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지 들고 오신 당신
/ 김별
겨울이 오기도 전부터 이미 기다린 봄
황토담 아래 고이는 맑은 햇살샘물이
버들강아지를 터트리고
시냇가에 옥구슬을 만드는 줄 알았더니
먼 산을 보며 가슴 저미듯
뭉클 온몸에 전해지는 봄기운이
당신이 손잡아 주신 따듯함이었습니다
당신은 매화 멍울처럼 부푼 가슴
복숭아향 가득한 발그레한 볼이었건만
동지섣달 긴긴밤 배앓이 한
새아씨의 꿈을 안고
몇 날 며칠 산고의 고통으로 오셨나 봅니다
세상은 늘 어지럽고 사납기도 하지만
인연이 오묘한 조화로움 속에 마침내 발화 하듯이
겨우내 쌓였던 눈을 녹인 자리에
노란 복수초 꽃잎을 피워 주시고
언 땅을 녹여 꽃보다 어여쁜 푸른 생명의 싹을
넓게 넓게 뿌리며 오신 수고로운 손길입니다
모질고 험한 날들을 견뎌내고서야
건양다경 입춘대길 이토록
정갈한 소망의 글귀를
솟을대문에 써 붙이고도
눈보라 황소바람 냉골에 웃풍으로
오금 저린 날들은 이어졌건만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위해
논둑이며 밭둑에 들불을 놓고
농주를 내어 액막이 풍물을 노는 날에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하회탈 같은 웃음과 흥으로 오신 당신입니다
가지 끝마다 맺힌 멍울이며
삭정이에 불이라도 붙을 듯 마른날에도
더운 입김을 불어넣으시고
실핏줄을 데우시더니
눈 녹은 자리 첫 아지랑이 피어납니다
파도를 타는 보리밭 언덕 넘어
꿈속인 듯 종달새 노래 아련합니다
세상의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아직 다는 모르고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이고
치성致誠으로 빌었던 발복이 무엇인지
살아볼수록 더욱 모를 때도 있지만
이 땅에 처음 하늘이 열리던 날이
오늘과 같았으리라는 짐작에 그만
눈물 납니다
꽃가지 들고 눈 쌓인 능선을 넘어
당신께서 기어이 이 땅에 오셨기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눈부시고
수려강산秀麗江山을 번성케 하실 손길이시기에
영험한 신령이 당신을 지켜주실 겁니다
색동저고리에 타래버선 신고
꽃잎을 옮겨 앉는 나비 인양 폴짝
시냇물 돌다리 건너
개구쟁이 아이처럼 오신 당신
이 땅의 사람들과
가득한 행복 누리시고 같은 꿈을 꾸어요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나 또한 사랑하오니
온 누리가 당신으로 하여 축복입니다
아름답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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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지 들고 오신 당신
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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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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