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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 백성으로서 의로운 삶을 사는 지혜를 가르치는 잠언과 새로운 존재
은성: 아버지, 요즘 세상이 너무 이상해진 것 같아요.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어요.
아버지: 옳은 일을 한 사람, 옳은 삶을 사는 사람이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옳지 않은 일을 한 사람 즉 죄를 지은 사람이 인정을 받고 지지를 받아서 권력과 부를 움켜잡는 세상이 되었으니 네 마음도 이해가 된다. 자녀들이 배우고 본받아야 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구나.
은성: 최근에 윌리엄 베넷의 『미덕의 책(The Book of Virtues)』을 읽었는데 대부분의 미국인이 인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덕을 정직(honesty), 동정/공감(compassion), 용기(courage), 인내(perseverence)라고 이야기하는데, 베넷은 여기에 몇 가지를 더하여 10개의 주제를 말해요. 그것은 자기훈련(self-discipline), 동정/공감(compassion), 책임(responsibility), 우정(friendship), 일(work), 용기(courage), 인내(perseverence), 정직(honesty), 충성/신실(loyalty), 믿음(faith)이어요. 미국은 오랫동안 미덕에 대해 들어왔고, 가정과 학교와 교회에서 교육받아 왔으며, 지도자가 되려면 이런 미덕에서 남보다 돋보여야 한다고 해요.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이것도 30년 전까지나 통하는 이야기이고 지금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고 보여요. 오늘날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는 것들을 읽어보면 옛날의 미국과 너무나 달라졌어요. 미국이 그럴 정도라면 다른 나라들은 더욱 심각할 것이 분명하고요. 우리나라를 보아도 알 수 있고요.
아버지: 네가 좋은 책을 읽었구나. 나는 최근에 『목민심서』를 읽으면서 오늘날의 사회 모습을 지적하는 것 같은 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성현의 가르침에는 원래 두 길이 있다. 하나는 사도(司徒)가 만민(萬民)을 가르침으로써 각기 수신(修身)하도록 함이요, 다른 하나는 대학(大學)에서 국자(國子)를 가르침으로써 각기 수신하고 치민(治民)하도록 하는 것이니, 치민이란 곧 목민이다. 따라서 군자(君子)의 학은 수신함이 그 반이요, 나머지 반은 목민인 것이다. 성인이 난 지 오래되어 그 말씀도 없어지고 그 도(道)가 점점 어두워졌다. 오늘날의 사목들이 오직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조급하고 어떻게 목민을 해야 하는 줄을 몰라서 백성들은 여위고 곤궁하고 병까지 들어 진구렁 속에 줄을 이어 그득한데도 사목하는 자들은 바야흐로 아름다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혼자 살이 찌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은성: 성경에서도 지도자들의 부패하고 불의한 모습이 나오는데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종교 지도자들이 가장 앞서고 있다는 것이 기가 막힌 사실이었어요. 아모스 선지자의 책망을 보면 한숨만 나오지요.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이스라엘의 서너 가지 죄로 말미암아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은을 받고 의인을 팔며 신 한 켤레를 받고 가난한 자를 팔며 힘 없는 자의 머리를 티끌 먼지 속에 발로 밟고 연약한 자의 길을 굽게 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한 젊은 여인에게 다녀서 내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며 모든 제단 옆에서 전당 잡은 옷 위에 누우며 그들의 신전에서 벌금으로 얻은 포도주를 마심이니라”(암 2:6-8)
아버지: 에스겔 선지자의 책망도 비슷하다. “인자야 너는 이스라엘 목자들에게 예언하라 그들 곧 목자들에게 예언하여 이르기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자기만 먹는 이스라엘 목자들은 화 있을진저 목자들이 양 떼를 먹이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냐 너희가 살진 양을 잡아 그 기름을 먹으며 그 털을 입되 양 떼는 먹이지 아니하는도다 너희가 그 연약한 자를 강하게 아니하며 병든 자를 고치지 아니하며 상한 자를 싸매 주지 아니하며 쫓기는 자를 돌아오게 하지 아니하며 잃어버린 자를 찾지 아니하고 다만 포악으로 그것들을 다스렸도다 목자가 없으므로 그것들이 흩어지고 흩어져서 모든 들짐승의 밥이 되었도다 내 양 떼가 모든 산과 높은 멧부리에마다 유리되었고 내 양 떼가 온 지면에 흩어졌으되 찾고 찾는 자가 없었도다”(겔 34:2-6)
은성: 왜 하나님을 믿는 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들도 안식일을 지키며 제사를 드리지 않았을까요?
