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사산악회 산행 총대장 '수다쟁이'님의 벙개 산행으로
제주도 영실로 철쭉 산행을 가게 됐습니다
영실은 해마다 요맘때쯤이면 절경을 뽐내는 한라산의 철쭉 명소이지만
올해는 어쩐 일인지 철쭉이 없다는 선답자(先踏者)들의 볼멘 소리가 들려와
기대를 반으로 접은채 오랜만에 가는 제주도 여행에 더 무게를 싣습니다
***********
청주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집에서 새벽 4시 30분에 출발
아산시청에 도착하여
픽업차량인 보디빌더님의 차를 기다립니다
*********
시청 공무원들을 지켜 보고있는 청백리 고불 맹사성님의 동상에게 출발 인사를 하고!
청주 공항에서 7시 30분 이스타나 비행기로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5,500m 상공까지 날아 올라 시속 600km의 속도로 제주를 향하니
이륙 40여분만에 탐라국에 도착합니다
많은 여행객들로 붐비는 제주 국제공항
안녕~! 제주
차를 빌리기 위해 들른 렌트카 회사 옆에
하얀 소금을 뿌린 듯 하다는 메밀밭이 있었습니다
5인승 승용차를 빌려 넷이 나눠 타니 자리도 여유롭고
뜨거운 날씨지만 에어컨도 빵빵하여 쾌적한 제주여행을 시작합니다
영실로 향하던 중 언덕을 저절로 올라가는 도깨비 도로에 진입하여
도로옆 편의점에서 음료수 등을 구입하는 동안 도채비(도깨비) 형상과
도새기(돼지) 조각품들을 잠시 간섭해봅니다
'신들의 방'이라는 영실(靈室)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 다녀갔으니 시나브로 어언 5년여 만에 온셈입니다
특히 6월 현충일을 전후 해서 피어나는 남벽 부근의 철쭉이 유명한 곳이어서
은근한 설렘을 안겨주는 제주의 자연 명소입니다만
까마귀 오백장군 상
넓어진 주차장에 차를 안치 시키고 드디어 숲속으로 들어 갑니다
평일이라 등산객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기도 합니다
높고 깊은 산속에서만 자라는 '박새'가 큰 키를 흔들어 첫인사를 건네옵니다
다음으로는 찔레꽃인데
제주 바람에 향(香)은 이미 날아가고 없었습니다
비가 내릴 때에는 '영실폭포'라고 불리지만
평소에는 오백나한으로 더 이름이 알려진 '영실기암'입니다
무등산의 서석대와는 달리 규모도 크고 앞이 확 트여있는 병풍바위는
여름보다는 가을 경치가 더 뛰어 난 곳이지요!
민백미꽃과 보리수
계단을 밟아 오르다 보면 병풍바위는 이런 모습으로 변합니다
설악산을 다녀온 뒤로 신음하는 무릎을 고려하여
오늘 산행은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합니다
일행들과도 떨어져 힘이 덜 들어가는 꽃산행을 해보기로 작정하니
걸음이 한결 여유롭고 편안했습니다
산딸나무
섬노린재 나무
1600m 고지 전망대에 올라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잠깐 담소를 나눈 후 일행들을 먼저 올려 보냅니다
그들은 남벽 분기점까지 진행하기로 하고 나는 가는데 까지 그냥 가보려고 합니다
어스렁 오름
섬매발톱 나무
미역줄 나무
새소리 바람소리를 동무 삼아 걸음은 느긋하게 옮기지만
눈길만은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살핍니다
혹시나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꽃 구경을 놓칠까봐!
새소리 동영상
영실기암의 구멍 뚫린 바위도 끌어댕겨 봅니다
살방살방 올라와 관목지대의 고사목들과도 조우를 합니다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수 있을꼬!"
그러다가 산수국 밑에 숨어 있는 노루오줌과 그를 찾아온 '도시처녀나비'도 발견하고!
자꾸만 발밑을 기웃거리는 나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듯 쳐다 보기도 헙니다 ㅎ
수직 암벽의 병풍바위 뒷쪽에서도
눈길만 게으르지 않다면 소소한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보리수
능선에 올라서면 틀림없이 만나게 되는 구상나무는 멋쟁이 나무입니다
노린재 나무의 고운자태에 매료되기도 하면서...!
