적으로는 겨우 시작됐을 따름이다. 다툼은 이제부터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그는 이미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대통령 측근 중에서도 '실세 중 실세'라 할 민정수석이 정의와 도덕의 칼을 휘두르는 역할이 아니라 반대로 그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만 가지고도, 그는 민정수석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감당하기가 썩 어렵게 되었다.
녹취록 상에서 윤상현, 최경환이 당시 새누리당 의원 김성회에게 한 말은 순 막가는 공갈 협박 그것이었다. 전국의 잡배들과 건달들에게 "아, 우리도 집권당의 높은 실세 노릇 얼마든지 하겠구나" 하는 희망과 낙관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한 말투였다. "나 형에 관한 '별의 별 것' 다 알고 있거든, 까불면 안 돼. 아 씨..." "그렇게 무리하게 살면 되는 것 아무 것도 없어..." "나 대통령 뜻 잘 알잖아?"
이상의 두 가지 일로 인해, 박근혜 시대는 또 한 번 레임덕을 자초했다. 그리고 '친박'이란 비누 물방울은 꺼졌다. 그들은 이미 선거참패 때 빈사상태에 들어갔지만, ‘진박’이란 TK 의원들이 사드 배치 논란 앞에서 자살골을 넣어 자기들 관 뚜껑에 스스로 못을 박더니, 이번엔 아예 노골적인 공천개입 물증이 드러나 스스로 자신들의 하관(下棺)식을 거행한 셈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태를 과연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떻게 처리할 작정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잘했는데 그 아랫사람들이 보좌를 잘못해 일이 이렇게 되었다”라는 게 역대 정권들 말기에 흔히 나오는 말이었다. 이번에도 일단은 그런 식으로 임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런 보좌진을 둔 건 대통령의 책임이다. 대통령의 경우는 ‘인사(人事)가 만사’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위에 있던 ‘가까운 사람들’은 지금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다. 친박, 진박이 갔고, 장관들은 무력하고, 비서실장도 ’장세동, 박지원‘ 급(級)이 아니고, 2인자도 없고, 새누당 비박계는 아예 남보다 더하다. 대통령은 지금 혼자다. 그리고 이건 자신의 팀을 건실하고 튼튼하게 짜지 못한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다.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충분히 예리하지 못했던 탓일까?
‘일상의 국민’ 된 입장엔 저 높은 곳의 대통령, 새누리당, 친박, 비박이 어떻게 되고 안 되고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자유민주 체제, 헌법가치, 헌법질서를 지킬 전담(專擔) 정치세력이 없다 시피 되는 현실은 큰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은 물론 이렇게 지리멸렬해지기 전에도 체제수호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않고 못했다. 철학, 역사관, 세계관, 사명감, 투쟁정신, 위기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작금의 사드 배치와 관련한 싸움 앞에서도 새누리당이란 친구들 노는 꼴 좀 보라. 말 한 마디 다부지게 하는 친구가 없지 않은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큰 싸움판을 앞에 두고 주위에 장교단과 병사들 하나 없이 혈혈단신이 되었다. 군대와 경찰과 일반 공무원들은 물론 있으나 그들은 정치투쟁 담당은 아니다. 공무원은 게다가 요리조리 눈치나 살피다가 '쎈 x'에게 싹 가붙는 성향이 있다. 결코 동지가 아니다.
이 위험한 상황 앞에서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정신을 다잡아 “나는 헌법을 수호하고...”라고 했던 대통령의 의무와 권한에 최대한 투철할 것을 희망한다. 무엇보다도 비상내각을 구성하고 공무원을 지휘하고 군대를 통수(統帥)하고 행정권을 발휘함으로써 군사-외교-안보와 국내 치안질서 및 통치기강 확립을 최우선시 할 것을 희망한다.
아울러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등, 공(公)보다 사(私)에 집착해 온 직업 정치꾼들에게만 헌법가치와 헌법질서의 명운을 내맡기지 말고, 자유-민주-공화-양식(良識)-지성(知性)-절제(節制)의 시민세력이 의병(義兵) 된 심정으로 오늘의 자유-민주 권(圈)의 정치적 무중력 상태를 다만 얼마라도 보완해 줄 것을 희망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솔선 말하고 행동하고 나서라. 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것들과, 오늘의 소중한 것들과, 새로 열어갈 내일을 거짓 선동꾼들과 폭민(暴民)정치 앞에 속수무책으로 내버려둘 수만은 없다.
