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8일 연중 제27주일 (군인 주일)
한국 교회는 1968년부터 군 사목에 종사하고 있는 군종 사제를 비롯하여 군인 성당, 국군 장병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물질적으로 돕고자 해마다 10월 첫 주일을 ‘군인 주일’로 지내 왔으며, 2023년부터는 10월 둘째 주일에 지내기로 하였다(주교회의 2022년 추계 정기 총회).
오늘 전국 각 본당에서는 군의 복음화를 위한 특별 헌금을 봉헌한다.
오늘은 연중 제27주일이며 군인 주일입니다. 의로우시고 자애로우신 주님께서는 당신 포도밭인 교회를 끊임없이 가꾸시어, 가려 심은 새싹들을 자라게 하십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참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와 결합시키시어 영원한 생명의 열매를 풍성히 맺게 하여 주시기를 청하며, 또한 군인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신앙을 굳게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합시다.
<주인은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3-43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33 “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34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35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36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37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38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39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40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41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4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43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2023년 제56회 군인 주일 담화
“주님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시편 33,5)
오늘은 제56회 군인 주일입니다. 올해부터는 교구장님들의 동의하에 ‘군인 주일’ 행사를 10월 첫 주에서 둘째 주일로 이동하여 지내게 되었습니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되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에서 군인 주일을 맞이하게 되어 무척 기쁜 마음입니다.
군인 주일을 맞이하여 지금 이 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국토방위에 수고하고 있는 국군장병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군인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신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7월에 발생한 ‘극한 호우’는 우리나라 곳곳에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남겼습니다. 제방이 무너지며 터널 안으로 부지불식간에 밀려든 강물에 생명을 잃은 분들의 슬픈 소식은 아직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특히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해병대원의 죽음은 지금도 충격으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어진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수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수많은 육·해·공·해병대 장병들이 수재민을 돕고자 살인적인 더위를 무릅쓰고 수해 현장에서 봉사하였습니다. 이렇듯 군인은 나라의 천재지변과 여러 비상 상황에 어느 곳이든 제일 먼저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뻗치며, 평화의 사도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군종교구도 피해지역의 복구를 돕는 병사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군종신부들은 간식을 준비하여 땀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병사들을 위문하며 고통에 동참하였습니다. 재난의 복구를 위해 신자 여러분들께서도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격려와 힘을 보태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길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루카 15,4)
한국천주교회의 신자통계에 보면, 2012년 20∼24세 남녀 영세자는 전 교구를 합해 30,000여 명이었고, 그중 군종교구에서 세례를 받은 인원은 27,000여 명이었습니다.
비율로 보면 100명 중에 87명이 군 생활 중 세례를 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2년도에 군종교구에서의 세례자 수는 1,700여 명으로 급감하였습니다.
군대 안에서 영세자가 급감한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의 여파였습니다. 그리고 종교를 향한 젊은이들의 냉담함과 과거와 비교해 다양하게 보낼 수 있는 자기 계발의 시간, 휴대전화 사용 등이 안타까운 현실의 결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군종신부들은 예전의 종교활동으로 복귀하기를 희망하며 ‘찾아 나서는 사목’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복음의 기쁨을 선사해야 합니다. 성당에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을 찾아 나서야 할 것입니다. 중장년 신자분들이 대다수인 교회의 현재 모습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병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 치빌타 가톨리카’와의 인터뷰, 2013) 상처를 치유하고 믿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이 감싸주는 것이 사목자의 역할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고,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
올해 저의 사목지침은 ‘선교의 열매, 세례성사!’입니다. 그간 한국천주교 안에서 청년 영세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군종교구 영세자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교회 문을 두드리는 장병들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건상 장기간 교리교육을 할 수는 없지만 군종신부, 수녀, 군선교사들은 열성을 다해 이들을 가르치고 주님께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실을 맺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고 믿으며, 군대 안에서 성실히 복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한편 비신자를 교회로 인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이유에서 신앙생활을 잠시 ‘쉬고 있는 신자들’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본당 사목방문을 할 때에 가장 안타까운 것은, ‘쉬는 신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CBCK 통계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주일미사 참석률은 43%였던 것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에는 11.8%까지 떨어졌습니다. 군 성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젊은이들로 구성된 군대 안에서 병사들을 위한 ‘영적 돌봄’은 무척 중요합니다. 때문에 오늘도 군종신부들은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부대와 훈련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젊은 병사들은 우리나라와 한국천주교회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여라.”(이사 48,20)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들의 기도와 지원이 없다면 군종사목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아들, 딸이자 형제, 자매인 장병들이 건강히 군 복무를 하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앞에서 이끌어 주는 것은 군종신부들의 책무입니다. 아울러 형제자매님들의 기도와 물적 지원은 군종사목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간 여러분들의 한결같은 사랑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고, 홍수와 태풍으로 심신이 고달프실 여러분들에게 격려의 말씀과 함께 하느님의 축복을 전해 드립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그리고 그분은 “자애로우신”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애가 병사들과 여러분 가정 그리고 여러분의 자녀, 형제들이 있는 부대에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2023년 10월 8일 군인 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
한국 가톨릭 군종후원회 https://www.gunjong.com
후원 ARS 060-700-0105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4,6-9
형제 여러분, 6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7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8 끝으로, 형제 여러분,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9 그리고 나에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축일10월 8일 성 시메온 (Simeon)
신분 ; 신약인물, 예언자
활동 연도 : +1세기경
같은 이름 : 시므온
성 시메온은 예루살렘에 거주하던 거룩한 사람으로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가서 모세의 율법대로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다가가서 아기를 두 팔에 안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눈크 디미티스’(Nunc Dimittis, 시메온의 노래)로 알려진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바쳤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25-33 참조). ‘시메온의 노래’는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 루카 1,46-55) · ‘즈카르야의 노래’(Benedictus, 루카 1,68-79)와 함께 루카 복음서에서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하느님 찬가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매일 시간전례(성무일도) 기도를 바칠 때 아침에 즈카르야의 노래를, 저녁에 마리아의 노래 그리고 끝기도에서 시메온의 노래를 바친다.
이스라엘의 구원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성 시메온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보고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었음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아기의 어머니인 마리아(Maria)에게 다음과 같은 예언도 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그럼으로써 구세주를 간절히 기다리던 그는 ‘그 사람은 들었다’라는 ‘시메온’이란 이름의 뜻처럼 하느님의 응답을 들었을 뿐 아니라, 들은 것을 전하여 예언자로서의 소명도 다할 수 있었다.
오늘 축일을 맞은 시메온 형제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