아버지: 그때는 이스라엘이 그랬고, 지금은 교회가 그렇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 성경도 읽고 기도도 하고 열심히 봉사도 하는데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욕을 먹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은성: 아버지, 최근에 잠언과 전도서를 배울 때 의로운 삶을 사는 지혜를 배우지 않았나요? 저는 다른 성경은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두 권만 제대로 배워도 도저히 불의한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아버지: 네 말이 맞다. 잠언은 지혜서인데 이 지혜는 삶의 기술이고, 의로운 생활을 말한다.
은성: 의로운 생활에 대해서 배울 때 “보응의 원리”에 대해 배운 것이 생각나는데요.
아버지: 잠언에서 지혜는 “보응의 원리”라는 도덕법칙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반드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전제되지. “보응의 원리”는 “의로운 생활을 할 때는 성공과 번영이 따라오고, 악한 생활을 하면 실패와 파멸이 따라온다”는 것이니 잠언에서 계속 가르치는 내용이다. 한 곳만 예를 들어보자.
“대저 정직한 자는 땅에 거하며 완전한 자는 땅에 남아 있으리라 그러나 악인은 땅에서 끊어지겠고 간사한 자는 땅에서 뽑히리라”(잠 2:21-22)
은성: 제 기억에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사람을 지으실 때 “보응의 원리”라는 도덕 질서를 심어주시고, 그것이 모든 사람의 삶과 역사를 지배하는 법칙이 되도록 하셨다고 했어요. 그래서 심지어 하나님을 모르거나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그 본성에 “보응의 원리”를 인정하고, 그것이 옳다고 여기게 하는 깨달음이 있다고 했어요.
아버지: 잘 기억하고 있구나.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새 사람이 되기 전에는 그것을 바르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혹시 안다고 해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결국 온전하게 의로운 생활을 할 수는 없게 된다.
은성: 신약 시대엔 새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구약 시대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그런 지혜를 가진다고 말씀하지 않았나요?
아버지: 잠언의 가르침을 보면 네 말이 정확한 말이다. 잠언 1장 7절(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과 9장 10절(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 사이에 15가지의 교훈들이 나오는데, “지혜”와 “의로운 생활”이 삶의 근원적인 가치요, 의미임을 가르치고, “내 아들아”라고 부르면서 이 기본적인 도덕성을 갖추라고 강조한다.
은성: 제가 어렸을 때 날마다 잠언을 한 장씩 읽어서 매달 잠언을 한 번씩 읽게 하셨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나요?
아버지: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 지금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잠언을 하루에 한 장씩 읽고 있지.
은성: 그런데 잠언에서 가르치는 대로 의로운 생활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버지: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그러한 삶을 살 수가 없지. 오직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야 한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 32문에 보면 “하나님의 은혜가 두 번째 언약에 어떻게 나타났는가?”라고 묻고, “하나님의 은혜가 두 번째 언약에 명백히 나타났는데, 그것은 그가 값없이 죄인들에게 중보자를 제공하고 그에 의한 구원과 생명을 베푸신 것과, 그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조건으로 신앙을 요구하면서 그의 모든 선택된 자들에게 성령을 약속하고 주셔서, 그들 안에 그 신앙과 다른 모든 구원의 은총들을 작동시키며, 그들의 신앙과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진실성의 증거로서, 그리고 그가 그들을 구원으로 작정하신 방식으로서, 그들로 하여금 모든 거룩한 순종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신 것이다.”라고 답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 마음 속에 역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사역으로 우리 스스로는 죄악된 본성 때문에 불가능했던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제 75문에 보면 “거룩하게 하심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거룩하게 하심이란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인데, 이로 말미암아 거룩하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택하신 자들이 때가 되매 강력한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적용을 받게 하신다. 그럼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좇아 온 사람이 새롭게 되고, 생명에 이르는 회개의 씨와 그 밖에 다른 구원의 은혜들을 그들의 마음속에 두고, 그 은혜들이 고무되고 증가되고 강화되어 그들로 하여금 점점 더 죄에 대하여 죽게 하고 새로운 생명에 대하여 살게 하는 것이다.”라고 답한다.