김성회는 왜 윤상현·현기환 녹취록을 공개했을까?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윤상현 의원 등의 전화는 명백한 선거법위반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어서 앞으로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김성회 전 의원은 왜 윤상현·현기환 녹취록을 공개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렇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다. 정병국 의원은 윤상현 의원의 전화에 대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면서 "당과 선관위의 진상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당에서 철저히 진상 조사하고 부족하다면 진짜 수사 의뢰라도 해서 밝혀야한다"며 "대명천지 민주국가에서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김용태 의원은 윤상현 의원의 '별의 별거 다 가지고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이런걸 사찰 정보라고 한다"면서 "비대위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하든, 능력과 권한이 없다면 검찰에 고발해 법률적 검토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해당 의원들의 공천 개입은 단순히 정치 문제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특정인의 자유로운 선거출마 의사를 막는 것은 위법에 해당한다"며 "공직선거법 237조는 선거인·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등을 협박하거나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는데 두 의원의 행위는 마땅히 보호돼야 할 선거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윤상현 의원과 최경환 의원 현기환 전 수석의 발언이 명백한 선거법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 중견법조인은 "정당이 공적인 공천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라면 모르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후보자가 되지 못하게 협박하고, 다른 지역구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윤상현 의원이 (김성회 전 의원의)개인비리 정보를 갖고 있음을 내비치면서 화성갑 경선후보자가 되려는 자로 하여금 후보자가 되지 못하게 협박한 것은 선거의자유방해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특히 윤상현 의원이 최경환 의원에게, 최경환 의원은 현기환 수석에게 순차 전화하라고 한 것으로 보아 순차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그렇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대명천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많은 만큼 중앙선관위가 선거법위반에 대해 즉시 조사에 착수하거나 검찰이 인지해서 곧바로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매수 및 이해유도죄'나 '선거의 자유방해죄'는 공직선거법에서 무거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나 검찰은 눈치만 살피는 모양새다. 중앙선관위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는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판단하겠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의 홍보비 리베이트 관련해서 서슬이 시퍼렇게 칼을 휘두르더니 정권실세들이 등장하니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눈치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성회 전 의원은 왜 녹취록을 공개했을까?
= 첫 번째는 누구나 예상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지역구를 가져간 서청원 의원에 대해 보복일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육군 대령 출신인 김성회 전 의원은 18대 총선 경기 화성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고인이 된 고희선 전 의원에게 당내 경선에서 밀렸지만 고 의원이 1년만에 세상을 뜨면서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선언했다. 그렇지만 서청원 의원이 명예회복을 내세우며 지역구 양보를 부탁했고 김 전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됐다. 서 의원은 명예회복을 했지만 다시 20대 총선에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김 전 의원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윤상현, 최경환, 현기환이 차례로 전화를 걸어 지역구를 바꾸라고 압박한 것이다.
김성회 전 의원은 화성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가 다시 화성병으로 옮겼지만 당내경선에서 패해 20대 총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엄청나게 열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서기로 하자 김 전 의원이 보복차원에서 녹취록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구를 빼앗아 간사람이 당 대표가 되려고 하니까 재를 뿌렸을 것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두 번째는 김 전 의원이 갖고 있던 녹취록이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서 언론사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 전 의원은 녹취록을 새누리당내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했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우리 주변에 많이 퍼져있던 이야기"라면서 "그 당시에 그 당사자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다"고 말했고, 비박계 권성동 의원도 공천이 마무리 3~4일 전 쯤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본인이 전화상으로 협박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지역구를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공천이 끝나고 나서 김성회로부터 녹취한 걸 직접 들었다"면서 김 전 의원이 몇몇 의원들에게 녹음을 들려준 걸로 알고 있다" 말했다.

= 그건 TV조선이나 김성회 의원이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있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김 전 의원측은 자신들이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김 전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해서 얻을 게 별로 없다. 정치에 뜻을 접고 오로지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이라면 가능한 얘기지만 그렇지 않다면 친박계도 다치고 자신도 피해를 입을 일을 했겠는지 의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김성회 전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해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얻을 게 없다"면서 "김 전 의원이 공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언론사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정권말 레임덕 현상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내우외환'이라고 들어봤나? 청와대 내부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우'가 청와대 바깥에는 최경환, 현기환의 '환'을 붙여서 '내우외환'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있고 정권을 비호하던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이 앞장서서 정권을 비판한다. 전형적인 정권말 레임덕 현상인 것이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비박계의 음모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레임덕의 전형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결과론적인 분석인데 내년 대선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된 폭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하면 서청원 의원이나 최경환 의원 같은 친박계 핵심이 당대표가 될 경우 대선후보 경선룰 등에서 친박계 또는 친박이 미는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된 폭로가 아니냐 하는 분석이다.
