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용실/김준한

[김준한]

그녀의 미용실

김준한


미용실에 들어선 그녀가 부두를 
깨우자 부스스한 어둠 출렁였다.

밤새 뒤척이던 해안은 다 말랐나?
수평선 적시고 마른 수건 탈탈 털자
흩어진 햇살 펄럭이며 날아오른 갈매기

파마 2만 원 70세 이상 무료,
끙끙 앓는 과적의 무게에 비해
조금 서운한 것 같기도 한데,

바다를 열어젖힌 고물선들, 시끌벅적
풀어놓는 풍랑 거세지면 그녀의 가위가 
꼬불꼬불한 파도 위를 걷는다.

녹슨 프로펠러가 베어무는 오후,
나른한 뱃멀미 밀려와 휘청이면 
심해 깊이 담그는 닻 아직 견딜만하다.

종일 끌어올린 갑판 위에 파닥이는 피로, 
멀리서 온 바람 부두에 동여매자 
골목 저편 넘실거리는 달 빛

초췌한 고양이, 
그녀가 흘린 월척 한 마리 물고 
파고 높은 담벼락 훌쩍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