나를 앞질러 가는 부부산객은 중국인으로
제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유커'들과는 달리 산악인 포스가 넘쳤습니다
이미 생명력은 끊겼지만 오래도록 한라(漢拏)를 지키고 있는 고사목(枯死木)
백당 나무
함박꽃
제주도에는 50여종의 특산식물이 한라산 고지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영실 탐방로에는 제주산버들, 시로미, 좀갈매나무, 섬매발톱, 좀고채목, 병꽃 나무 등의
희귀한 나무들이 있습니다
또한 함박꽃 나무와 홍괴불 나무도 만나 볼 수 있다는데
함박꽃은 눈앞에 있지만 '홍괴불 나무'는 다시 봄이 돼야 만날 수 있겠지요!?
산개벗지
나뭇가지 위로 남벽의 자태가 슬그머니 나타납니다
사스레 나무 종류인가?
노린재 나무와 나방
주로 영실에서 발견된다는 '도시처녀 나비'
구상 나무 등의 규목지대를 벗어나 선작지왓의 평야지대로 들어섭니다
그 곳에는 우람한 남벽의 웅자(雄姿)가 시야를 압도합니다
희미하게 산철쭉의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울긋불긋 꽃데미를 이룬 모습이 펼쳐졌다면 얼마나 멋졌을까요!
윗세족은 전망대
산죽 속의 시로미
선작지왓〈명승 제 91호〉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 초원지대의 '작은 돌이 서 있는 밭'이라는 의미를 지닌 곳으로
키 작은 관목류가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는 고원 습지로써 생태적 가치가 뛰어 난 명승지입니다
윗세족은 오름 전망대
윗세오름은 1100고지 부근의 세 오름에 비해 윗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붉은 오름, 누운 오름, 족은 오름을 함께 부르는 말입니다
'윗세족은 오름'에 올라서면 선작지왓의 넓은 고산 평원과
백록담 화구벽, 만세동산과 블레오름 등의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봄에는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꽃바다를 이루고
눈향나무, 시로미 등 희귀 고산 식물이 군락을 이룹니다
노루가 한가로이 뛰놀고 맑은 날이면
범섬, 마라도, 차귀도, 비양도 등이 한 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아름다운 전망지입니다
시로미
노루들이 물을 먹으러 온다는 노루샘을 지납니다
산죽이 비탈을 뒤덮은 '족은 오름'을 에둘러 가는 중에
남벽으로 진행하려한다는 일행들의 전화가 걸려 옵니다
일행들을 쫒아가려는 게 아니고 햇볕이 뜨거워 나도 걸음을 빨리 합니다
산철쭉이 피어 있으면 장관을 이루는 남벽 앞의 등성이입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남벽 중간 지점에서 잠입하여
그 철쭉밭을 헤치며 비등을 감행한 적도 있었지요!
바크셔 대장님의 인솔하에...!
노란 '미나리아재비'가 자꾸 바쁜 발길을 붙드네요!
산행 시작 2시간여 만에 윗세오름에 도착합니다
시간은 오후 1시로 남벽으로 진입한 일행들을 뒤따라 갈 시간은 충분하지만
고장 난 무릎을 아끼려고 욕심을 접습니다
험악하게 생긴 남벽의 모습을 마주 하는 대신 대피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적당한 그늘을 찾아 나눠받은 쵸코파이와 식혜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다소 썰렁한 윗세오름 대피소
까마귀에게 음식물 주지 말라는 경고가 있어서인지
그 많던 까마귀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남벽입구는 오후 2시까지 입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돈내코로 하산하려면
거리도 멀고 길도 험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옛적에 까마귀가 새까맣게 모여 있던 자리
많은 야생화를 만날 수 있었던 어리목 코스는 오늘 포기합니다
차량 회수 문제로 다시 영실로 내려가야만 하니까요!
간단한 음식(컵라면) 등을 구입할 수 있었던 윗세오름 대피소는
화장실만 이용할 수 있는 한적한 곳이 돼버렸습니다
지금은 매점도 없고 쉴만한 그늘막도 적어 배낭의 물 한모금 먹고
어리목으로 내려가거나 영실로 되짚어 가야 합니다
어쩌면 삭막한 곳이 됐다 싶지만
극성스럽게 음식찌꺼기를 탐내던 까마귀들을 퇴치시킨 건 잘했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