이 분석은 김성회 전 의원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한 폭로이기 보다는 친박에 반대하는 비박쪽에서 김 전 의원에게 녹취록을 폭로하도록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친박계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서청원 의원은 "왜 이 시점에서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녹취록 공개를 정치공작이라고 단정했다.
친박계 재선 핵심 이장우 의원은 "나는 어느 세력에 의해서 주도가 됐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폭로가 되었는지 참 궁금하다"며 비박계를 겨냥했다. 김태흠 의원 역시 "이런 부분들이 몇 달이 지난 후 전당대회 직전에 폭로된 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비박계의 정치음모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특히 '녹취록 폭로 배후에 누가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 안 된 부분이지만 김 전 의원이 누군가와 상의하고, 뒤에서 누군가 조정했다면 전당대회 갈등을 유발하는 해당행위"라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은 "녹취록을 잘 봐라. (김 전 의원이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묻고 또 묻는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에 불을 지필 '의도'로 유도신문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 녹취록 폭로로 가장 손해를 본 쪽은 친박계가 맞다.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경환 의원도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가 후보가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홍문종 의원이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지만 이미 친박계의 기세는 꺾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친박'이라는 말이 주홍글씨가 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반면 비박계는 상대적으로 이득을 봤다. 어느 특정 후보가 이득을 봤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친박계가 당권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비박계 후보가 단일화 할 경우 당권을 잡게 될 것이고 내년 대선후보 결정의 룰도 비박계가 불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청와대가 미는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구체적으로 김무성 전 대표가 가장 큰 이득을 봤다며 김 전 대표 쪽을의심하기도 한다.

= 사실은 그렇다. 그래서 '적반하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까불면 안 된다니까. 대통령 뜻을 얘기해준 거 아니냐"며 출마 지역을 바꿀 것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라며, 사찰정보까지 갖고 있다고 압박했다.
최경환 의원은 김성회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라면서 공천을 보장할 테니 인접 지역구로 옮길 것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며 타박을 하기도 했다. "그것이 브이아이피(VIP·대통령) 뜻이 확실히 맞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럼, 그럼", "우리가 도와드릴게"를 반복하며 김 전 의원을 안심시킨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성회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서청원 전 대표에게 가서 나한테 얘기했던 것과 똑같이 얘기하라. '대표님 가는 데 안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라고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하고 약속을 한 것은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것 아니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아느냐"는 말도 했다.
김 전 의원이 "이게 VIP(대통령) 뜻이라면 따르겠다"고 말하자 현 전 수석은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다. 바로 조치하라,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고"라며 다소 고압적 태도로 화성갑 불출마를 재촉한다.
이게 정치공작이 아니면 뭐가 정치공작일까?
친박계, "녹음한 김성회는 인간쓰레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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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채원기자] 박계는 19일 '녹취록 파문'으로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 결국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자, 비박계를 향해 "인간쓰레기"라는 폭언까지 해가며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모했다. 서청원 의원의 최측근인 이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친이계 김성회 전 의원에 대해 "얼마나 비겁하냐. 남자의 세계에서 가장 인간쓰레기 같은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서청원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어느 것도 개입한 것 없다"며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자꾸 나가려고 하니까 그걸 옆 지역에, 아마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그렇게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무서워서 살겠냐, 누구하고 대화를 하겠냐"며 "자기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 그럼 자기가 경선하면 되는 거지 경선 안하고 옆 지역 나가겠다고 저한테까지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에서 졌으면 깨끗하게 승복하는 거지 녹취를 해서 왜 이렇게 당을 어렵게 만드냐"며 "그런게 아니면 진작하지 왜 이런 시점에 하냐, 서청원 의원을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 옳지 않다. 