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벽
/ 김별
오고 가는 사람을 막을 수 있는 문은 없다.
넘으려는 사람을 막을 수 있는 벽도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세상의 문과 벽을 허물어
단절과 금단의 경계를 넘어 세상으로 가고자 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하늘이 뚫린 감옥으로 만들었고
미국이 남미인들의 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에 철책을 세웠고
남북이 서로를 차단하기 위해
휴전선에 철책을 만들었고
대륙인이 외부의 침략이 두려워
거대한 만리장성을 연결했지만
세상에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
세상에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
그것이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
더 쉬운 침략로가 되어
더 쉽게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보이지 않는 벽조차 어느 순간 망치질에
베를린장벽처럼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하니 누구를 막기 위한
문과 벽을 만들지 마라
그것은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부끄러운 역사이고 폭력적인 죄악이다.
사찰의 일주문이 통제하기 위한 문이 아니듯
제주의 작대기 세 개뿐인 문이 다만 표식이듯
누구나 열고 닫을 수 있어야 문이다.
안팎의 구분이 없어야 진정한 벽이다.
담 너머로 맛있는 음식을 주고받듯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대화와 소통
정과 사랑을
나누지 못하면 문도 벽도 아니다.
구분하고 통제하고 막기 위한 문과 벽은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
누구도 결코 막지 못한다.
다만 적을 만들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를 고립시켜
오히려 스스로의 감옥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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