은성: “점점 더 죄에 대하여 죽게 하고 새로운 생명에 대하여 살게 하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너무 좋네요. 어떤 그리스도인도 우리가 이 땅에서 사는 동안에는 완전한 사람이 되기 어려운데 그럴지라도 “점점 더 죄에 대하여 죽게 하고 새로운 생명에 대하여 사는” 생활, 달리 말하면 성화의 과정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네요.
아버지: 그렇지. 골로새서에서도 잘 가르쳐 주고 있으니 함께 보기로 하자.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리심을 받았으면 위의 것을 찾으라 거기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느니라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졌음이라 우리 생명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그 때에 너희도 그와 함께 영광 중에 나타나리라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 이것들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느니라 너희도 전에 그 가운데 살 때에는 그 가운데서 행하였으나 이제는 너희가 이 모든 것을 벗어 버리라 곧 분함과 노여움과 악의와 비방과 너희 입의 부끄러운 말이라 너희가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 옛 사람과 그 행위를 벗어 버리고 새 사람을 입었으니 이는 자기를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지식에까지 새롭게 하심을 입은 자니라”(골 3:1-10)
은성: 우리가 사는 시대만 아니라 골로새서를 썼던 때에도 가지가지의 죄들이 있었다는 것이 새롭게 보이네요. 그리고 “너희도 전에 그 가운데 살 때에는 그 가운데서 행하였으나 이제는 너희가 이 모든 것을 벗어 버리라”는 말씀도 무겁게 들리네요.
아버지: 새 사람은 더 이상 “부패한 죄인”이라면서 핑계만 대는 무책임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데서 오는 기쁨”을 가지고, 혹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 우리가 생각하건대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었은즉 모든 사람이 죽은 것이라 그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심은 살아 있는 자들로 하여금 다시는 그들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오직 그들을 대신하여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이를 위하여 살게 하려 함이라”(고후 5:14-15)라는 말씀처럼 구속의 은혜에 대한 깊은 감사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헌신의 마음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을 생활에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거기에는 수고도 있고, 고난도 있고, 심지어 환난도 있지만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2:1-2)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인내하며 소망 중에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이다.
은성: 결국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영원한 언약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 언약에서부터 우리의 구원도 시작되고, 성화의 삶도 가능하고, 장차 영광에 이르게 될 소망도 생기니까요.
아버지: 참으로 잘 말했다. 그런 점에서 잠언은 언약 백성이 의로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지. 전도서도 그렇고, 욥기도 그렇다. 아니 성경 전체가 그렇다. 우리가 주기도문을 드릴 때에도 하나님의 이름과 나라와 뜻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가 의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고, 일용할 양식과 죄 사함, 그리고 시험과 악에서 건짐을 기도하는 것도 의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은성: 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이해가 잘 되네요. 요즘 세상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던 것이 많이 해결이 되고, 이런 가운데에서도 힘있게 살아갈 소망이 생기네요.
아버지: 그랬다니 나도 기쁘구나. 성경 한 곳만 더 이야기하고 마치자.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7-9)
세상에는 공의가 없고 불의만 가득해서 어느 곳에도 “보응의 원리”를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확실히 “보응의 원리”를 실행하시니 우리는 낙심하지 말고 오직 선과 의를 행하면서 때를 기다리자.
은성: 저에게 꼭 필요한 말씀을 주셨네요. 이제 마쳐도 마음이 평안할 것 같아요.
아버지: 요즘에는 너에게만 아니라 나에게도 늘 묵상할 필요가 있는 귀한 말씀이다. 여기서 마치자.
은성: 예, 아버지. 오늘도 너무나 감사해요.
아버지: 네가 나에게 늘 기쁨을 주고,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해 주어서 나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