남자의 세계에서 가장 비겁한 행동"이라고 거듭 김 전 의원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비박계로 돌려, "지지율 10%도 못 넘는 사람이 대표 하겠다고, 국민에게 지지를 받고 비전을 제시해야지 지난 과거를 갖고 자꾸 얘기하는 것은 대표 출마 자격이 없다"며 "김무성 옆에 섰던 사람들도 다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재선 핵심 이장우 의원도 "그런 정치문화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비박계가 주도한 녹취록 파문에 싸늘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나는 어느 세력에 의해서 주도가 됐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폭로가 되었는지 참 궁금하다"며 비박계가 이번 사태의 배후임을 시사했다. 또다른 친박계 핵심 김태흠 의원은 "그게 총선 개입이라고 볼 수 있느냐"며 "각별한 선 후배나 동료의원들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고 (출마도) 권고 할 수도 있는 그런 수준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게 무슨 문제가 되나. 공천을 준다는 것도 아니고 경선 절차를 밟았다가 경선에서 그 사람이 낙선한 것인데, 또 그 분이 비례대표를 요구했는데도 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더 나아가 "그렇게 따지면 김무성 전 대표가 안대희 후보한테 마포 출마를 권유하거나 아니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종로가 아닌 다른 데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한 것도 똑같은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쨌든 이런 부분들이 몇 달이 지난 후에 전당대회 직전에 폭로된 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비박계를 상대로 의혹을 제기했다. SW
![]() 이정재 시간이 흐르고 사건의 전모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나는 생각의 궤도를 수정해야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냥 먹이사슬이 아니라 뒷배와 뒷돈으로 얽힌 동업자가 아닐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등장은 이런 심증을 더 굳게 했다. 김정주의 넥슨은 우 수석 처가 소유의 강남 부동산을 13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사들였다. 덕분에 우 수석의 처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땅을 헐값에 팔지 않아도 됐다. 시시비비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풍기는 냄새는 고약하다. 세간의 눈이 ‘김정주-진경준-우병우 커넥션’에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김정주는 세계적 창업 신화의 주인공이다. 20대에 창업해 10여 년 만에 4조원이 넘는 회사를 일궜다. ‘게임 황제’로 불린다. 그런 그가 뭐가 아쉬워, 뭘 더 얻으려고 그런 거래를 했을까. 그의 이력을 돌아봤다. 진실은 왕왕 지나온 시간 속에 단서를 남겨놓는 법이므로. 그는 기업법 전문 변호사인 아버지 덕분에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94년 아버지에게 6000만원의 자금을 빌려 넥슨을 창업했다. 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다중접속 롤플레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로 게임 왕국의 문을 열었다. 이후 직접 게임을 개발하기보다 잘나가는 게임회사를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대박을 터뜨린 ‘메이플스토리’와 2013년 한 해에만 4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안겨준 ‘던전앤파이터’가 모두 M&A의 결과물이다. 큰 성공 뒤에 으레 따라붙는 시기와 질투를 감안해도 그에 대한 평판은 일관되게 별로다. 그는 (게임)개발자를 홀대하고 지분에 집착했으며 M&A를 즐겼다고 한다. 업계에서 그를 ‘개발자’가 아니라 ‘사업가’로, 넥슨을 ‘돈슨’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는 뛰어난 안목과 두둑한 베팅으로 남의 것을 사들여 사업을 키웠다. 그런 그가 수많은 거래를 통해 익힌 것들, 그 속에 진경준과의 검은 거래의 씨앗도 함께 심어진 것은 아닐까. 협상·거래와 인허가엔 권력과 금력이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믿음 같은 것 말이다. 김정주를 보며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떠올렸다. 둘은 많이 닮았다. 나란히 게임 벤처 1세대 최고의 스타다. 언론을 잘 타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것도 같다. 인연도 남다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다. 카이스트에선 한 방을 쓴 룸메이트다. 마이티를 함께 치며 빌 게이츠를 꿈꿨다고 한다. 김정주는 최대의 위기로, 이해진은 라인의 일본 상장 성공으로 요즘 최고의 화제 인물인 점도 같다. 그러나 둘 사이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김정주는 탄탄한 지분(48.5%)으로 넥슨을 지배한다. 이해진의 네이버 지분은 4.6%다. 라인 스톡옵션도 ‘2인자’인 신중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보다 적게 가졌다. 그는 “경영권은 돈이 아니라 실력과 열정으로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이해진이 15일 라인 상장 간담회에서 말한 ‘역차별’ 얘기를 들으며 울컥했다. 그는 포켓몬 고(GO) 열풍에 맞춰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을 다시 요구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세금 내기 싫어 한국의 법을 바꾸라고 요구한다”며 “네이버가 그랬다면 어떻게 됐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불공평·역차별”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라인은 일본으로 갔는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여러 이유로 이 땅에서 기업 하기는 여전히 힘든 것이다. 그렇다고 권력의 검은손을 잡은 김정주가 일본으로 가야 했던 이해진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정재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 김정주는 왜 검은손을 잡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